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가 알려주는 중독성약물 A to Z] 감기약에 마약이 들어있다고? ‘한외마약’에 대한 오해
[배현 약사가 알려주는 중독성약물 A to Z] 감기약에 마약이 들어있다고? ‘한외마약’에 대한 오해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3.07.14 13: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한외마약? 감기약에 마약이 왜 들어있죠?

최근 약국에서 처방약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겠지만 약봉투에는 처방약에 대한 정보가 생각보다 자세히 기록돼 있다. 약 모양부터 색깔, 크기, 효능과 주의사항까지 말이다. 중요하게 체크해야 할 내용은 거의 다 기록돼 있다고 봐도 좋다. 약국에서 처방약 설명을 듣고 나가실 때 꼭 약봉투는 읽어 보시길 바란다. 하지만 지금부터 필자가 이야기할 에피소드는 너무 자세히 약물정보를 찾아본 환자 때문에 생겼다.

환자는 30대 여성. 병원에 들러 진료를 받고 상기도감염증(감기)을 개선하기 위한 약을 처방받았다. 처방내용은 기침 가래약, 충혈제거제, 항히스타민제, 해열진통제 등이었다. 그런데 환자가 약국을 나선 지 20여분 만에 다시 전화가 왔다. 

약국에 문의한 내용은 자기에게 왜 ‘마약’을 줬냐는 것이었다.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처방받은 내용에 대해 약학정보원에서 정보를 찾아보니 ‘한외마약’이라고 표시가 돼 있다는 것이었다. 증상이 심하지도 않은데 이런 약까지 복용해야 하는지 물었던 것이다(부지런한 독자를 위해 참고로 덧붙이자면 네이버 지식백과에 나와 있는 약물정보에는 한외마약이라는 용어가 빠져 있고 전문의약품이라고만 돼 있다).

이런 질문은 처음 받아보는 것이라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한외마약은 마약과 다른 것이라는 것부터 차근차근 알려 드렸다. 그제야 환자는 충분히 이해했다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마약 분류체계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오해할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약은 다 같다? 한외마약은 다르다고?

우리 주변에 있는 많은 약들은 정확한 분류체계 안에 들어가 있다. 약은 크게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전문의약품은 전문가의 지시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약이다. 반면 일반의약품은 전문가 진단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약이다. 마약류는 전문의약품에 속한다. 즉 의료용으로 사용되더라도 반드시 의사진료 후 처방에 의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

필자는 앞에서 마약이라고 하지 않고 마약류라고 이야기했다. 마약류는 크게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 대마로 나뉜다. 즉 마약보다 마약류가 더 큰 범주에 속한다. 앞서 다뤘던 메칠페니데이트와 졸피뎀 등은 향정신성의약품이고 펜타닐은 마약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마약이라는 약물들은 딱 마약만 있지 않기 때문에 큰 범주에서 보면 마약류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마약류는 지난 2000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래 지속적으로 품목 등이 업데이트되며 매우 촘촘하게 관리되고 있다.

마약류에서 마약은 천연마약과 합성마약, 이것들을 섞은 것으로 나뉜다. 천연마약은 양귀비, 아편, 코카잎을 말하며 합성마약은 천연마약 속 성분만을 추출하거나 그것을 변형시켜 만든 마약들을 말한다. 천연마약은 모두 의료용이 아니기 때문에 유통, 소지, 판매하면 강력한 법적처벌을 받게 된다.

반면 합성마약 중 일부는 의료용으로 사용된다. 코데인 등 진해제나 펜타닐 등 마약성진통제가 그것이다. 이것들은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있어 의사처방에 의해서만 사용되고 처방 또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합성마약 대부분은 의료용이 아니기 때문에 마약은 그 자체로 불법적 요소가 많다.

특히 오해하기 쉬운 것 중 하나가 ‘한외마약’이다. 한외(限外, 한정된 범위 바깥쪽)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한외마약은 특별히 처방제한을 받지 않는 전문의약품이다. 마약이라면서 어째서 처방제한을 받지 않는 것일까? 이는 약에 디히드로코데인 10mg 또는 코데인 20mg 이하 등 마약성분함량이 매우 적고 마약 이외의 성분이 3종 이상 복합돼 있어 따로 마약성분만 추출해 다시 제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외마약은 정상적인 의약품 유통과정 안에 있다면 마약으로서 사회적 해악을 끼치지 않는 약이다. 실제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기침약 중 주석산디히드로코데인이 들어간 코푸, 코데날 등 한외마약을 살펴보자.

디히드로코데인타르타르산염 10mg

구아이페네신 100mg

메틸에페드린염산염 35mg

클로르페니라민말레산염 3mg

(모두 1회 용량임)

포함된 내용을 보면 마약류관리법에 너무도 정확히 들어맞게 만들어 놓았다. 특히 디히드로코데인 성분을 한계 용량까지 딱 맞춰 넣어 놓은 것이 매우 인상 깊다. 누가 봐도 마약성분인 디히드로코데인이 주성분인 것을 알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용량과 복합성분들로 인해 마약으로 제한받지 않는 전문의약품이 됐다.

그래도 마약! 주의사항은 기억해두자!

마약으로 분류되는 마약성 기침 가래약 또는 마약성진통제 코데인 함량은 어느 정도일까? 인산코데인으로 1회 용량이 20mg이다. 생각보다 적은 양인데도 마약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와 다르게 마약성분인 코데인을 다량으로 섭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코데인이나 디히드로코데인은 체내에 흡수된 후 5~15%는 모르핀으로 변화돼 약효를 나타내기 때문에 당연히 다량으로 복용해서는 안 된다. 본래 취지와 다르게 마약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마약으로 분류돼 철저하게 관리된다.

반면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 복용은 단일제 복용과 다르게 중독성약물처럼 작용할 우려는 크게 없다. 필자 약국에는 이비인후과 처방으로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는 환자들이 많다. 하지만 중독성약물 3대 요소인 중독성, 내성, 금단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부작용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호흡중추에 작용해 지나친 억제효과를 낼 수 있는데 이 때문에 낮은 연령대 환자가 복용할 때 수면무호흡이 생기는 경우가 보고돼 2018년 1월부터는 12세 미만 유소아에게 처방할 수 없다. 졸음이나 현기증, 입마름, 변비 등의 증상은 디히드로코데인이 아편 수용체에 작용하면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부작용이다. 만일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를 복용한 뒤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용량 조절이 필요할 수 있어 바로 의사나 약사와 상의하자.

환자가 이해하기 쉬운 용어 사용이 중요하다

우리가 쉽게 생각하고 넘어가는 많은 용어들에 실제로 담긴 의미는 그 크기가 작지 않다. 용어의 의미를 잘못 알았을 때 오해하기 쉬운데 의약품에 관한 오해는 곧 환자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한외마약’처럼 환자에게 중독성 우려가 매우 적은 마약류는 이름을 좀 더 순화할 필요가 있고 향정신성의약품처럼 의존성과 중독성이 보다 강한 약물의 경우에는 보다 직관적인 용어로 변경해 오남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환자중심의 의료, 환자중심의 약료 등 모든 의료정책이 환자중심으로 이동되고 있는 것처럼 의약용어도 환자의 관점으로 다시 정립돼야 한다. 용어를 바로 세우는 것이 바로 모든 정책의 기본이 돼야 하지 않을까?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