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대형병원들이 ‘암병원’ 때문에 속앓이 하는 이유
[시시비비] 대형병원들이 ‘암병원’ 때문에 속앓이 하는 이유
  • 김치중 기자
  • 승인 2013.12.17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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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암병원을 개원하는 세브란스병원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24시간 암 진단시스템을 도입하고 15개 암 전문진료팀 운영을 목표로 개원준비중이다. 그런데 혈액종양내과, 영상의학과 등 암치료와 관련된 진료과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의료진뿐 아니라 전체 구성원 사이에서도 환자증가로 인한 업무포화를 이유로 불만이다. 암병원 개원을 앞두고 진퇴양난인 셈이다.

암은 국민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환이다.  이제 수술로 해결되는 질환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사실상 의료수가 인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병원들이 진료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탈출구가 암치료이다. 병원들은 암환자 증가로 인한 전문치료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서울대병원, 삼성의료원 등 대형병원들이 암병원을 개원한 속내는 결국 의료수입을 증가를 위함이다.

암환자수는 늘어나는 추세이므로 병원이 손해 볼 일은 없다. 문제는 암병원 건립에 들어가는 예산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암병원 개원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내부에서는 “그동안 번 돈을 암병원에 쏟아 부었는데 수익을 내지 못하면 큰일”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브란스병원만 전전긍긍하는 게 아니다. 이미 암병원을 개원한 서울대병원도 암병원 때문에 속앓이다. 지난 10월 파업을 강행한 서울대병원 노조가 암병원 등 무리한 시설투자를 문제 삼자 병원에서는 “수년 전 검토를 마치고 암병원을 개원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병원 일각에서는 “암병원 개원 후 눈덩이처럼 커진 적자때문에 비상경영체제까지 선포한 것 같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제대로 된 암환자 치료를 위해 암병원을 짓는다는데 토를 달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의료진 등 인력충원 없이 암병원 운영을 위해 기존인력을 차출하면 그 피해는 환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암 환자 탓에  일반 환자들이 무시당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암병원은 병원을 먹여 살리는 효자인가. 아니면 ‘암’적인 존재일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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