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수술 전 환자·보호자에게 A부터 Z까지 다 설명하죠”
“심장수술 전 환자·보호자에게 A부터 Z까지 다 설명하죠”
  • 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3.07.03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안혁 중앙보훈병원 흉부외과 교수
안혁 교수
안혁 교수는 “심장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보호자에게 현재 받는 수술과 관련한 모든 사항을 자세히 설명하고 불안감 없이 수술에 임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보훈병원은 국가유공자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산하 의료기관이다. 특히 국내 심장판막 최고 권위자인 안혁 교수를 영입한 후 심장질환 등 중증환자 치료 역량을 강화, 고령 유공자들에게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안혁 교수는 서울대병원 흉부외과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국내 최초로 심장판막성형술을 성공, 심장수술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2019년 중앙보훈병원 합류 후 이듬해 병원이 개원 이래 첫 심장수술 100례를 돌파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안혁 교수를 직접 만났다. 

- 중앙보훈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계기는.

1985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의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소위 나라의 녹을 먹었다. 나라의 도움을 받고 지냈으니 정년퇴직 후 국가유공자를 위해 봉사하는 것도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자리를 옮기게 됐다.

무엇보다 중앙보훈병원은 생긴 지 오래됐지만 심장수술에서는 실적이 좋지 않았다. 수술할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간 수술이 필요한 국가유공자들은 다른 대학병원에 의뢰해 수술을 진행했었다고 한다. 국가유공자를 위한 큰 병원이 있는데도 환자를 다른 곳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 참 안타까웠다. 중앙보훈병원에 합류한 이후 심장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의뢰하는 일은 줄게 됐다. 

- 고령화로 심장판막질환자가 늘고 있다. 이 질환은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  

심장에는 대동맥판막, 폐동맥판막, 승모판막, 삼첨판막 등 4개의 판막이 있다. 판막은 피가 한 방향으로만 흐르게 하는 일종의 여닫이문 같은 기능을 하는데 노화가 진행되면 처음의 탄력성을 잃고 주변에 칼슘이 달라붙어 딱딱하게 변하는 등 일종의 퇴행성변화가 진행된다. 특히 판막이 좁아지는 협착증이나 피가 역류하는 폐쇄부전증이 발생하면 판막이 기능을 잃게 된다. 이 경우 망가진 판막을 교체하거나 기능을 회복시켜주는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은 ▲판막을 삽입하는 판막삽입술과 ▲판막기능을 회복시키는 판막성형술 등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는데 각기 일장일단이 있다. 

판막삽입술에는 인공판막, 기계판막, 조직판막삽입술이 있으며 인공판막은 몸 속에서 이물질로 인식돼 여러 가지 합병증(혈전증, 심뇌막염, 뇌수막염, 심부전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기계판막은 혈액이 달라붙으면 혈액이 제 기능을 못 하기 때문에 평생 항응고제를 복용해야 한다. 조직판막은 항응고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판막의 수명이 10~15년밖에 안 된다는 단점이 있다. 판막성형술은 부위에 따라 대동맥판막성형술, 폐동맥판막성형술, 승모판막성형술, 삼첨판막성형술로 나뉜다.

- 심장판막성형술을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어떤 수술인가.

심장판막성형술은 ‘상실된 판막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성형수술’이다. 판막에 연결된 끈의 끊어진 부분을 잘라내고 연결부위를 다시 연결, 늘어난 부분을 줄여준다. 자신의 판막조직을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피가 새지 않게 하는 수술로 인공판막삽입술보다 혈역학적(혈액순환의 흐름)으로도 유리하다.

-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나.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 대부분은 국가유공자, 특히 월남전 참전용사들로 70대 이상 고령환자들이다. 지난해 심장판막증으로 수술받은 한 어르신(81세)은 그간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한 상태였는데 다행히 심장판막성형술을 무사히 마치고 상태가 호전됐으며 지금도 외래진료를 받고 계신다.

- 심장수술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항은.

고령층은 대부분 동반질환을 갖고 있고 이는 수술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수술 전 동반질환 여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하며 동반질환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을 어떻게 방지할 수 있는지 등도 체크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술에 대한 설명이다. 환자나 보호자들은 심장수술이 무엇인지, 어떻게 진행되는지 정확히 모른다. 또 수술 전 어떤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지, 합병증이 왜 생길 수 있는지 이해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단 환자에게 수술사망률을 강조하면 불안감이 심해져 전날 제대로 못 자는 분들이 많다. 수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되 환자가 불안해하지 않고 수술에 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심장수술을 할 흉부외과 의사들이 줄고 있다. 후배들에 전하고 싶은 말은.

흉부외과 기피는 예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온 문제다. 수련환경, 당직근무 등 여전히 흉부외과 근무환경은 열악하며 심지어 ‘3D업종’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보수체계가 미흡하다는 것도 문제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 이상 신념이나 사명감만을 후배들에게 강요할 수도 없다. ‘아무리 돈이 안 되더라도 신념과 사명감을 갖고 해야지’라는 선배들의 얘기는 이제 안 통한다.

물론 지금도 뜻을 갖고 지원하는 후배들이 있지만 이 숫자로는 안 된다. 흉부외과의 열악한 환경과 어려운 수술이라는 점, 그럼에도 국민건강을 위해선 꼭 필요한 분야라는 것을 전 국민이 이해하고 마땅한 보상이 정책적으로 마련돼야 지원률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끝으로 심장건강에 관해 당부의 한마디 부탁한다.

고령화로 앞으로 심장질환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주요 심장질환들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들을 잘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대동맥판막협착증은 판막이 오래되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판막질환이다. 무엇보다 평소 숨이 차면 나이 들어서 그러려니 가볍게 넘기지 말고 증상이 지속되면 꼭 심장내과 진료를 받아볼 것을 당부한다. 특히 어지럼을 느끼거나 가슴이 아프면 이미 위험한 상태까지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평소 심장검사를 꾸준히 받을 것을 권한다. 

대동맥류도 주의해야 한다. 동맥류는 동맥에 생긴 주머니로 혈관의 일부가 늘어나 풍선처럼 보이는 것을 말한다. 뇌, 심장, 하지 등 우리 몸에 있는 동맥 어디에나 생길 수 있는데 대동맥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 특히 대동맥류는 흉부보다 복부에서 발생위험이 더 높다고 알려졌다. 대동맥류는 터지면 즉사에 이를 수 있지만 평소 아무런 증상이 없어 더 위험하다. 고령층은 별 이상이 없어도 한 번쯤 꼭 복부 CT를 찍어보는 것이 좋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