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검사는 완벽하지 않다
심리검사는 완벽하지 않다
  • 장은영 한양대 구리병원 교수
  • 승인 2014.07.04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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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하늘을 바라보며 언제 날아들지 모르는 적군의 비행기를 탐지하는 임무를 맡았다고 상상해 보자. 정신을 바짝 차리고 경계하며 약간의 움직임에도 온 신경을 집중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항상 경계태세를 강화하면서 주의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경계나 집중력의 수준은 상황에 따라 강해지기도 하고 약해지기도 한다.

적군을 놓칠 시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된다는 경고를 받은 날에는 경계수준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반대로 적군이 도발할 가능성이 낮다는 제보를 입수했다면 경계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것이다.

이 예시는 심리학의 고전인 신호탐지이론에 근거한 인간의 선택과 판단과정에 대한 것이다. 인간은 진리나 진실을 파악할 수 있는 맑은 눈과 심오한 능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존재다. 이 때문에 진리나 진실을 꿈꾸면서도 여전히 완벽하지 못하다.

 

최근 필자로 하여금 선택과 판단, 그로부터 유래되는 오류를 고민하게 만든 두 가지 상반된 사건이 발생했다. 하나는 연일 매체에서 보도하고 있는 총기난사와 자살기도사건이다. 다른 하나는 상대적으로 사회적 관심이 덜 했지만 꾀병을 이용해 군복무를 면제받은 사실이 발각된 사건이다. 이 두 사건은 다르면서도 같은 고민거리를 내포하고 있다. 모두 ‘군 인성검사’ 또은 ‘병사용 정신감정’이라고 불리는 심리검사와 부분적으로나마 관련돼 있어서다.

필자처럼 임상현장에서 일하는 임상심리학자들의 주요업무 가운데 하나가 바로 병사용 정신감정에 필요한 심리검사와 그 결과를 해석하는 일이다. 자료는 당사자의 원만한 군 생활 여부를 판단하는데 활용된다.

하지만 심리검사는 완벽하지 못하다. 그리고 불완전한 틈을 인간의 선택과 판단이 메우게 된다. 물론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쌓이면서 불완전한 틈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가지만 이 틈새는 사라지지 않는다. 검사도구의 문제, 검사를 해석하는 사람의 문제, 검사에 응답하는 사람의 문제 등이 모두 이 불완전한 틈새를 만드는데 일조한다.

물론 어떤 상황이든 명백히 고통을 겪는 사람과 적응에 별 어려움이 없는 사람을 구분하는 작업은 제대로 이뤄진다. 다만 그 경계에 있는 사람들이 항상 존재하게 마련이다. 바로 이들에 대한 판단이 영향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총기난사사건 직후라면 경계에 있는 사람들이 군대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꾀병으로 군 면제를 받은 사건이 파문을 일으킨다면 정신적 고통을 가장하는 사람을 찾아내는데 몰두하게 되기 때문에 경계에 있는 사람들이 군대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낮아진다.

따라서 심리검사나 면담을 통해 군 입대를 앞둔 사람들 또는 입대한 사람들을 분류하려면 주의하고 노력해야 할 것들이 많다. 먼저 더 나은 검사나 면담도구가 개발돼야 한다. 또 잘 개발된 도구라도 시대가 변하고 세대가 달라지면 다시 수정돼야 한다. 또 도구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정신건강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검사에 응답한 사람이 자신의 상태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 일관성 있게 반응했는지, 추가적인 면담이 필요할지를 판단하는 일은 상당한 전문성을 요하기 때문이다.

※ 칼럼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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