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10년…소아응급체계로 재편해야
유명무실 10년…소아응급체계로 재편해야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10.2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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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안 바뀌는 복지정책] 달빛어린이병원

올해 어린이날, 고열을 앓던 5살 어린이가 119구급차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병실부족이 원인으로 4개 병원에서 입원을 거부당했으며 5번째 병원에서 ‘급성폐쇄성후두염’으로 진단받았습니다. 이후 귀가한 아이는 호흡곤란을 호소, 응급실로 향했지만 안타깝게 사망했습니다. 아이의 보호자는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5개 병원 중 한 곳이라도 입원치료가 가능했다면 이처럼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호소했습니다. 헬스경향은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데도 ‘참 안 바뀌는 복지정책’이라는 기획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제는 ‘달빛어린이병원’입니다. <편집자 주>

달빛어린이병원은 평일 오후 11시, 오후 6시까지 운영되는 어린이진료센터다. 하지만 낮은 수가와 적자운영으로 병의원 참여가 저조한 실정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달빛어린이병원은 평일 오후 11시, 오후 6시까지 운영되는 어린이진료센터다. 하지만 낮은 수가와 적자운영으로 병의원 참여가 저조한 실정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다.” 김포시에 거주 중인 박연우 씨(가명)는 3달 전 4세 아이가 고열을 동반한 구토증상을 호소, 응급실에 방문했지만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 결국 다음날 소아전문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이는 비단 그에게만 국한된 상황이 아니다. 맘카페에는 ‘응급실 거부’ ‘병상부족’ 등의 키워드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결국 보호자들은 소아과전문병원이 문을 열기 전 새벽부터 줄을 서는 ‘소아과 오픈런’을 하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2014년부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야간 및 주말·휴일에 진료할 수 있는 ‘달빛어린이병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미 대한아동병원협의회를 중심으로 무용론이 제기된 상황.

달빛어린이병원은 광역자치단체가 지역 내 병·의원의 신청을 받아 지정·운영하는 어린이진료센터로 18세 미만 환자를 평일 오후 11시, 휴일 오후 6시까지 진료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저출산과 낮은 수가로 실제로는 신청하는 병·의원이 거의 없다. 현재 달빛어린이병원은 전국 50곳에서 운영 중이지만 33곳만 11시까지 진료 중이다.

■전남·전북, 단 한 곳도 없어

게다가 지역별 편차가 너무 심하다는 것도 문제이다. ▲서울 2곳 ▲경기 12곳 ▲부산 2곳 ▲대구 1곳 ▲인천 1곳 ▲광주 1곳 ▲대전 2곳 ▲세종 1곳 ▲충북 2곳 ▲충남 2곳 ▲경남 5곳 ▲제주 2곳 등이다. 울산, 강원, 전남·북, 경북 등에는 단 한 곳도 없다.

달빛어린이병원은 꼭 필요한 복지제도이다. 하지만 올해 10년을 맞은 이 사업에 관한 전수조사는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경기 북부에서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유일하게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 중인 의정부튼튼어린이병원 최용재 병원장은 “적자 운영 중지만 다른 진료수익으로 달빛어린이병원의 손실을 충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해외, 정부에서 관리·감독

반면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아동소아응급체계를 제도화해 진료사각지대를 없애고 있다. 먼저 영국은 우리나라의 달빛어린이병원과 유사하게 2000년부터 일반의(GP)가 24시간 야간·휴일 일반의 진료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영국은 전화상담, 즉 비대면진료를 적극 활용한다. 대면진료 외에도 응급상황이 아니면 ‘NHS 1113’을 통한 전화상담이 가능하다. 서비스에 참여하는 일반의는 정부로부터 총예산의 6%를 추가 인센티브로 받는다. 이밖에 우리나라와 달리 계약관리를 하는 임상위원회는 한 달에 한 번 성과를 보고받고 환자를 통해 사실을 확인한다.

일본은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정부와 지역별 의사단체의 협의를 통해 현재의 소아의료진료(이하 AHC)모델을 수립했다. 오사카에서는 국민건강보험에서 진료비를 전액 지급하는데 경증소아환자가 지역 AHC진료소를 거치지 않고 응급실에 방문하면 추가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대한아동병원협회 박양동 회장은 “병원에서 밤 11시까지 진료할 경우 직원들은 자정에 퇴근해야 하는 구조”라며 “정부가 일괄적으로 운영비 2억원 지원정책을 발표했지만 언 발에 오줌누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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