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구기관 넘어 근거기반 정책 수립 위한 중추적 역할 해야”
“공공연구기관 넘어 근거기반 정책 수립 위한 중추적 역할 해야”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4.03.2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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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건의료연구원, ‘보건의료연구, 기술 중심에서 보건의료체계로’ 연례학술회의 개최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오늘(20일) 연례학술회의를 열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 급변하는 보건의료환경 속에서 기관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 모색했다. 

첨단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의료기술이 보건의료현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지만 현재 여러 가지 이슈들이 얽히고설켜 보건의료계는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의료개혁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국민과 의료현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정부와 합을 맞추는 산하기관 역시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하 네카·NECA)은 오늘(20일) 코엑스에서 ‘보건의료연구, 기술 중심에서 보건의료체계로’를 주제로 연례학술회의를 개최했다. 급변하는 보건의료환경 속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고 기관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겠다는 것.

NECA는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으로서 신의료기술평가 등 보건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 평가와 보건의료정책 수립에 근거가 되는 연구 및 임상진료지침 등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급변하는 보건의료환경 속에서 기관의 역할을 재고해야 하는 시점에 직면했다. 현장에 참석한 전문가들 역시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면서도 이 점을 명확히 했다.

양성일 교수는 과학적근거 기반의 정책 수립부터 확산까지 네카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기조연설로 학술회의의 첫 문을 연 고려대 양성일 교수는 네카의 주 업무인 신의료기술평가에 있어 산업계 등 현장의 의견을 듣고 보완하되 임상근거 창출을 위한 통합관리정보시스템 구축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 특히 그는 의대정원 증원문제로 과학적근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만큼 네카가 정부정책 시범사업 준비단계부터 정책 입안 후 효율적인 분배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과학과 정책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덕선 교수는 이제 우리나라도 해외 선진국처럼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서 전문성을 갖고 과학적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중재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술회의 첫 번째 세션의 주제발표에 나선 고려대학교 안덕선 명예교수는 필수의료 붕괴, 의료형사 범죄화, 고부담 불공정보상 등 우리나라 의료생태계를 파괴시키는 요인들을 지적하면서 선진국처럼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서 전문성을 갖고 과학적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중재기구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즉 명령과 통제로는 현대적 의료생태계 유지는 불가능하며 중재기구를 육성해 협업해나가야 한다는 것.

오주환 교수는 가치기반의 지불·보상제도하에서는 네카가 보다 능동적이고 확장된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대학교 오주환 교수는 최근 정부가 본격 시동을 건 가치기반 의료에 걸맞은 네카의 역할이 무엇인지 제언했다. 그는 기존의 행위별 수가제에서 네카의 역할은 보험자의 연구결과를 이용해 단순히 수용하는 수동적인 역할에 그쳤지만 가치기반의 지불·보상제도하에서는 다양한 공급자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더 능동적이고 확장된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가치기반의 의료가 정착되려면 앞으로의 정책 방향은 환자 중심으로 가야 하며 의료기관 간 네트워크를 잘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준 교수는 제대로 된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서는 지역의료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려대학교 윤석준 교수는 네카의 지원으로 수행한 ‘일차의료 이용의 지속성 포괄성에 대한 효과평가 연구’에 대해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의사가 20분 이상 상담했을 때의 효과에 대해 1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처음에는 의사도, 환자도 어려워했지만 6개월 후에는 환자가 자신의 소소한 건강문제까지 의사에게 얘기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윤석준 교수는 이러한 결과를 봤을 때 지역의료기관에 적극 투자해 건강상담 등에 대한 알맞은 보상이 이뤄진다면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최소화하고 국민이 보다 가까운 곳에서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도적 변화가 함께 이뤄지면 우리나라가 OECD국가에서 가장 빨리 의료비 속도가 증가하는 나라라는 오명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 역시 네카의 역할에 대해 자유롭게 발언했다.

헬스경향 한정선 기자는 각 주제발표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한편 언론의 시각에서 기관의 역할에 대해 제언했다.

한정선 기자는 신의료기술평가를 넘어 보건의료정책 연구 확대의 필요성을 언급한 양성일 교수의 발표에 공감하면서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연구주제와 방향을 보다 심도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지속 가능한 의료생태계를 위해서는 중재기구를 육성해 협업해야 한다고 제시한 안덕선 교수의 발표에는 어떤 형태의 중재기구가 필요한지 자세한 설명을 요청했다.

또 오주환 교수의 발표와 관련해서는 아직 가치기반의료에 대한 개념이 정확하지 않아 이에 대한 인식 확립이 필요함을 언급했으며 특히 가치 평가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가치기반의료가 새로운 보건의료시스템으로 자리잡으면 네카의 현 신의료기술평가 방식은 전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패널들은 신의료기술평가와 더불어 과학적근거 기반의 올바른 정책 수립을 위한 네카의 역할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경희대학교 오인환 교수는 “정책적 근거가 제한적이라는 비판은 언제나 받을 수 있지만 좋은 근거가 있으면 논의의 간격을 좁힐 수 있다”며 “네카가 지금까지 내외부적으로 수행한 다양한 연구들과 관련 역량은 장기적으로 의료사회적 비용을 절감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김한숙 과장은 “오늘 자리는 네카가 급변하는 보건의료환경에서 제 역할을 해왔는지 스스로 질문해보는 자리가 돼야 할 것”이라며 “이제 편안하게 안에 머물면서 연구만 할 수 없다”고 냉철하게 지적했다. 또 그는 “과학적근거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해도 사실 이를 정책에 반영될 수 있게 내용으로 바꿔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근거 생산에서 나아가 이를 언어로 바꿔 정책으로 수립될 수 있게 하는 것도 네카의 역할”이라고 일침했다.

백남종 이사장은 해외 여러 나라의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법을 소개하면서 네카가 주도적으로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제언했다.

한편 오후에 진행된 두 번째 세션에서는 네이버헬스케어연구소 나군호 소장, 한국원격의료학회 백남종 이사장, 울산의대 임영석 교수 등이 발표자로 나서 인공지능, 비대면진료 플랫폼 등 미래보건의료 환경에서 주목해야 할 다양한 기술들을 짚어보고 네카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제언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평가와 의료현장의 신속한 도입, 급여화 등 여러 가지로 고민해야 할 점이 많지만 해외 여러 나라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네카가 정부, 산업계와 함께 디지털 헬스케어시대에 걸맞은 제도적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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