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눈 건강에는 ‘결명자(決明子)’만 한 씨앗도 없다
[한동하의 식의보감] 눈 건강에는 ‘결명자(決明子)’만 한 씨앗도 없다
  •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9.2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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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필자가 어릴 적에는 어른들이 결명자차를 많이 마셨다. 겨울철 난로 위에서 끓고 있는 차는 곁보리, 아니면 결명자였다. 당시는 왜 그렇게 결명자를 차로 끓여 마시는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건강을 위한 것이었다. 결명자는 특히 눈 건강을 위한 최고의 식품이기 때문이다.

결명자(決明子)는 콩과의 한해살이풀인 결명(決明)의 씨앗을 말한다. 가을이 되면 팥 콩깍지처럼 길쭉하게 생긴 꼬투리 안에서 결명자가 익어간다. 결명자의 모양을 보면 마름모꼴 육면체로 작은 갈색의 보석같이 반짝인다. 반짝이면서 예쁜 모양이 눈을 반짝이게 하나 보다.

결명(決明)이란 이름은 눈을 밝게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결명이란 이름은 전복의 껍질에도 사용된다. 이것을 구분하기 위해 결명의 씨는 식물이라고 해서 초결명(草決明)이라고 부르고 전복의 껍질은 돌처럼 단단하다고 해서 석결명(石決明)이라고 부른다. 초결명은 모양이 마치 말의 발굽처럼 생겼다고 해서 마제결명(馬蹄決明), 눈동자를 건강하게 회복시킨다고 해서 환동자(還瞳子)라는 별명이 있다.

결명자는 기운이 평이하거나 약간 차다. <동의보감>에 ‘성질이 평(平)하고 약간 차기도 하며 맛은 짜고 쓰며 독이 없다’고 했다. 결명자는 간열(肝熱)을 내려주기 때문에 기운은 찬 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본서에는 ‘간병(肝病)이 있는 사람의 열을 없애고 간기(肝氣)를 도우며, 간의 독열(毒熱)을 치료한다’고 했다. 눈은 간의 관문으로 본다는 점에서 결명자가 안구건강에 도움이 된다고도 설명할 수 있다.

결명자는 실명을 예방한다. <동의보감>에는 ‘청맹(靑盲)을 치료한다’고 했다. 청맹은 외관상으로는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시력을 잃는 것을 말한다. 보통 청맹과니라고 하는 용어는 눈뜬 장님을 뜻한다. <동의보감>에는 ‘오랫동안 실명한 경우 결명자 2되를 찧어 가루내어 1돈(3.75그램)씩 미음에 타서 식후에 먹으면 묘한 효과가 있다’고 했다. <수세비결>에는 ‘매번 식후에 죽처럼 만들어 방촌비(方寸匕)만큼 복용한다’고 했다. 방촌비(方寸匕)는 한 변이 일 촌 정도 되는 정사각형 모양의 계량형 약숟가락을 말한다.

결명자는 야맹증에 좋다. <식료본초>에는 ‘결명자를 매일 한 숟가락씩을 먹으면 눈의 티끌을 없애고 빈속에 물로 복용하면 백일 뒤에는 밤에도 물건을 구별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의방합편>에는 ‘100일이 지나면 밤에도 글자가 보인다’고 했다. 과거에는 특히 조명이 발달하지 못해 야간에 물체를 보거나 심지어 글을 읽는 것은 더 어려웠을 것이다.

<동의보감>에는 ‘결명자는 작목(雀目, 야맹증)을 치료하는데, 결명자 1냥과 지부자 5돈을 가루내어 죽으로 환을 만들어 먹는다’고 했다. 한의학에서는 야맹증을 작목(雀目)이라고 했다. 작목은 ‘참새 눈’을 말한다. 참새가 밤에 먹이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밤에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본초강목>에서는 지부자 대신 만청(蔓菁, 순무씨)과 함께 먹어도 좋다고 했다. 결명자와 지부자 또는 만청 조합은 실명이나 청맹, 작목에 좋다.

