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다함께 따뜻한 길 위에 나아가는 것
돌봄, 다함께 따뜻한 길 위에 나아가는 것
  • 심예은 기자 (with.sim@k-health.com)
  • 승인 2024.02.0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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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신간] 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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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현, 홍종원 지음/한겨레/356쪽/2만원

초고령화 사회로 돌봄을 맡은 사람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돌봄은 분명 인간을 성장시키지만 때론 형벌처럼 어려운 일이다.

특히 청년은 이제 어른이 됐다는 이유로 사회로부터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한 채 어느 순간 돌봄주체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는 돌봄을 제공하는 자와 받는 자를 나눠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돌봄은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작용해야 한다. 일방적인 관계의 돌봄은 ‘돌보는 사람 자신이 지워지는 돌봄’으로 결국 공의존(자신과 특정 대상 사이의 과잉이 생겨 떨어질 수 없어지는 관계)을 낳는다.

이처럼 누군가를 돌보는 일 자체가 위기라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우리 사회 돌봄의 현주소를 생각해볼 수 있는 책 ‘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가 출간됐다.

이 책은 돌봄커뮤니티 대표 조기현과 의사 홍종원 씨가 함께 쓴 책이다.

조기현 대표는 스무 살 때 아버지가 쓰러지면서 젊은 보호자가 됐다. 홍종원 씨는 방문진료를 하는 홈닥터로서 남의 집을 드나든다.

이 책은 각자의 삶에서 돌봄을 사유해온 두 저자가 만나 펴낸 대담집이다. 줄글보다 생생하게 우리 사회의 돌봄을 짚는다.

저자는 돌봄은 ‘우리를 숨 쉬게 하는 공기’ ‘잠옷이나 속옷’ ‘곁에 있지만 티를 내지 않는 존재’라고 표현한다.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하다가 숨쉬기 어려워지면 공기를 인식하듯 돌봄은 우리 곁에 항상 필요하다는 것.

이 책은 ▲돌봄의 관계를 상상하다 ▲돌봄이 필요한 시간 ▲돌봄의 동료들과 관계 맺기 ▲시설과 집의 이분법을 넘어서 ▲돌봄이 길이 되려면 등 총 5장으로 구성됐다.

저자 홍종원과 조기현은 각자 목격한 돌봄의 현장과 그 안에서의 경험을 통해 사유한 것들을 전했다. 누군가를 질책하거나 단죄하지 않고 우리 사회에 결여돼 있는 것들을 짚어갔다. 돌봄은 제도화된 서비스를 넘어 우리가 일상에서 맺는 관계의 이름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막연하게 회피하고 싶었던 돌봄. 결국 대안이라는 것은 멀리 있는 어떤 이상향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 움직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내가 약해져 휘청거릴 때 내가 먼저 나를 잡아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돌봄대상자의 취약함과 관계 맺는 것뿐 아니라 나 자신의 취약함과도 관계 맺는 법을 찬찬히 배워가는 중이다. 나의 취약함에도 잘 반응하려는 자기돌봄의 마음이 중심을 잡으니 나를 배제하지 않는 돌봄관계를 맺어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끝으로 두 저자는 독자들에게 우리 스스로가 자신을 돌보는 관계를 함께 맺자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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