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후 허무함, ‘현자타임’의 모든 것
관계 후 허무함, ‘현자타임’의 모든 것
  • 최신혜 기자 (mystar0528@k-health.com)
  • 승인 2014.05.2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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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인에게서 일명 ‘현자타임’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현자’의 뜻과 관련한 해석은 다양하다. 현자(賢者), 즉 ‘어질고 총명해 성인(聖人)에 버금가는 사람’을 일컫는다는 의견도 있고 ‘현실자각타임’의 준말이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전자는 흥분이 갑자기 사그라져 성인과 같이 평정심을 갖게 된다는 의미를 차용한 해석이다.

현자타임의 뜻은 ‘주로 섹스나 자위행위를 할 때 사정(오르가즘) 직후 성감과 성욕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현상 혹은 시기’다. 이는 전 세계에서 보고되는 현상으로 사람에 따라 우울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기도 한다. 보통 남성이 자위 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남녀 모두 느낄 수 있는 감정이며 일반적인 성교 후에도 발생할 수 있다. 일시적인 현상이지만 심한 경우 하루 종일 지속되기도 한다.

인터넷 상에서 현자타임은 꽤 유명한 용어다. 각종 게시판에는 ‘현자타임 안 오게 하는 법 없나요?’ ‘현자타임이 내게 올 줄이야’ 등의 한숨 섞인 글이 쇄도한다. 주로 자위 후 느껴지는 허무함을 일컫는 내용들이다.

지인들에게 ‘성적 행위 후 허무함이나 우울감 등을 느껴본 적이 있나’라고 질문했더니 상당수 남녀가 긍정했다. 시기는 배우자나 연인과의 잠자리 후, 원나이트(하룻밤 잠자리) 후, 자위 후 등으로 다양했다.

유학생 이모(남·27) 씨는 “특히 공허감이 심해지는 것은 원나이트 후”라며 “‘아무것도 남지 않는데 왜 순간 동물적인 욕망을 참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또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사정 후 성욕이 줄어드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정서적인 교류가 이어지기 때문에 순간적인 허무감이 덜하다”고 덧붙였다.

또 자영업자 이모(여·30) 씨는 “자위가 끝나고 나면 스스로 너무 한심하다는 기분이 들고 원나이트 후에는 사회적으로 격이 낮아진 느낌이 든다”며 “연인과 관계 시 감정이 가장 좋지만 상대가 관계 후 바로 잠들거나 담배를 피우러 나가면 허탈감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한국성과학연구소 이윤수 소장은 “일명 현자타임으로 불리는 허탈한 감정은 남성이 빠른 사정 등으로 여성을 만족시키지 못했을 때 주로 느끼는 감정”이라며 “여성 역시 상대와의 관계에서 절정에 오르지 못했을 때 허무함, 우울함 등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부부·연인 간 성관계에 비해 기대치를 예측할 수 없는 원나이트의 경우 잠자리 후 기대치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져 허무함을 느낄 수 있다”며 “자위의 경우 한계를 알고 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만족도 자체가 낮고 상대와의 교감 없이 일시적 쾌감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허무한 감정을 느끼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뇌하수체에서 생성되는 단백질성호르몬 프로락틴의 일시적 증가를 원인으로 보기도 하지만 이에 대한 연구결과는 입증된 바 없다.

생리적 현상이나 자연스러운 감정변화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반복되는 급격한 감정변화를 피하고 싶다면 쾌락 이전과 이후의 감정에 보다 솔직해지는 것이 최선 아닐까. 심적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자신만의 방안을 찾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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