“후퇴는 없다…국민도 우리 목소리 귀 기울여달라”
“후퇴는 없다…국민도 우리 목소리 귀 기울여달라”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4.03.0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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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전국의사 총궐기대회…3만여명 의사 거리로
여의도 일대에서 진행된 총궐기대회 현장에서 의사단체 회원들이 구호를 제창하고 있다.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사법처리 절차가 4일부터 본격 진행될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3만여명의 의사들이 거리로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의협 비대위)는 오늘(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 인근에서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의협 비대위는 1일 진행된 정부의 강제수사와 일부 전공의들에게 내린 업무개시명령 공시송달에 분노를 표하며 여의도에 모여 한목소리로 저항하자고 회원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이날 궐기대회에는 당초 예상규모인 2만명보다 더 많은 3만여명 이상이 모여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정책 패키지 무효화를 주장했다. 대구의사회, 강원도의사회 등 지방 의사회에서도 서울로 올라와 여의도 일대를 꽉 메웠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일부 시민들도 시위 대열에 합류하는 통에 곳곳에서 동선이 엉켜 안전이 우려되는 모습도 포착됐다.

김택우 비대위원장은 현 투쟁은 미래 의료환경을 제대로 지켜내기 위한 일이라며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대회사로 궐기대회의 문을 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김택우 위원장은 “현재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국민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현 투쟁은 미래 의료환경을 제대로 지켜내기 위한 일인 동시에 국민건강 수호를 위한 의사의 고뇌가 담긴 몸부림이자 외침”이라며 “국민 여러분도 한 번만 저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이날은 그간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의료계 단체 수장들도 앞장서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석 회장은 아무런 대안 없이 의대정원 증원을 추진하는 것은 결국 길을 찾지도 못하면서 오기로 올라가는 것과 진배없다고 지적했다.

대한개원의협외회 김동석 회장은 연대사를 통해 정부가 발표해야 할 정책은 의대정원 증원이 아닌 원가 이하의 수가 정상화와 제대로 된 의료전달체계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의사교육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방안과 소요재원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간호사 등 의사 2000명에 대한 추가 인력 확보방안은 있는지 반문하며 길을 찾지도 못하면서 오기로 올라가면 결국 실종되거나 죽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형민 회장은 응급의학전문의로 살아온 시간들과 후배들을 생각하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연대사를 낭독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고개를 깊이 숙이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연대사를 읽어나갔다.

이형민 회장은 “전공의 없이 병원이 돌아가지 않는 현 상황은 그간 지적돼온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부는 응급실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을 언급하며 필수의료정책을 추진하다고 하지만 이미 이 문제는 우리 의사들이 오랫동안 요구했던 것을 정부가 방관한 것으로 절대 의사가 부족해 생긴 것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환자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현장을 지키고 있지만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사실 자신이 없다”면서 “의대정원 증원이 아닌 의료체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통한 의료정상화가 우선”이라고 피력했다.

안덕선 명예교수는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정책 패키지가 과연 진정한 의료개혁정책인지 반문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안덕선 명예교수는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정책 패키지가 과연 진정한 의료개혁인지 의사노예화인지 매우 통탄스럽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에 대해 애초에 의사가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 선진국이라면 필요가 없는 법안이라고 지적하며 사법적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자주적 판단에 의한 소신진료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의사들의 각 발언에 시위에 참가한 회원들은 “옳소”라고 화답했다. 또 이들은 “소신있는 응급진료, 형사처벌 왠말이냐” “무분별한 의대증원 양질의료 붕괴된다”라고 구호를 외치며 절대 후퇴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오늘 중대본 회의에서 의료개혁특별위원회 TF 운영 계획 등을 밝혔다. 

정부의 입장에도 변함은 없다.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정책을 변함없이 추진하는 한편 조속한 이행을 위해 오늘은 태스크포스팀(이하 TF) 운영계획도 밝혔다.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대책안전본부(이하 중대본)은 오늘 한덕수 국무총리를 주재로 진행한 회의에서 의료개혁 주요정책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의료개혁특별위원회 TF을 본격 운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주부터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각종 의료개혁 주요 정책들을 추진하고 이행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1일 13명 전공의에게 내린 업무개시명령 공시송달에 관해서도 행정절차법 제15조제3항에 따라 즉시 효력이 발생했음을 알리며 사법절차에 따라 처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와 의사단체는 서로에게 대화를 제안하고 있지만 각 입장에 변화가 없는 한 강대강 대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은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된 바 없지만 절대 후퇴는 없다며 오늘 궐기대회가 우선 가장 큰 집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 비대위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은 궐기대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된 바 없지만 우리가 생각한 길에 경로 이탈은 없을 것”이라고 뜻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 그는 제약회사 동원 의혹에 대한 질문에 “제약회사 직원을 동원하라고 요구하거나 지시하지 않았지만 일반 회원들의 일탈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했다”며 “그것이 강요된 것인지 아니면 제약회사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온 것인지에 관해 확인된 바 없다”고 짧게 답변했다.

경찰은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으며 이것이 사실로 확인되면 강요죄 및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사실 관계가 확인되는 대로 보건복지부 등과 면밀한 협의를 통해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녹색정의당은 여의도공원 입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단체와 정부를 향해 따끔한 충고를 건넸다. 

한편 이날 궐기대회 장소 한편에서는 의사단체와 정부에 대한 쓴소리도 울려퍼졌다.

녹색정의당은 여의도공원 입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의사들의 집단사직으로 많은 환자가 갈 길을 잃고 있다”며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를 요구하는 한편 정부에는 지역 공공의대 추진, 공공병원 설치 등을 강조하며 “의대정원 증원만으론 필수·지역의료를 절대 확보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피력했다. 

또 궐기대회와 관련해 한 시민은 “의사들의 심정도 십분 이해하지만 요구할 게 있으면 일단 제 할 일은 하면서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며 “선배 의사들이 총대를 멘 것처럼 전면에 나서고 있지만 오히려 젊은 의사들이 대화보다는 행동으로 실력행사를 하는 것부터 먼저 배울까 심히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취재를 마치며

오늘 궐기대회에는 당초 예상보다 더 많은 의사들이 참가해 여의도 일대를 메웠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도 일부 합류해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장소가 여의도공원 주변이었던 만큼 지나가는 행인들과 산책을 나온 시민들의 불편은 그들 스스로 감수해야만 했다. 삼일절 연휴였던 만큼 근처 쇼핑몰을 방문한 시민들도 많았다. 

그 와중에 의사단체 측은 안전이 우려된다며 경찰에게 너무 수고해주고 계시지만 차선을 조금만 더 확보해달라고 요구했다. 시위에 참여한 의사들만의 안전인지, 시민들의 안전까지 고려한 것인지 의문이었다. 곳곳에 넘쳐나는 쓰레기들도 걱정됐다. 

걱정을 한가득 안고 무겁게 발걸음을 옮기며 정부의 회의 내용을 확인했다. 정부 역시 후퇴는 없었다. 

3월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기운이 완연해지고 새 학기가 시작되는 달이다. 새 길을 가자는 정부. 그 길은 아니라는 의사단체. 끊임없는 갈등 속에서 3월의 설렘과 활력은 저만치 멀어진 것 같아 씁쓸했다. 보건의료계의 봄은 대체 언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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