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수용 의무화 정책, 현실성 있나
응급실 수용 의무화 정책, 현실성 있나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6.29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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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뺑뺑이’ 막을길 없을까
정부가 연이은 ‘응급실 뺑뺑이’ 사망사건 대책으로 수용 의무화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의료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환자 수용을 의무화할 경우 의료 질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정부가 연이은 ‘응급실 뺑뺑이’ 사망사건 대책으로 수용 의무화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의료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환자 수용을 의무화할 경우 의료 질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결국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벌써 3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3월 대구의 한 건물에서 추락한 10대 학생이 2시간 동안 병원 5곳의 응급실을 찾다가 사망했으며 어린이날에도 고열에 시달리던 5세 아이가 병상이 없어 귀가한 다음 날 사망했다. 이후 5월 30일 경기도 용인에서 차량에 치인 70대가 수술 가능한 중환자실을 찾았지만 2시간여 만에 숨지는 비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증환자 쏠림현상이 응급실 부족원인

응급환자치료의 핵심은 골든아워 내에 치료기관에 도착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중증응급환자의 적정시간 내 최종 치료기관도착률은 49.6%에 그쳤다. 절반은 환자이송단계에서 골든아워를 놓치는 것. 조선대병원 신경과 안성환 교수는 “언론에 보도된 사건은 극히 일부”라며 “충남 논산의 뇌졸중환자가 병원이 없어 광주시의 병원까지 온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응급실에서는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이하 KTAS)’를 활용해 중증도를 판단한다. 2021 응급의료통계연보에 따르면 응급실환자 중 경증환자(KTAS 4·5레벨)가 74%에 달했고 중증환자(KTAS 1·2레벨)는 3.6%에 불과했다.

최근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권역응급의료센터는 경증환자를 수용하지 않고 하위의료기관으로 분산하는 이원화제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5월 31일 ‘응급의료 긴급대책’ 논의를 통해 지역 응급의료상황실을 설치하고 병상이 없는 경우 경증환자를 빼서라도 병상 배정을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그 후속조치로 복지부는 ‘제5기(2024~2026년) 상급종합병원 지정계획’을 발표, 내년부터 경증환자의 하급병원 전원비율을 상급종합병원 평가기준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제한된 권역응급의료센터, 제 역할 못해

중증외상환자를 담당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 역시 문제가 심각하다. 복지부는 2012년 외상환자 예방가능사망률을 35.2%에서 선진국 수준인 20%로 낮추기 위해 권역응급의료센터사업을 시행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응급환자 중심으로 최종치료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으로 복지부가 지정하며 현재 41곳(민간 31곳, 공공 10곳)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중증응급의료 실태조사’를 통해 권역응급의료센터의 기능이 제한적이고 지역별로도 격차가 있음을 밝혀냈다. 경실련이 권역응급의료센터 신경외과·흉부외과·소아청소년과의 100만명당 전문의 수, 24시간 대응가능 여부, 뇌졸중·심근경색증환자의 병원 내 사망률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 전남·경북·충남·부산·제주·세종은 의료인력과 24시간 중증응급환자 대응이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실적으로 권역외상센터가 원활히 돌아가기 위해서는 20명 이상의 의료진이 필요하다. 하지만 잦은 소송과 열악한 근무환경 탓에 의료진이 권역외상센터를 탈출하고 있는 현실이다. 실제로 권역외상센터 전문의들의 월 당직일수는 15~20일에 달하며 대다수가 계약직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권역외상센터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60명이 당직을 서면서 대기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며 “무조건적인 수용보다는 병상 일부를 항시 비워 외상환자 발생 시 입원과 수술이 자연스레 연결되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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