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2023 국감, 여전한 국회의원 ‘호통’ vs 피감기관 ‘죄송’
[기자의 눈] 2023 국감, 여전한 국회의원 ‘호통’ vs 피감기관 ‘죄송’
  • 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3.11.0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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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선 기자

얼마 전 2주간의 2023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가 끝났다. 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인 건강을 중심으로 보건·의료·복지정책을 총괄하는 위원회인 만큼 날카로운 질의와 답변, 호통과 반성이 이어졌다. 

국감기간 내내 국회의원들은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각 기관의 잘못을 질타하는 데 여념이 없었고 이에 대해 제대로 답변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은 기관장들은 안절부절못하며 식은땀을 흘렸다.

보건복지부 감사를 시작으로 막이 오른 올해 국감에서는 ‘의대정원 확대 및 의료취약지 의대 신설’ ‘후쿠시마산수산물’ ‘마약’ 등이 화두에 올랐다. 

먼저 국감에서 여야가 입을 모아 의대정원 확대와 의료취약지 의대 신설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정작 구체적인 실현방법은 논의조차 못했다. 강은미 의원(정의당)이 의대정원 확대에 반대입장인 의협회장을 국감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채택되지 않았고 전국 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도 성명을 내고 정원 확대에 반대한 것. 

지영미 질병청장은 ‘후쿠시마오염수 용역보고서’ 비공개가 정치적 목적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으며 진땀을 뺐다. 이어 오유경 식약처장을 대상으로 현 정부의 마약류관리정책이 부실하다는 비판과 함께 관리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그런데 갑자기 한 야당의원이 “자료를 재차 요구하자 식약처가 국정원을 동원했다”고 발언하면서 갑자기 국감장이 술렁이기도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에게 이태원참사에 대해 특별모금은 왜 외면했냐며 강하게 질책했고 당황한 답변자에게 “앉으세요!”라며 답변조차 듣지 않고 질의를 마무리하기도 했다.

한 해의 나라살림을 평가하는 국감이 정말 이런 식으로 진행돼도 괜찮은 걸까. 국감은 국회의원들에게 있어 자신을 국민에게 가장 크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이다. 하지만 그 전에 나라살림을 지극히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평가하고 감사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따라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잘한 부분에 대해서는 격려를, 잘못된 점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지적함으로써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해야 한다.

매년 국감이 비슷한 분위기로 흘러가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서일까. 유독 올해는 의원들이 자신을 부각하기 위해 합리적이기보다는 자극적이기를, 냉정하기보다는 여과 없이 감정을 표출하는 데만 열을 올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심지어 기관운영 전반에 관한 점검과 비판을 떠나 답변자의 ‘목소리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호통을 치거나 잘못된 자료를 바탕으로 무조건 질타하는 의원들. 

물론 각 기관이 잘했던 일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의원도 있었고 잘못한 일에 대한 비판을 통해 채찍질하는 의원도 있었다. 무엇보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한 다음 묻고 경청하는 귀가 그리웠다. 

국감현장에서 취재하면서 가장 크게 들었던 의문은 ‘도대체 의원들은 왜 질문을 하는 걸까’라는 것이었다. 질의는 하면서 답변을 제대로 듣는 의원은 극히 드물었고 아예 들으려는 생각조차 없는 의원이 대다수였다. 의원들의 호통과 질책은 이어지는데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감기관은 해명기회조차 없이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국감, 과연 정상일까. 

“엄마, 국회의원들은 다 저래?”

혹시 놓친 부분이 있나 싶어 귀가 후 녹화영상을 다시 보는 중 둘째가 한 말이다. 국감이 아니라도 평소 의원실의 지적과 요구에 따라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이 부지기수이다. 이제는 국감장에서만이 아니라 국민의 종복이라는 사명을 갖고 평소 제대로 일하는 의원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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