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탐구생활] 인산염 논란의 이중 잣대
[먹거리 탐구생활] 인산염 논란의 이중 잣대
  • 김종수 기자
  • 승인 2014.01.08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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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산염 논란으로 커피업계가 시끌시끌하다. 남양유업이 인산염을 뺀 커피믹스를 출시하면서 괜한 첨가물 불신을 조장한다는 주장과 과도한 인산염 섭취를 줄여야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쉽게 말해 인산염은 가공식품을 보기 좋고 먹기 좋게, 또 보관하기 좋게 하기 위해 첨가하는 화학적합성물이다. 제품에는 산도조절제라는 이름으로도 표기된다. 커피믹스에 인산염을 넣는 것은 원료가 잘 섞이고 산도를 조절하려는 이유도 있지만 이른바 ‘바디감’을 좋게 해 커피맛을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

식품회사가 제품에서 인산염을 빼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즐겨먹는 햄과 소시지, 어묵, 콜라, 심지어 두유와 슬라이스 치즈에 이르기까지 상당수 가공식품에 인산염을 넣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문제는 인산염이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각각의 제품에 사용되는 소량의 인산염 자체야 문제없겠지만 안 넣는 식품이 드물다보니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과잉섭취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이 섭취하면 칼슘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 골다공증을 유발하고 심지어 폐암을 촉진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섭취를 제한하거나 사용량을 제품에 표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남양유업이 인산염을 대체할만한 천연추출물을 개발했다는 노력은 높이 평가할 일이다. 문제는 제품별로 잣대가 다른 남양유업의 태도다. 불과 두 달 전 기자가 어린이치즈 기사를 쓸 때만 해도 남양유업은 자사 어린이치즈에 넣은 인산염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어린이치즈 속 인산염은 쉬쉬하면서 커피믹스에 있는 인산염에만 유독 관심이 많은 건 씁쓸한 일이다.

엄마들은 아직도 어린이용 가공치즈를 ‘칼슘의 보고’ 또는 ‘키성장용 핵심 먹거리’로 인식하고 있다. 남양유업이 꼼수마케팅논란을 잠재우고 국민건강을 위해 대체천연물 개발에 투자하는 착한 기업으로 칭송받기를 원한다면 전 제품에 동일한 기준을 갖는 자세가 필요하다. 소비자가 직접 보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제품에 인산염 종류와 함량을 표시하는 유제품업계의 ‘리딩 컴퍼니’ 남양유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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