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아-’ 하는 순간 고쳐야 할 세상이 보였다
환자가 ‘아-’ 하는 순간 고쳐야 할 세상이 보였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4.03.2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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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신간] 이토록 가까운 거리라니요(이웃집 치과의사)
하혜련 지음/구름의시간/224쪽/1만6800원

‘윙윙~’. 특유의 소리부터 공포인 치과. 나이 들어도 참 가기 겁나는 곳이다. 하지만 긴 치료기간만큼이나 나를 치료해준 의사와는 꽤 돈독한 인연을 맺게 된다. 단 치아뿐 아니라 안 보이는 내 속마음까지 치료해줬을 때.

‘이토록 가까운 거리라니요’의 저자 하혜련 씨는 치과의사이다. 환자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아~ 하세요’. 하지만 그에게 이 말은 치료의 시작이면서도 환자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일종의 악수 같은 것이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먼저 손 내미는 것처럼 말이다.

그는 환자의 입안 세계가 열리고 그만큼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 고쳐야 할 세상이 보인다고 말한다. 돌보는 사람과 치료받는 사람 모두에게 ‘아~’하는 과정이 있어야 진정한 치료가 시작된다며 환자와 보호자에게 먼저 다가가 그들이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이웃집 의사가 된다.

그렇다 보니 이 책에는 다양한 사연을 지닌 환자들이 등장한다. 문체 하나하나가 편안해 이웃집 언니가 툭툭 털어놓는 이야기 같다.

치아 치료를 받고 웃음을 되찾은 환자는 ‘당신 참 예쁘네요’라는 제목으로 소개하는 한편 장애가 있는 아들을 직접 업고 와서 치료를 부탁한 한 어머니 환자는 언제까지나 ‘VIP환자’로 남을 것이라고 깊이 추억했다.

특히 젊은 나이에 치아를 거의 상실해 전체 틀니를 해야 했던 환자를 소개하면서는 “아프지 않아요?”라고 물어도 늘 괜찮다고 답하는 그가 한 번쯤은 “괜찮지 않다”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덤덤하게 말한다. 

이렇게 그는 환자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도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마음을 다독인다. 그래서인지 환자들도 모든 치료를 마치고 나면 항상 마음을 담은 선물을 건넨다고. 위의 젊은 환자가 선물한 방울토마토는 치료기간인 5개월을 되새기면서 아침마다 방울토마토 5개를 꼭꼭 씹어먹었다고 한다.

큰 병원이든 작은 병원이든 의사와 얘기하면 눈치가 보이는 세상이다. 눈은 스마트폰을 향하고 있지만 ‘저 환자는 왜 저렇게 오래 있지’ 하면서 따가운 눈총을 쏜다.

그래도 저자 같은 이웃집 의사가 한 명쯤은 있었으면 좋겠다. 찬바람 쌩쌩 부는 현 의료계 상황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물론 저자도 의사로서의 고뇌는 늘 안고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의사면서도 왜 모르느냐, 왜 책임지지 않느냐는 원망을 들을 때 가운을 벗고 자유롭고 싶었다고 말할 만큼. 

하지만 그는 이렇게 마음을 다잡는다. 다시 일하려면 가운이 필요했으므로 현실로 돌아와 직원들에게 새 가운을 맞춰 입자고. 또 모든 계절 동안 우리에게 좋은 기운을 줄 수 있는, 스스로에게 힘을 주는 가운을 입으며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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