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연지곤지 ‘홍화(紅花)’…혈액순환엔 이만 한 것도 없다
[한동하의 식의보감] 연지곤지 ‘홍화(紅花)’…혈액순환엔 이만 한 것도 없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8.1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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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과거 전통혼례에서는 신부의 볼에 연지라는 붉은 점을 찍었다. 연지는 홍화라는 붉은 꽃으로 염색을 한 것이다. 홍화는 예로부터 염료뿐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도 약용해 왔다. 그중 홍화씨는 특히 뼈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오늘은 홍화와 홍화씨의 효능에 대해서 알아보자.

홍화(紅花, Carthamus tinctorius)는 국화과 잇꽃속 잇꽃종의 한해살이 식물이다. 이집트가 원산지로 지금은 전 세계에 퍼져 있다. 우리말로는 잇꽃이라고 한다. <본초강목>에는 홍람화(紅藍花)라는 이름으로 나오는데 ‘꽃이 붉은색(紅)이고 잎은 쪽잎과 유사하기 때문에 남(藍)이라는 이름을 지니게 됐다’라고 했다.

옛날에는 홍화꽃으로 연지(臙脂)를 만들었다. <본초강목>에는 ‘꽃은 햇볕에 말려서 진홍색으로 염색하거나 연지(胭脂)를 만든다’고 했다. 연(胭) 자는 연(臙) 자를 간편하게 쓴 글자다. 연지는 물에 적셔서 두진이나 중이염의 약으로도 썼다.

문헌에 보면 달걀노른자와 주사로 만든 건연지(乾臙脂)라고 나오는데 여기에는 홍화가 들어가지 않는다. 또 면연지(綿臙脂)라고 해서 순면(純綿)에 홍화의 붉은 즙을 흡수시켜 만들어 놓았다. 건연지나 면연지는 볼에 연지로 붙이기도 하고 약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홍화는 맛이 맵고 성질은 따뜻하고 독은 없다. <본초강목>에는 ‘색이 붉어서 심(心)으로 들어가서 혈(血)을 자양(滋養)한다. 당귀와 함께 쓰면 피를 만든다’고 했다. <본초정화>에는 ‘홍화는 간경(肝經)의 혈분(血分) 약이다’고 했다. 홍화가 혈액질환을 치료하는 약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홍화는 어혈(瘀血)을 풀면서 동시에 보혈한다. <본초강목>에는 ‘많이 쓰면 어혈을 깨뜨리고 적게 쓰면 혈을 자양한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홍화를 약에 넣을 때에 2분(分, 푼)이면 심(心)에 들어가서 양혈(養血)한다’고 했다. 문헌에서의 ‘적게’는 보통 2푼(0.8g) 정도, ‘많이’는 한번에 1냥(37.5g) 정도까지다. 보통 치료목적으로는 1회 2~4g 이내로 처방한다.

홍화는 심장병을 치료한다. <향약집성방>에는 ‘지속적인 심통을 치료한다. 홍화를 잎사귀까지 물에 달여 복용한다’고 했다. 홍화는 어혈을 제거해서 혈전을 예방하고 심혈관질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과 관련된 흉통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홍화는 혈맥(血脈)을 통하게 하며 혈액순환을 촉진한다. <본초강목>에는 ‘남자의 혈맥을 운행시키고 여자의 월경을 나오게 한다’고 했다. <향약집성방>에는 ‘높은 곳에서 떨어져 가슴 아래에 어혈이 생긴 증상을 치료한다’고 했다. 어혈(瘀血)은 제반 혈액순환장애에 의한 혈관의 문제와 혈액의 문제를 모두 포괄한다. 홍화는 타박상에 의한 통증, 피멍제거, 종기 등에 다용됐다. 홍화는 어혈을 제거하는 데 가장 흔하게 처방하는 약재 중 하나다.

<본초강목>에는 ‘62종의 풍병(風病)과 뱃속이 찌르듯이 아픈 증상들을 치료한다’고 했다. 이것을 보면 홍화가 아주 다양한 증상들을 치료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두 혈액순환 관련 증상으로 볼 수 있다. 이때 홍화를 물 대신 술에 넣어 달여서 복용한다고 했는데 어혈을 제거하는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이다.

