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강아지도 디스크(추간판탈출증)에 걸린다고?
[특별기고] 강아지도 디스크(추간판탈출증)에 걸린다고?
  • 엄태윤 24시 당신의 동물의료센터 부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9.0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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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 24시 당신의 동물의료센터 부원장

디스크는 장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하는 현대인들의 대표적인 고질병이다. 단순히 허리만 아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디스크는 심한 경우 마비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다. 그만큼 많은 주의가 필요한데 문제는 이러한 디스크가 강아지에게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강아지 디스크라고 불리지만 질환의 정식 명칭은 ‘추간판탈출증(IVDD - lntervertebral disc disease)’이다.

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재의 역할을 한다. 이러한 디스크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손상돼 척수관 내부로 돌출 또는 탈출하면서 척수신경을 압박해 다양한 신경증상을 유발하는 것이다.

흉요추 추간판탈출증으로 인해 나타나는 대표적인 임상증상은 허리 통증과 마비이다. 상태에 따라 가벼운 허리 통증부터 심하면 다리가 마비돼 일어서지를 못하거나 걷지 못하고 배변·배뇨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상태가 더 악화되면 다리 심부에 가해지는 통증도 느끼지 못할 만큼 중증 마비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사람의 디스크가 척추관절의 노화나 물리적인 충격에 의해 발생하는 것처럼 강아지 역시 나이 들면서 발생하는 퇴행성변화 때문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연골이영양성 품종으로 불리는 닥스훈트, 페키니즈 등의 품종에서는 유전적인 영향으로 인해 두 살 이전의 어린 나이에도 디스크가 퇴행성으로 변화해 작은 충격에도 디스크가 파열, 손상될 수 있다. 따라서 이들 품종을 키우는 보호자렴 더욱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추간판탈출증은 상태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기본적으로 ▲디스크 바깥쪽의 섬유륜이 파열돼 내부 물질인 수핵이 척수강 내로 탈출하는 1형과 ▲섬유륜이 척수강 쪽을 향해 부분적으로 돌출되는 2형으로 나뉘며 이에 따라 치료방법이 세분화된다.

치료는 보존적으로 약물과 운동 제한, 재활치료로 진행하거나 수술로 탈출한 디스크 물질을 제거, 척수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는 감압치료로 나뉜다. 보존적 치료는 주로 경미한 통증이나 다리의 불편감 정도에 그치는 경우 시행된다.

한편 만성적으로 디스크에 의한 신경 압박이 심하지만 증상은 경미한 경우가 있다. 이때는 보존적 치료를 먼저 시도하는 것이 추천된다. 또 디스크 물질을 수술로 제거하기 어렵거나 디스크 물질이 실질 자체를 압박하지 않고 신경 손상만 일으킨 경우에도 보존적으로 치료하게 된다. 보존적 치료에도 증상 개선이 없거나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 또는 중증의 신경장애를 동반, 디스크에 의한 척수 압박이 심해 추가적인 척수 손상이 우려된다면 이를 예방하기 위한 외과적인 감압술을 진행한다.

만일 다리의 심부 통증이 소실됐다면 24시간 이내 감압술을 진행할 경우 평균적으로 60~90%에 이르는 회복률을 보인다. 하지만 보존적 치료 시 절반 이하의 낮은 회복률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치료방법과 시기를 정확하게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강아지 디스크 치료의 핵심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정확한 검사와 진단에서부터 시작된다. 특히 신경다발들이 얽혀 있는 척추질환수술인 만큼 성공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CT, MRI검사와 같은 첨단의료장비를 통해 정밀검사를 시행해야 하며 숙련된 의료진에게 수술받아야 한다.

끝으로 강아지 디스크 예방을 위해서는 체중관리를 통해 비만을 예방하고 두 발로 서거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등의 과격한 행동을 최대한 자제시키는 것이 좋다. 특히 추간판탈출증 발병률이 높은 닥스훈트나 웰시코기 같은 연골이영양성 품종의 보호자라면 지속적으로 반려견의 척추 상태를 관찰하고 디스크 예방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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