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사람이 먹는 진통제, 반려동물에게는 치명적인 독이라고요?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사람이 먹는 진통제, 반려동물에게는 치명적인 독이라고요?
  • 장봉환 굿모닝펫동물병원 대표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2.2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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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환 굿모닝펫동물병원 대표원장
장봉환 굿모닝펫동물병원 대표원장

TV에서 두통, 치통, 생리통, 근육통 등 각종 통증을 물리쳐준다는 약품광고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간혹 반려동물이 아파할 때도 이 광고를 떠올려 반려동물에게 집에 있는 상비약을 먹이려고 하는 보호자가 있다. 물론 사람에게 쓰는 약을 반려동물에게 사용하는 일도 있기는 하지만 절대 반려동물에게 사용해서는 안 되는 약도 있다. 특히 이번 칼럼에서 설명할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약도 그중 하나다.

아세트아미노펜은 통증을 가라앉히고 열을 떨어뜨려서 해열진통 작용을 한다. 주로 종합감기약에 많이 들어 있는 성분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중추신경계 내에서 통증 감각을 향상해 몸이 통증을 느끼게 하는 생리활성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의 합성을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와는 달리 소염효과는 없지만 위 자극을 유발하지 않아 사람이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반려동물에게 사용한다면 적은 양만 섭취해도 심각한 약물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아세트아미노펜이 들어간 대표적인 약물은 타이레놀이다. 타이레놀 한 정에는 500mg의 아세트아미노펜이 함유돼 있는데 강아지는 kg당 150mg 이상 섭취하면, 고양이는 kg당 50mg 이상 섭취하면 독성이 나타나게 된다.

아세트아미노펜에 중독되면 급성 간손상과 함께 구토, 식욕부진, 황달이 발생할 수 있고 쇼크, 호흡곤란, 청색증, 부종, 혈뇨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섭취하면 빠르게 흡수되기 때문에 만약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며칠 이내에 사망으로까지 이를 수 있다. 특히 고양이는 아세트아미노펜에 더 민감해 빠르게는 섭취한 지 몇 시간 이내에도 사망할 수 있다.

반려동물이 아세트아미노펜을 중독됐을 때 특별히 해독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해당 약물을 먹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면 최대한 많은 양을 구토시키고 위세척을 해야 하며 활성탄을 투여해 약물이 흡수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만약 섭취한 지 4시간이 지났다면 수액치료, 산소공급, 수혈 등이 필요할 수 있고 입원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약은 일반의약품이다 보니 의사의 처방을 받지 않고도 손쉽게 구할 수 있어 가정에서 상비약으로 갖춰놓는 일이 많다. 그래서인지 보호자가 준 것이 아니라 반려동물이 혼자 약을 삼켜서 동물병원으로 내원하기도 한다. 사고는 방심하는 사이 순식간에 벌어진다. 보호자는 약을 보관할 때 반드시 반려동물이 닿을 수 없는 곳에 놓아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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