한약은 술에 넣어 달이기도 한다. 예를 들면 타박상이나 피멍 등 교통사고 후유증에 많이 처방하는 당귀수산(當歸鬚散)은 주수상반(酒水相半)해서 끓여 먹는다고 했다. 주수상반이란 바로 술과 물을 절반을 섞으라는 의미다. 술을 넣는 이유는 약물의 유효성분을 빠르게 흡수하고 혈액순환 또한 촉진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홍화는 보통 술에 넣어 쓰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본경소증>에는 ‘홍람화주(紅藍花酒)는 한 가지 약만 술에 담가서 쓴다. 이것은 혈액을 순환시키며 풍을 몰아내고 반대로 풍을 몰아내면서 혈액을 순환하여 혈을 조절하고 풍을 저절로 없어지게 한다’고 했다. 실제로 홍화의 주된 유효성분은 수용성으로 알코올에도 추출이 잘 된다. 홍화주를 만들어 먹어도 좋다.

홍화는 여성의 출산 후 자궁질환에 다용됐다. <본초강목>에는 ‘출산 후 혈운(血運)으로 이를 악물고 있는 증상, 배 속의 악혈(惡血)이 다 빠져나오지 않아 옥죄듯 아픈 증상, 태아가 배 속에서 죽은 증상 등에는 모두 술에 달여 복용한다’고 했다. 과거에는 출산 후 태반이나 오로(惡露)가 제대로 빠져나오지 않는 증상에 다용됐다.

홍화는 진통작용과 함께 종기에도 좋다. <본초강목>에는 ‘통증을 멎게 하고 종기를 흩어 낸다’고 했다. 또 ‘온갖 종기에 홍화를 쪄서 찧어 낸 즙을 복용한다’고 했다. 이러한 효능 또한 혈액순환 촉진과 관련이 있다. 발진이나 종기에 연지를 물에 적셔 붙이기도 했다.

홍화에는 수용성의 홍화 황색색소와 카타민(carthamin)이라는 불용성의 적색색소가 있어 염료로도 많이 사용됐다. 특히 홍화의 황색색소(safflor yellow)는 ▲항응고 ▲항혈전 ▲심혈관질환 예방 ▲항염증 ▲항산화 등의 작용을 나타낸다. 색소 자체가 약이 되는 셈이다.

홍화씨도 약으로 다용됐다. 홍화씨는 홍화와 비슷한 효능이 있으면서도 효능에 차이가 있다. 옛날에는 전(煎)을 붙이는 데 기름으로 쓰였고(조선, 조사십이집) 수레 등의 기계로 사용하거나 촛불이나 호롱불을 밝히는 데도 사용됐다(조선, 임원경제지). 최근에는 주로 골절이나 골다공증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문헌상 그 근거를 찾아볼 수 있는데 <광제비급>에는 ‘뼈가 부러지고 힘줄이 끊어진 데는 홍화씨를 알맹이만 발라 술에 타서 먹는다’고 했다. <단방비요 경험신편>에는 골상(骨傷) 편에 ‘홍화씨를 가루 내어 술에 타서 먹는다’고 했다. 술에 타서 먹는다는 것 역시 유효성분의 추출을 용이하게 하고 흡수를 촉진하는 데 있다. 따라서 홍화씨는 뼈와 힘줄이 손상된 것에 좋다고 할 수 있다.

홍화씨에는 리놀레산을 비롯한 다량의 불포화지방산과 토코페롤 및 식물성 스테롤성분이 함유돼 있다. 또 리그난 및 플라보노이드 등의 폴리페놀 화합물이 포함돼 있어 항암, 항산화, 항염증, 피부세포 증식 등의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골절 회복촉진, 골다공증 및 골손실 억제, 지질대사 개선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연구돼 왔다.

단 홍화는 출혈을 일으킬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본초정화>에는 ‘너무 많이 쓰면 출혈이 그치지 않아 사망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홍화는 혈액이 너무 묽고 지혈이 잘 안 될 때는 사용하면 안 된다. 예를 들면 혈액 응고장애나 혈소판감소증, 수술 직전이나 또는 직후 등에는 복용하면 안 된다. 또 생리 중(특히 과다월경 시), 임신계획 중, 임신 중(유산 가능성)에는 복용하면 안 된다. 홍화씨도 마찬가지다.

뜨거운 물에 홍화잎을 넣어 보면 금세 붉은 주황색 색소가 녹아난다. 홍화를 작은 티백에 넣어 뜨거운 물로 우려 차로 마셔보자. 물에 넣고 끓여도 좋고 홍화주를 담가도 좋다. 홍화씨는 기름을 내 먹거나 가루로 만들어 환을 지어 먹어도 좋다. 특히 혈액순환엔 홍화만 한 것도 없다. 붉은 꽃 홍화(紅花). 우리 몸의 건강도 붉게 물들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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