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높아진 글로벌장벽…국내 화장품 안전·효능평가 이대론 안 돼
문턱 높아진 글로벌장벽…국내 화장품 안전·효능평가 이대론 안 돼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3.1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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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한 토론회’ 개최
세계 여러 나라가 화장품 안전 효능·평가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금일(15일) ‘K-뷰티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에는 학계·산업계·정부·언론 등이 참석, 높아진 수출장벽 속 국내 화장품업계의 대응전략을 모색했다.

전 세계인을 사로잡은 K-뷰티가 위기에 직면했다. 중국과 유럽 등 전 세계 여러 나라가 완제화장품의 품질은 물론 원료의 안전성까지 평가하는 방향으로 화장품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안전성평가에 대한 제도적기반조차 없어 글로벌시장의 흐름에서 뒤처지고 있는 것.

특히 중국은 최근 화장품감독관리조례 전면개정을 통해 화장품 안전성 및 효능평가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인증과정을 까다롭게 개편했다. 무엇보다 2024년부터는 이 엄격한 잣대를 수입화장품에 대해서도 적용한다고 밝히면서 중화권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화장품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미 우리나라는 중국화장품시장 점유율 1위에서 중국 화장품 수입국 순위 3위로 밀려난 상황(2021년 기준). 우리나라도 세계 화장품시장의 흐름을 인정하고 높아진 수출장벽에 발맞춘 대응전략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러한 목소리가 한자리에서 울려 퍼졌다. 금일(15일)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는 헬스경향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실 공동주최로 ‘K-뷰티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학계, 산업계, 정부, 언론이 모여 변화된 세계 화장품시장 속 우리나라 화장품 안전 및 효능평가의 한계를 짚어보고 K-뷰티의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응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최혜영 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K-뷰티산업이 위기에 봉착한 시점에서 오늘 같은 자리가 마련돼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늘 논의된 사안들을 국회 의정활동에 적극 반영해 화장품업계, 특히 현 상황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수출지원제도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헬스경향 조창연 대표는 “우리나라도 시대변화에 따른 화장품원료 안전성평가기준을 마련해 국내 기업이 높아진 수출장벽에 원활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그 첫걸음을 오늘 토론회에서 뗄 수 있길 기대한다”고 환영사를 전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차순도 원장은 “화장품산업은 보건산업의 신성장 수출동력산업으로 빠르게 성장해왔지만 최근 중국의 수출규제 강화 등 대외환경 변화에 따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러한 시점에서 이번 토론회가 마련돼 매우 뜻깊게 생각하며 진흥원에서도 국내 화장품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다각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축사를 통해 힘을 실었다.

이후 이번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엔케이파마 김나경 대표이사(前 대전식약청장)의 진행 아래 토론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번 토론회는 크게 주제발표와 패널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국내외 화장품 안전 및 효능평가의 차이점과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임두현 대표가 한층 강화된 화장품 안전·효능평가기준을 설명하고 있다. 

첫 주제발표자로는 엘스안전성효능연구원 임두현 대표가 나섰다. 임두현 대표는 ‘국내외 화장품 안전 및 효능평가의 차이점과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했다.

임두현 대표는 먼저 유럽과 중국, 일본 등 외국의 사례를 들면서 한층 강화된 화장품 안전·효능평가기준을 알렸다. 특히 임두현 대표는 ▲제품에 있는 위험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위험 ▲사용 시 발생하는 위험 등 화장품 안전평가의 세부요소를 통해 화장품 성분을 넘어 왜 원료의 안전성까지 평가해야 하는지 자세히 설명, 참석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임두현 대표는 “현재는 전 세계가 화장품 성분을 넘어 그 성분에 포함된 원료의 안전성을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는 시대”라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화장품 성분 안전성평가만 진행하고 있을 뿐 정작 외국에서 강조하는 원료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기준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화장품 성분에 포함되는 원료에는 다양한 위해물질이 존재할 뿐 아니라 동일성분이라도 만드는 방법에 따라 불순물이 달라진다”며 “따라서 성분 제조에 수반되는 불순물의 안전까지 평가돼야 하며 사용 중 미생물 오염, 제품 용기 위해성을 고려해 포장형태와 사용방법에 대한 안전도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임두현 대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발맞춘 화장품법 개선 ▲화장품 안전 및 효능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화장품 안전평가사 육성 ▲화장품 안전 및 효능 입증을 담당하는 임상기관의 품질 검증 ▲화장품 안전 및 효능평가의 인프라 구축을 위한 국가 지원을 시사점으로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임두현 대표는 “화장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경미한데 이렇게까지 안전과 효능을 입증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국내 화장품산업의 60% 이상은 수출”이라며 “그렇다면 이에 반기를 들 것이 아니라 글로벌 추세에 발맞춰 전략을 마련해 높아진 수출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국내 화장품 안전성 강화 지원 현황’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이정표 실장이 현재 연구원이 서비스 중인  ‘화장품 원료 안전성 검토시스템(CSRS)’을 소개하고 있다. 