결명자는 눈 건강을 위한 최고의 식품이다. 평소 눈이 불편하지 않아도 차로 끓여 마시거나 환으로 만들어 꾸준히 섭취하면 눈 건강을 지킬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베개에 결명자를 넣어 결명자 베개를 만들기도 했다. <동의보감>에는 ‘결명자로 베개를 만들어 베면 두풍(頭風)을 치료하고 눈을 밝게 하는데, 녹두보다 낫다’고 했고 <본초강목>에는 눈건강에 베개에 결명자를 넣는 것은 검은콩보다 뛰어나다고 했다. 이것을 보면 눈 건강을 위해서 녹두나 검은콩을 넣어서 사용하기도 했던 것 같은데 그보다 결명자가 효과가 좋다는 말이다.

결명자는 제반 안구증상을 치료한다. <의문보감>에는 ‘눈이 붉게 붓고 눈 주위가 짓무르는 증상, 바람을 맞으면 눈물이 나는 증상, 빛을 보면 눈이 부신 증상에 쓴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간의 열풍(熱風)으로 인해 눈이 충혈되면서 눈물이 나는 것을 치료한다’고 했다. 이런 내용들을 보면 결명자는 전반적으로 열증(熱症)과 통증을 동반한 염증성 안구증상에 도움이 된다.

결명자는 몸을 가볍게 한다. <본초강목>에는 ‘오래 복용하면 눈동자에 유익하고 몸이 가벼워진다’고 했다. <향약집성방>에는 ‘장복하면 눈의 정광(精光)을 더 해주고 몸이 거뜬해진다’고 했다. 정광(精光)이란 신음(腎陰)이 충만해서 안구에 영양공급이 잘 되며 반짝이면서 빛이 나는 것을 말한다. 결명자는 안구증상이 없는 경우에도 평소 차처럼 끓여서 마셔도 좋다.

결명자는 두통에도 좋다. 그런데 이 경우는 결명자를 외용제로 사용했다. <동의보감>에는 ‘편두통이 있으면 결명자 가루를 물에 개어 태양혈에 붙인다. 아주 묘한 효과가 있다’고 했다. 태양혈은 양쪽 관자놀이에 있는 혈자리를 말한다. <본초강목>에서는 ‘눈이 충혈되고 아픈 증상에도 결명자를 볶아서 가루 내고 차에 개어 양쪽 태양혈에 붙여서 마르면 갈아 주는데, 하룻밤 지나면 바로 낫는다’고 했다. 단지 복용법으로도 두통에 도움이 되는데 특히 간열(肝熱)에 의한 열감이 상기되면서 나타나는 두통에 좋다.

지금까지 결명자의 효능을 살펴보니 안구건강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한 가지 이유는 바로 결명자에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베타카로틴은 섭취 시 비타민A로 전환된다. 비타민A는 시력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결핍되면 안구건조, 야맹증 심지어 실명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안구건강에는 결명자와 함께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당근, 고구마, 단호박 등도 함께 즐겨 먹으면 좋다.

결명자는 살짝 볶아서 가루 내 먹거나 이것을 환으로 만들어뒀다가 먹어도 된다. 또 차로 끓여서 그 물을 수시로 먹어도 좋다. 결명자의 어린줄기와 잎으로 나물을 해서 먹어도 좋다. 결명자는 별다른 부작용은 없지만 불면증환자는 섭취에 주의한다. <동의보감>에는 ‘오래 먹으면 잠이 오지 않게 된다’고 했다. 결명자 나물도 잠을 덜 오게 한다.

서양 속담에 사과나 토마토가 익으면 의사들이 싫어한다는 식의 속담이 있다. 그런데 이런 속담을 하나 만들어도 좋겠다. ‘결명자가 익으면 안과의사가 싫어한다’라는 속담으로 말이다. 결명자는 안구건강에 있어 타 약초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무엇보다 별다른 부작용이 없어 장복이 가능하다. 옛날 어른들이 왜 그렇게 결명자차를 끓여 마셨는지 이제 알 것 같다. 몸 건강이 천 냥이면 눈 건강이 구백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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