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전복은 살보다 ‘껍질’이 약이다
[한동하의 식의보감] 전복은 살보다 ‘껍질’이 약이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1.0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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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겨울철에는 싱싱한 전복을 생으로 먹는 경우가 많다. 싱싱함이 유지되는 것도 있고 여름철보다 안전하기 때문이다. 보통 전복을 먹을 때는 전복살만 먹고 껍질은 버린다. 하지만 과거에는 전복의 껍질을 약으로 사용하기 위해 전복을 잡기도 했다.

전복(全鰒)은 전복목, 전복과, 전복속에 속하는 연체동물의 총칭이다. 귀처럼 생겨서 귀조개라는 별명도 있다. 전복(全鰒)은 우리나라에서만 부르는 한자이름이다. 원래 한의서에는 복어(鰒魚)라는 이름으로 쓰였다. 복(鰒) 자는 그 자체로 전복을 의미한다.

복어(鰒魚)란 이름은 배가 불룩한 독이 있는 물고기인 복어와 헷갈려 한다. 인터넷에 ‘鰒魚’를 검색하면 물고기 복어 이미지가 올라오기도 한다. <자산어보>에는 복어는 돈어(魨魚)나 복어(服全魚)로 쓰여있다. 물고기 복어를 굳이 한자로 쓰면 복어(服魚)인 것이다. 참고로 복어는 한의서에서 하돈(河豚)으로 찾아야 한다. (魺魨=河豚)

전복껍질은 석결명(石決明)이라고 해서 과거부터 약용해왔다. 결명(決明)이란 이름은 눈에 좋아서 붙여진 것으로 식물에는 초결명(草決明)이 있어서 동물에는 석결명(石決明)이란 이름으로 구분한 것이다. 또 복어갑(鰒魚甲)이라고 했고 껍질에 7~9개의 구멍이 있어서 구공라(九孔螺), 천리를 본다고 천리광(千里光)이라는 이름도 있다. <본초강목>에는 ‘결명(決明)과 천리광(千里光)은 그 효능으로 이름 지어졌고, 구공라(九孔螺)는 모양으로 인해 이름 지어졌다’고 했다.

전복껍질은 성질이 평이하고 맛은 짜고 독은 없다. 전복껍질은 특히 눈건강에 주로 사용됐다. <동의보감>에는 ‘청맹(靑盲), 내장(內障) 그리고 간폐(肝肺)의 풍열로 눈에 예막이 생긴 데 주로 쓴다’고 했다. 청맹은 황반변성 등으로 인한 실명, 내장은 백내장이나 녹내장, 예막은 익상편이라고 하는 군살이 끼는 것을 말한다. <본초강목>에는 ‘해를 보면 눈이 부신 증상에는 천리광(千里光, 전복껍질), 황국화, 감초 각 1돈을 물에 넣고 달여 식혀서 복용한다’고 했다.

전복껍질은 안구세안제로도 사용했다. <동의보감>에는 ‘껍데기를 담갔던 물로 눈을 씻으면 눈이 밝아진다’고 했다. 심지어 전복껍질을 불에 달구어 갈아서 수비(水飛, 가루 내서 물에 넣은 후 물에 뜨는 것만을 거둬 고운 가루를 얻는 법)한 후에 눈에 넣고 문지르면 예막이 사라진다고 했다. 수비를 하면 입자가 극히 작아 각막을 손상시킬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권장되지 않는다.

전복은 그 자체로 건강에 이로운 영양분이 풍부할 뿐 아니라 껍질까지 약이 된다. 옛날에는 전복껍질을 가루 내 속쓰림 등 다양한 증상에 약처럼 복용해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전복껍질은 몸을 가볍게 한다. <본초강목>에는 ‘오래 복용하면 정(精)을 더해 주고 몸이 가벼워진다’고 했다. 전복껍질은 가루를 내서 먹는데 <향약집성방>에는 ‘전복껍질을 쓸 때 먼저 밀가루로 싸서 불로 익힌 후 겉의 검은 부분과 거친 껍질을 갈아서 없애고 찧어 뭉갠다. 유발(乳鉢)에 체로 쳐서 넣고 다시 밀가루처럼 갈아야 쓸 수 있다’고 했다.

전복껍질은 허열(虛熱)을 치료한다. <본초강목>에는 ‘심한 골증열(骨蒸熱)을 치료한다’고 했다. 골증열이란 뼈 안에서부터 증기가 올라오듯이 열감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전복껍질의 성질이 서늘하고 냉하기 때문에 자음강화(滋陰降火)시킨다고 볼 수 있다.

