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화상 키르기스스탄 환아, 국내 의료진 손잡고 ‘세상 밖으로’
안면화상 키르기스스탄 환아, 국내 의료진 손잡고 ‘세상 밖으로’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12.1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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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의료봉사단 도움으로 한국서 치료
2번에 걸친 대수술 무사히 마쳐…20일 귀국 예정
“크리마스엔 친구들과 얼굴 마주 보며 실컷 놀고파”
알리누르와 최종우 교수(왼쪽에서 일곱 번째)가 성공적인 치료를 기념하며 의료진들과 한자리에 모여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알리누르는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친구들과 얼굴을 마주 보며 실컷 놀고 싶다고 했다. 

안면화상으로 은둔생활을 해오던 키르기스스탄 소년이 국내 의료진이 내민 손을 잡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서울아산병원은 키르기스스탄에서 의료봉사 중 만난 안면화상환자 알리누르(Alinur, 8세·남)의 치료를 무사히 마쳤다고 밝혔다. 알리누르는 건강한 모습으로 20일 본국으로 귀국할 수 있게 됐다.

키르기스스탄은 중앙아시아의 북동쪽에 위치한 국가로 토지의 약 80%가 고산지대로 이뤄져 있다. 지형이 복잡해 교통이 불편한 데다 의료환경이 열악해 주민들이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알리누르는 6살 장난삼아 아궁이에 던진 돌에 얼굴 전체에 화상을 입었다. 키르기스스탄 마나스 지역 시골마을의 허름한 집에 살고 있던 알리누르 가족은 집 보수에 쓰일 화학용 액체를 끓이고 있던 중이었다.

사고로 인해 알리누르는 얼굴 중안부에 3도 화상을 입었으며 화상으로 인한 부기로 첫 3일간은 눈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또 화상 후유증으로 코 모양이 변형되는 영구적인 기형이 생겼다.

그나마 다행히 알리누르가 살고 있는 시골 마을의 유일한 병원에서 10일간 입원치료를 받으며 시력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열악한 의료환경 탓에 병원에서는 흉터가 더 커지지 않게 하는 간단한 치료만 해줄 뿐이었다. 가족들은 매번 월급 3분의 1에 해당하는 큰 비용을 치료에 들였지만 알리누르의 얼굴 흉터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게다가 현지 의료진은 만14세가 넘어야 흉터를 치료하는 수술이 가능하고 가능하면 8번 넘게 대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신마취하에 총 4번의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대규모 수술인 만큼 수술에 자신이 없음을 표했다.

그러는 사이 알리누르는 점점 심리적으로 위축돼갔다. 화상부위가 햇볕에 닿으면 매우 가려워 야외활동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2년간 외부 세상과 벽을 쌓던 알리누르는 7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지역에서 서울아산병원 해외의료봉사단과 만났다. 서울아산병원 해외의료봉사단은 7월 16일부터 3일간 키르시스스탄 수도 비슈케크 지역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펼쳤다. 이번 의료봉사에는 약 15명, 간호사 22명 등 총 46명의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이 참여했으며 3일간 2500여명의 환자를 성공적으로 치료했다.

당시 현장에서 알리누르를 진료한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서현석 교수는 “화상부위가 얼굴인 만큼 아이의 기능적·외형적·심리적부분까지 고려해 치료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한 번의 수술로 끝나지 않는 고도수술인 만큼 한국으로 이송해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낙담하고 있던 알리누르 가족은 망설임 없이 한국행을 결정했고 11월 9일 알리누르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에 필요한 모든 정밀검사를 받고 수술이 가능하다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마침내 13일 성형외과 최종우 교수팀이 알리누르의 이마피판을 이용해 코를 재건하는 1차수술에 성공했다. 화상 흉터 조직을 제거한 뒤 얼굴과 가장 비슷한 색깔과 재질을 가진 이마 피부를 이용해 코를 재건하는 4시간에 걸친 대수술이었다.

이후 3주간의 생착기간을 가진 다음 이달 6일 이식한 피판과 이마와의 연결 부위를 분리하는 2차 수술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이식한 피판이 3주간 생착돼 화상을 입은 피부에서도 정상적이고 독립적으로 혈액이 흐를 수 있게 된 것이다.

8살밖에 되지 않는 어린 나이에도 큰 수술을 무사히 이겨낸 알리누르는 마침내 밝은 미소를 되찾고 20일 건강한 모습으로 귀국할 수 있게 됐다.

알리누르는 “화상을 입은 이후로는 사람들이 내 얼굴을 보는 게 싫어 방 안에서 세계지도를 보며 혼자 노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며 “서울아산병원 선생님들이 예쁜 얼굴을 다시 갖게 해주셨으니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친구들과 실컷 놀고 싶고 어른이 되면 세계지도에서 봤던 나라들을 여행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알리누르의 수술을 집도한 최종우 교수는 “어린 나이에도 알리누르가 큰 수술을 잘 버텨줬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재건부위가 더 자연스러워질테니 화상의 아픔은 잊고 건강하게 멋진 성인으로 자라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알리누르의 치료비용 전액은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서울아산병원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아산병원은 해외의료봉사단을 구성해 의료환경이 열악한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그간 14개국에서 53회의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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