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커뮤니티케어의 완성은 재택의료 확대와 보호자 교육
[특별기고] 커뮤니티케어의 완성은 재택의료 확대와 보호자 교육
  • 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ㅣ정리·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4.01.0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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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

12월 기준 42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내린 날 방문진료를 갔다. 우면산 자락에 위치한 아파트라 눈길에 제대로 갈 수 있을지 걱정됐다. 다행히 제설 작업은 잘 돼 있었다.

고혈압과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84세 남성환자였다. 9월 말 코로나 감염 후 기력이 약해져 누워서 생활했고 욕창이 발생했다. 서울대병원에서 욕창 치료 후 현재는 자택에서 생활하고 계신다.

필자의 경험상 요양병원 간병에 대한 나쁜 뉴스로 자택에서 모시는 경우가 늘었다. 경제적인 이유로, 요양병원 간병에 대한 나쁜 뉴스로 직접 모시는 것이다. 간병하는 보호자는 주로 여성들이 많다. 10명에 7~9명 정도로 보인다.

현관에 들어서니 욕창과 대변 냄새가 났다. 환기되지 않는 공간에 오래 있으면 후각이 마비돼 보호자는 모를 수 있다. 환자가 대변을 본 것은 아닌지 확인 후 바지를 내리고 옆으로 돌려 욕창을 확인했다. 성장인자가 포함된 연고를 사용해서인지 회복 속도가 빠르다. 식사를 잘하는 것도 욕창 치료에 도움이 된다. 테이프 발진이 생겨 주의사항과 함께 약을 처방했다.

간병은 어렵고 힘든 일이다. 언론에 근무하는 지인은 1주간 간병경험 후 야근은 해도 간병은 못하겠다고 했다. 간병비 문제로 인한 간병 파산, 힘든 간병에 의한 간병 감옥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다. 어머니를 14년 이상 모셨던 분은 자신의 삶은 어머니에게 묶여 있다며 미국 시민권자로 비자 연장을 위해 잠시 짬을 내기도 어렵다고 한다. 3일간 어머니를 모신 후 힘들다는 하소연을 들은 적도 있다.

방문진료 대상자는 고령자가 많고 보호자의 나이도 많다. 병원에 입원했으면 의사, 간호사들이 당연하게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고령의 보호자는 어렵다. 두세 차례 설명하고 관련 유튜브 영상을 보여줘도 어려워한다. 젊은 보호자에게 전화로 설명해도 익숙지 않은 용어와 기기 등으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체위 변경, 대소변 받기, 식사 수발, 씻기 등 쉬운 것이 하나도 없다.

폐렴 의심 환자를 치료한 적이 있다. 보호자는 가래를 뽑아달라고 하는데 방문진료 의사가 가래 흡인기를 들고 다니기는 어렵다. 보호자에게 흉부를 두드려 객담 배출하는 법을 알려주고 의료기 상사에서 흡인기를 구매하면 사용법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방문할 때마다 보호자는 같은 질문을 했다. ‘가래는 안 뽑아 주냐고.’ 결국 환자는 폐렴이 악화돼 사망했다. 방문진료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은 기본 의료 지식 및 간병방법 교육이다.

정부는 고령자 대책으로 커뮤니티케어를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2027년까지 시군구별로 재택의료센터를 확대하고 방문형 간호 통합제공센터를 신설한다. 커뮤니티케어 완성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재택의료 숫자를 늘리는 것. 그렇다면 일차의료기관의 참여율이 낮은 이유를 찾아야 한다. 의료진 방문 후 환자를 돌보는 교육도 필요하다. 보호자의 기본 의료 및 간병교육 매뉴얼을 만들어 보급해야 한다.

일본의 간병은 세부적인 매뉴얼이 있다고 한다. 체위 변경하는 법, 화장실 변기에 앉히는 법 등 정부가 추진하는 커뮤니티 케어는 의료·요양·돌봄의 3각 트라이앵글이 존재한다. 의료는 재택의료와 방문간호가, 요양은 요양보호사가, 돌봄은 가족이 담당한다. 돌봄에 관한 매뉴얼을 만들어 돌봄을 담당하는 가족, 보호자를 교육하는 것이 합당하다. 10년간 요양병원, 7개월째 방문진료를 하고 있는 필자의 경험에서 나온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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