뒤이어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이정표 실장이 ‘국내 화장품 안전성 강화 지원 현황’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이정표 실장은 “화장품은 전 국민이 일생에 걸쳐 사용하는 만큼 안전성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서두에 강조했다. 이어 EU국가의 화장품 위해평가체계와 안전성 평가보고서를 예로 들면서 국내 화장품 안전성평가의 한계를 지적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이정표 실장은 “우리나라는 안전성평가에 활용할 수 있는 독성시험자료가 충분치 않은 데다 기업들이 일일이 이를 수집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현재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서비스 중인 ‘화장품 원료 안전성 검토시스템(CSRS)’을 소개했다.

이정표 실장은 “CSRS는 국가별로 상이한 화장품 원료의 규제정보(사용금지, 사용한도)와 한국, 미국, 유럽에서 사용하는 화장품 원료에 대한 안전성평가를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물질 독성 프로파일을 종합적으로 제공, 국내 화장품업계가 수출 시 필요한 자료를 확인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우리 연구원은 기업이 이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제발표 후 이어진 지정토론에는 이화여자대학교 약학과 임경민 교수, 대한화장품협회 장준기 전무, 코스메카코리아 선진규 연구원, 헬스경향 한정선 기자가 패널로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임경민 교수가 지정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먼저 임경민 교수는 ‘현행 화장품 안전평가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을 중심으로 의견을 펼쳤다.

임경민 교수는 “현재 국내 화장품 안전평가는 기본적으로 네거티브시스템을 적용해 관(官)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며 “또 국소독성과 관련해 저비용의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확인하고 있을 뿐 고비용이 드는 유전독성, 발암성, 생식독성 등 전신독성에 대해서는 적절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면 유럽과 중국은 업체의 안전성 평가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해 화장품 안전에 대해 업체가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관 주도의 위해평가체계에서 벗어나 업체 주도의 안전성평가 역량을 확보하고 이를 관에서 적절히 심사하는 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장준기 전무가 지정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한화장품협회 장준기 전무는 ‘K-뷰티의 수출력 강화를 위한 화장품 안전·효능관리 제도개선 방향’을 주제로 의견을 제시했다.

장준기 전무 역시 국내 화장품 안전성과 효능관리가 정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글로벌 제도 흐름에 맞게 화장품법을 개선해 수출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장준기 전무는 “안전성과 효능 관리체계가 기업 중심으로 전환되는 매우 큰 변화에 적응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며 “기업이 새로운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기존 원료들에 대한 안전성 자료 DB 구축과 화장품 안전성 평가 전문인력 양성 등에 있어 정부가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선진규 연구원이 지정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코스메카코리아 선진규 연구원은 ‘업계가 겪는 수출 애로사항-안전 효능 중심’을 주제로 의견을 개진했다.

선진규 연구원은 “무엇보다 현재 변화된 화장품 수출규제에 대한 모든 정보들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안전성은 물론 안전성의 기본이 되는 원료 관련 정보마저도 확보하고 있는 업체들이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당장 큰 변화는 어렵지만 우리나라도 선진국에 비해 결코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최소한 국내 많은 화장품기업이 수출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관련 정보를 확보하고 정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선진규 연구원은 “화장품 안전평가사 육성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외국에 제출할 수 있는 평가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는 실무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이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정선 기자가 지정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끝으로 헬스경향 한정선 기자는 ‘화장품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언’을 주제로 의견을 펼쳤다.

