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심부전 악화 환자에게 내린 단비같은 희망
[특별기고] 심부전 악화 환자에게 내린 단비같은 희망
  • 이우석 여수제일병원 심장내과 진료과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12.1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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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석 여수제일병원 심장내과 진료과장

‘노인 인구 1000만명 시대’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만성질환자수의 증가는 필연적이다. 특히 만성질환의 최종 종착역이라 불리는 심부전은 인구 고령화에 따라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2년 대한심부전학회에서 발표한 심부전 팩트 시트에 따르면 국내 심부전 환자는 2002년 0.77%에서 2020년 2.58%로 3배 이상 증가했으며 특히 60세 이상에서 유병률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심부전은 나이가 중요한 위험요인이라는 이야기다.

심부전은 심장기능 저하로 우리 몸에 충분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호흡곤란, 피로감, 운동능력 저하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심부전이 위험한 가장 큰 이유는 치료해도 질환의 악화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심부전의 악화로 인한 입원이 반복될수록 삶의 질은 크게 저하되고 사망률 또한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심부전 치료는 질환 악화에 따른 입원위험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진행한다.

심부전을 진단받으면 가장 기본적으로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심부전 중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박출률 감소 심부전환자는 가이드라인 권고사항에 따라 네 가지 약물로 1차 표준치료를 진행한다. 하지만 환자들의 상당수는 1차 표준치료에도 증상이 악화돼 입원을 반복한다. 안타깝게도 이런 환자의 경우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추가 치료 옵션이 없었으나 최근에는 2차 치료제 옵션이 새롭게 생기면서 심부전 치료에도 희망이 떠오르고 있다. 

새로운 심부전치료제인 베리시구앗은 1차 표준치료에도 심부전 악화를 겪은 환자에서 입원 및 사망위험 감소를 보였으며 실제 환자들에게 처방하면서 그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9월부터는 보험급여가 적용돼 더 많은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처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기존 심부전치료제와는 다른 새로운 기전으로 국내외 주요 학계에서도 1차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에게 1차 치료제와 함께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심부전 악화에 따른 입원으로 사망률이 높은 만성 심부전환자 치료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한 치료제로 평가받고 있다. 

고령의 심부전환자 대부분은 여러 질환으로 이미 많은 약물을 복용하고 있어 약물 간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베리시구앗은 약물 간 상호작용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고령 환자가 많은 심부전에서 유용하다. 또 신기능 저하 및 저혈압 부작용에 대한 부담도 적고 안전성이 양호해 심부전 1차 치료제 사용으로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네 가지 약제를 모두 사용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1차 치료에도 증상이 악화되는 환자들에게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시점에서 치료효과와 안전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은 매일 생사를 앞다투는 심부전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는 전문의 입장에서는 단비처럼 느껴진다. 

이제 심부전도 선택지가 넓어져 다양한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기 시작했다. 새로운 치료제를 통해 반복되는 악화와 입원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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