전복껍질은 소변을 잘 보게 한다. <본초강목>에는 ‘오림(五淋)에 소변이 잘 나오도록 한다’고 했다. 오림(五淋)이란 다양한 원인에 의한 5가지 종류의 소변장애를 의미한다. 활용법으로는 ‘전복껍질의 거친 껍질을 제거하고 가루 낸 다음 수비한다. 이것을 숭늉으로 2돈씩 하루 두 번 복용한다’고 했다. 오림에는 석림(石淋)도 포함되는데 석림은 결석으로 인한 소변장애를 말한다. 하지만 접복껍질을 과다 복용하면 오히려 칼슘석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전복껍질은 과다 발효된 술의 신맛을 줄이는 데도 사용됐다. <본초강목>에는 ‘백주(白酒)가 시어 버린 것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석결명을 양에 상관없이 몇 개를 불에 달구고 곱게 가루 낸다. 술을 뜨겁게 데우고 석결명 가루를 술에 넣고 섞은 다음 뚜껑을 덮어 둔다. 2시간이 지난 뒤에 마시면 신맛이 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것은 산염기평형으로 중화작용을 이용한 것이다. 술의 신맛은 산성이고 전복껍질 가루는 염기성이기 때문에 중화작용이 일어나 신맛이 사라진 것이다. 기전을 몰랐을 과거에는 신맛이 사라진 것을 보고 신기했을 것 같다.

전복껍질 가루는 소화성궤양에 의한 속쓰림이나 역류성식도염에 사용해도 좋다. 전복껍질 가루가 위산을 중화시켜주기 때문이다. 선조들은 위장질환에 전복껍질보다 주로 굴껍질을 가루내서 복용했다. 굴껍질 가루를 모려분(牡蠣粉)이라고 한다. 이도 저도 없으면 꼬막껍질을 활용해도 좋다.

다음으로 전복육에 대해서 알아보자. 앞서 전복의 한자이름은 복어(鰒魚)라고 했는데 <급유방>에는 ‘말린 것은 복(鰒), 생것은 포(鮑)라고 한다’고 했다. 보통 복(鰒)이나 포(鮑) 모두 전복을 의미한다. 포(鮑)는 저린 어물을 뜻하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전복을 의미한다. 따라서 포적(鮑尺)은 물속에 들어가서 전복을 따는 사람을 뜻한다.

전복은 영양의 보고다. 전복에는 비타민A, 비타민B군 등의 비타민과 칼슘과 인 등의 미네랄, 타우린, 아르기닌, 글루탐산이 풍부하다. 비타민B군이나 아르기닌, 칼슘은 활력을 주고 기운이 나게 하고 타우린과 글루탐산은 간기능을 활성화시켜 숙취해소에 좋다. 비타민A와 타우린은 눈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전복육의 가장 주된 효과도 바로 눈건강이다. <동의보감>에는 ‘전복은 성질이 서늘하고 맛은 짜며 독이 없다. 먹으면 눈이 밝아진다. 살을 반찬으로 먹는데 최고의 진미이다. 껍질이나 살은 모두 눈을 치료한다’고 했다. 역시 전복육도 눈을 밝게 한다고 했다.

전복육은 임신부에게 좋다. <의가비결>에는 ‘태동불안(胎動不安)에는 전복 3개를 달여 먹는다. 자주 효과를 보았다’라고 했다. 또 <주촌신방>에는 ‘부인의 허로에 전복 1~2마리를 삶아서 먹는다’고 했다. 전복은 기운이 서늘하면서도 심리적으로도 안정을 주고 허열을 내리며 기운이 나게 하기 때문에 중년의 갱년기 여성들에게도 특히 권장된다.

전복육은 인후통에도 좋다. <의방합편>에는 ‘소금에 절인 전복을 두텁게 썰어 입에 넣고, 천천히 씹으면서 침을 삼키면 좋다’고 했다. <주촌신방>에는 ‘전복이 없으면 문어다리도 좋다’고 했다. 아마도 전복이나 문어에 많은 타우린의 효과로 여겨진다. 타우린은 발열, 염증상태를 조절하고 근육 긴장도를 줄이기 때문에 진통작용을 나타낸다. 

필자는 전복을 ‘바다의 돼지고기’라고 부른다. 전복은 돼지고기와 성질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복과 돼지고기는 서로 궁합이 잘 맞는다. 사실 물고기 복어의 이름이 하돈(魺魨=河豚)이여서 복어(服魚)가 바다의 돼지인 것은 사실이나 궁합적인 측면에서는 전복[全鰒=복어(鰒魚)]도 최고다. 이 때문에 이름들이 헷갈리나 보다. 올겨울에는 전복육을 먹고 난 전복껍질을 모아서 건강상비약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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