한정선 기자는 먼저 화장품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한 관련법 개선은 정부와 산업계, 학계가 함께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부 차원의 화장품안전성평가법 및 교육과정 개설 ▲국내 피부임상센터 인증제도를 통한 신뢰도 및 경쟁력 강화 ▲정부 주도의 화장품성분의 안전평가 데이터베이스(DB)화 ▲다빈도 공통사용원료에 대한 안전성평가플랫폼 구축 및 지원 ▲해외 화장품 수출업체 바우처 시범사업을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시했다.

한정선 기자는 “화장품안전평가사는 단순한 전문가가 아닌 화학적지식과 독성지식은 물론 나라별로 다른 규제사항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중심으로 교과과정을 편성해야 한다”며 “또 국내 피부임상센터가 화장품원료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는 업무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정기적인 평가와 인증을 시행해 경쟁력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화장품성분의 독성자료를 개별기업에서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화장품성분 안전평가에 대한 정보를 국내 화장품기업은 물론, 소비자들도 상시 열람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화해야 하며 특히 여러 제조사나 브랜드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화장품원료는 평가결과를 공유할 수 있는 별도의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정선 기자는 현 상황에 대응하기 쉽지 않은 중소업체들의 어려움을 언급하면서 수출 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 바우처 시범사업과 그 실행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끝으로 한정선 기자는 시장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려면 정부, 학계, 산업계, 언론사가 관련 정보를 발 빠르게 공유할 수 있어야 하는 한편, 특히 언론사는 관련 이슈를 명확하게 정리하고 보도해 화장품기업은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국내 화장품에 대한 강한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고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차용민 서기관이 지정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도 의견을 이어갔다.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 차용민 서기관은 “정부는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과 함께 화장품 안전성·효능평가와 관련한 기업 지원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해오고 있다”며 “중국에 대한 수출규모가 감소한 것이 통계적으로 확인된 만큼 현재 시행 중인 지원방안을 보다 확대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화장품 원료 제공 정보를 2021년 연간 20~30종에서 지난해 400종까지 늘린 바 있으며 올해는 물론 향후에도 이를 지속적으로 늘려갈 것”이라며 “또 지난해 첫발을 내디딘 화장품안전평가사 육성 시범사업은 올해부터 따로 예산이 편성된 만큼 교육인원을 200명 수준으로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차용민 서기관은 “중국이 주요 수출국인 것은 맞지만 이제는 수출 다변화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유관기관과 많은 국내 기업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시장규모는 큰데 수출이 잘 안 되는 국가들에서도 활로를 찾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고지훈 과장이 지정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화장품정책과 고지훈 과장은 “식약처 역시 어린이용 화장품 안전성 평가자료 제출 의무화 등 화장품 안전성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을 시작했지만 세계 화장품 시장이 또 한 번 바뀌고 있는 만큼 이에 발맞춘 대응정책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기업들이 높아진 수출장벽에 원활하게 대응하려면 장단기적인 지원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금전적인 지원도 필요한 만큼 복지부, 경제부 등과 협력이 필요할 것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시장변화에 발맞춰 기업의 역량을 올릴 수 있는 지원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고지훈 과장은 “이러한 점에서 여러 정부부처와 적극 협력해 기업들에 실질적으로 도움될 수 있는 지원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좌장으로 토론회를 진행한 김나경 전 대전식약청장은 “과거 동지로 함께 일했던 분들이 K-뷰티 수출력 강화를 위해 이렇게 한자리에서 다시 힘을 모을 수 있어 참 뿌듯하다”며 “이 자리를 마련해준 최혜영 의원님과 헬스경향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나온 소중한 의견들이 실질적인 정책으로 결실을 맺어 높아진 글로벌장벽 속에서 K-뷰티가 다시 환하게 꽃필 수 있었으면 한다”고 폐회사를 전하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K-뷰티의 위기에 공감하고 대응전략을 논의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입을 모았다. 선진국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으나 시작이 반이라는 것. 우리나라가 높아진 수출장벽을 당당하게 뛰어넘어 글로벌시장 속에서 K-뷰티의 위력을 다시 떨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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