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술에 취한 스님들 비판할 자격 있나
[시시비비] 술에 취한 스님들 비판할 자격 있나
  • 김치중 기자
  • 승인 2013.12.05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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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다 똑같다. 하지 말아야할 실수를 했는데 별 문제없이 넘어가면 “별 문제가 없구나”라며 다시 하지 말아야할 일을 반복한다. ‘학습효과’인 셈이다.

지난해 백양사 도박사건으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일부스님들이 이번에는 충남 공주에 있는 한국문화연수원(옛 전통불교문화원)에서 밤새도록 술판을 벌인 것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10여명의 스님들은 지난달 28일 밤 연수원에서 다음날 새벽까지 음주가무를 즐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스님들은 소주 1상자, 맥주 3상자 분량의 술을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스님들의 노랫소리가 일반인들이 묵고 있는 숙소까지 들릴 정도였다니 기가 찰 일이다. 정부지원금으로 건축된 연수원에서 스님들이 만취행각을 벌인 것이다. 연수원에서는 스님들이 계신다는 이유로 이곳에서 숙박하는 일반인들에게 음주를 자제할 것을 권유하고 있는데 관계자들의 입장이 곤혹스러울 것 같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욕구를 자제하고 금욕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일지라도 혈중 알코올 농도가 올라가면 이성적 판단을 하기 어렵다”며 “누구에게나 일정부문 한번 망가지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술은 이러한 욕구를 채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라고 지적한다.

또 “스님들이라 할지라도 이 정도 수준이면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 이런 술자리를 했을 것”이라며 “음주에 대해 특별히 관대한 우리사회의 단면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라고 말했다.

‘맹자’에서는 누구나 옳지 못한 행동을 부끄러워하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있지만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하는 것은 선한 마음이 몸 밖으로 나갔기 때문이라며 이를 방심(放心)이라고 정의했다. 이에 밖으로 나가 헤매는 양심을 다시 몸속으로 불러들이는 존심(存心)이 필요한데 사람들은 자신의 착한 마음이 도망나간 것을 찾을 줄 모른다고 경계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사회적·법적문제를 야기하는 주취자는 연간 100만명에 이르고 있지만 매년 입건되는 주취소란자 50만명은 교육 등 단기개입이나 치료 연계 없이 훈방 처리되고 있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의 38.6%가 음주상태였고 강간·강제추행범죄자의 31.3%가 음주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만큼 우리사회에는 양심을 버리고 방심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술자리가 넘쳐나는 연말연시다. 1년 동안 남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쌓아도 연말연시 술자리에서 실수를 해 한해 농사를 망치는 사람들도 많다. 망년회(忘年會)가 망인회(忘人會)가 되지 않으려면 절제가 필요하다.

경제도 어려워 살기 퍽퍽한 시절, 술이 아닌 진심어린 위로와 격려로 한해를 정리하면 좋으련만. “계속 술을 권유하는 사람과 술자리를 하지 말라”고 충고한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웅구 교수의 말이 도움이 될까. 이번에 술판을 벌인 스님들 중에는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신 스님들도 있지 않을까. 연말연시를 맞아 당신은 남에게 술을 권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술고문을 당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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