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수급불안정 해소…정부 역할 강화해야”
“의약품 수급불안정 해소…정부 역할 강화해야”
  • 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3.11.2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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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석·신현영·강은미 의원, ‘의약품 수급불안정 해소 및 안정공급체계 구축을 위한 제도적 방안’ 토론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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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석·신현영·강은미 의원은 오늘(29일) ‘의약품 수급불안정 해소 및 안정공급체계 구축을 위한 제도적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의약품 수급불안정은 오래전부터 제기된 문제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의약품 수급불안정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이에 미국이나 유럽연합 등에서는 의약품 수급불안정 문제해결에 대해 많은 논의를 진행하고 정책적으로도 대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명확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이에 오늘(29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강은미 의원(정의당) 주최로 ‘의약품 수급불안정 해소 및 안정공급체계 구축을 위한 제도적 방안’ 토론회가 개최됐다.

서영석 의원은 “응급실 뺑뺑이에 이어 환자들은 이제 약국 뺑뺑이까지 돌고 있는 실정”이라며 “의약품 수급불안정 문제는 국민 생명과 안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방안이 마련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신현영 의원은 “의약품 수급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을 공고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오늘 토론회가 안전한 의약품 공급시스템을 구축하고 국민건강권을 지키는 초석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강은미 의원은 “의약품 수급불안정은 환자의 시의적절한 치료를 방해한다”며 “의약품 공공성을 기반으로 생산과 공급체계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실비아
박실비아 센터장은 코로나19 이후 의약품 공급안정을 위한 정책과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는 등 중장기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는 고려대약대 최상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토론회 첫 주제발표는 ‘의약품 공급부족 문제와 국내외 정책 동향’에 대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식의약정책연구센터 박실비아 센터장이 발표했다.

의약품 공급부족 문제는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대부분의 국가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오래된 문제이며 지금도 증가하고 있다. 항생제, 항암제를 포함한 다양한 의약품에서 공급부족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주사제, 오래된 제네릭 역시 마찬가지이다. 의약품 공급부족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가능성이 매우 낮거나 거의 없어 정책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은 공급중단 관련 현황을 매년 의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또 기업의 의약품 공급중단 보고의무 확대, 의약품의 국내 제조 증가 및 제조소 다변화, 기업의 품질관리 등급화, 첨단제조기술 지원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유럽 역시 유럽연합 차원에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 국가 간 협력구조를 강화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또 적극적 공급관리를 위한 필수의약품 목록 작성, 투명한 정보공개로 불필요한 혼란이나 사재기를 방지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해외사례가 주는 시사점을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박실비아 센터장은 “코로나19 이후 의약품 공급안정을 위한 정책과 정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동근
이동근 사무국장은 정부주도 관리체계를 마련하고 분산된 콘트롤타워가 아닌 각 부처들이 협력하는 기구를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약품 안정공급을 위한 의약품 생산·공급체계의 공공성’을 주제로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이동근 사무국장이 발표했다.

현재도 해열진통제, 천식치료제, 비염약 등 필수의약품을 약국에서 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치료필수성이 낮은 의약품도 품절사태가 계속돼 의료현장은 고통받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상황이 나아졌다고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식약처·복지부는 의약품 수급불안정 대응 민관협의체(복지부 식약처, 심평원 등)를 개최해 여러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해당 기구는 법적 기반 기구가 아니라 조치사항이 결정되더라도 실질적으로 반영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실제로 민관협의체에서 제약사의 생산 독려, 의료계에 사용량 조정 요청 등 조치사항을 결정했지만 반영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동근 사무국장은 현 상황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모든 의약품 공급을 시장기능에만 맡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가 지금처럼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 현 상황은 수정·보완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근 사무국장은 “정부주도 관리체계를 마련하고 분산된 콘트롤타워가 아닌 각 부처들이 협력하는 기구가 돼야 한다”며 “임시가 아닌 상시 민관협의기구도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패널
패널토론에서는 국내 필수의약품의 품절 원인, 정부대응 등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

패널토론에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광희 보험유통본부장,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은영 이사,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남후희 과장, 한국 희귀·필수의약품센터 필수의약품지원본부 안명수 수석부장, 한국민중건강운동 김선 코디네이터 등이 참석했다.

정광희 보험유통본부장은 국내 필수의약품 품절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들었다. 먼저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기조 유지이다. 정부정책으로 인해 제약사는 저렴한 해외원료를 구입해 사용하며 원료의약품 자급도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국내 기업은 다국적회사의 상품을 판매하며 외형을 유지하는 데 급급했다는 주장이다.

둘째, 원가상승 대비 지속적인 약가하락이다. 전체적인 생산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약가는 절반가량 떨어지고 있어 제약사가 이러한 고통을 감내하며 필수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원료의약품 품절 문제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지속적인 생산원가 상승 및 약가 인하 정책으로 제약사는 저가의 해외원료를 대체해 사용했다. 이에 따라 원료자급도는 지속적으로 하락했으며 해외에서 원료공급이 중단되거나 제한적으로 공급되면 완제품의 생산도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정광희 보험유통본부장은 “지속적인 약가인하로 제네릭을 비롯한 심각한 필수의약품 공급 불안이 발생한 스위스와 같은 길을 걸을 필요는 없다”며 “생산원가 상승에 따른 임시적 약가인상보다는 영구적 약가인하 정책으로 수급 불안정 사태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등 적절한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료의약품 자급도 상향 없이는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화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후희 과장은 정부도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해당 사안은 여러 주체의 협력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인지해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대책을 마련하고 체계를 개선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급불안정 문제가 있는 개별 약품에 대해서도 대응조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후희 과장은 “현재 수급불안정 문제를 반영한 공급중단 리스트를 마련하고 있으며 공급뿐 아니라 수요와 관련한 이슈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 약사회와 협의해 균등분배 대상 리스트를 약사들에 전달하고 약사회의 협조를 통해 재고량을 과다보유했다면 반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로 남후희 과장은 제약사 측에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는 “수급불안정과 관련해 각 주체에서 불안을 가중시키는 모습도 보인다”며 “제약사 측에서 부족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공급을 바로 중단하기보다는 정부 측에 사전 현황을 알려주고 정부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사전에 협의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의약품 수급불안정 문제의 원인과 영향

의약품 공급부족 문제는 ▲제조상 문제(제조 지연, 시설 문제 등) ▲품질 문제(행정조치, 출고 차질 등) ▲원료공급의 부족 ▲수요 급증(환자 수 증가, 가이드라인 변경 등) ▲수익성 낮은 제품 정리, 제조시설 폐쇄 ▲기업 인수합병에 따른 제품 조정, 제조시설 감소 ▲제조 품질관리에 대한 투자, 관심, 보상 미흡 ▲의약품 생산, 공급의 국제분업 구조, 제조원가 낮은 곳으로 제조시설 이전, 아웃소싱 증가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의약품 공급부족으로 인해 환자 진료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또 대체의약품 사용으로 치료 질 저하, 부작용 우려, 의료전문가의 추가 노동 발생, 추가비용 발생, 의료체계에 대한 불만족 등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외동향을 참고해 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의 역할강화, 산업계를 포함한 공급망의 이해관계자들의 역할과 활동조정, 의약품공급망에 대한 지식과 정보력을 높여 공급문제 대응의 실효성 제고, 공급부족에 관한 정보의 투명성을 높여 시장 내 불필요한 혼란 방지, 중장기적 관점의 게획과 자원 투입 등의 구체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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