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비건화장품’,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불편한 진실
[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비건화장품’,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불편한 진실
  •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fk0824@k-health.com)
  • 승인 2022.02.0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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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화장품은 원료부터 패키지에 이르기까지 콘셉트를 잡는 것이 중요한 사업품목 중 하나다. 환경오염은 물론 제품원료의 안전성까지 소비자구매를 끌어내는 요소가 더욱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어서다. 

자연친화적인 콘셉트를 내세우는 유기농화장품, 천연화장품에 이어 최근에는 동물성원료를 배재하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원료를 사용한 화장품인 ‘비건화장품’까지 등장했다. 비건화장품은 인증기관심사 완료 후 해당기관의 비건인증마크를 제품에 표시할 수 있다. 

2018년 미국의 마켓리서치기관인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Inc)의 보고에 따르면 2025년 세계적으로 비건화장품시장의 규모는 미화 약 208억달러(한화 약 23조28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며 연평균 6.3%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우리나라 역시 비건화장품이 봇물처럼 출시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비건인증기관으로는 비건소사이어티(영국), 브이라벨(이탈리아), 이브비건(프랑스), 한국비건인증원 등이 있다. 

이들 인증기관의 공통조건은 화장품원료의 동물실험 진행여부와 화장품처방 내 동물유래성분 미포함에 대한 입증자료 제출이다. 인증품목이 제한적이지 않아 색조부터 기초까지 다양하게 받을 수 있으며 대부분 1~2개월 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특이한 점은 몇몇 인증기관의 인증비용기준이 기업매출에 따라 책정되며 품목당 5만원~500만원까지 다양하다는 것이다. 

영국의 비건인증기관 비건소사이어티(사진=기관 홈페이지 캡처)

비건소사이어티의 경우 1944년 설립된 가장 오래된 영국의 비건인증기관으로 약 3만개 이상의 제품을 인증, 세계적으로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는 제조 라인이나 설비에 대한 현장 실사 없이 서류 심사로만 진행되지만 기업매출과 품목에 따라 인증비용을 책정하고 있으며 유효기간도 12개월과 24개월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즉 매출이 큰 기업일수록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유효기간이 지나면 다시 인증받아야 한다.

이탈리아의 비건인증기관 브이라벨(사진=기관 홈페이지 캡처)

브이라벨은 1986년 국제인증마크로 등록된 이탈리아 인증기관으로 약 1만5000개 이상 인증해 이 역시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기관 역시 서류심사만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유럽의 경우 서류와 공장 실사를 모두 받으면 프리미엄 인증라벨까지 부여한다. 브이라벨의 인증유효기간은 36개월으로 비건소사이어티보다는 비교적 길다지만 이 역시 기업매출기준으로 인증비용을 책정한다.

이브비건의 경우 프랑스에 본사를 둔 인증기관으로 2016년에 설립됐으며 인증등록비와 제품심사비, 제품등록 및 시험분석비용 명목으로 총 250만원에 품목당 45만원씩이 추가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동물실험이 금지돼 있지만 식약처에서 인정한 한국비건인증원이 있다. 이는 외국 인증기관보다 비용은 저렴하지만 이 역시 신청품목당 비용이 다르고 유효기간도 12개월로 정해져 있다. 

우리가 선택하는 비건화장품은 결국 비건인증기관에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한 후 비건인증라벨을 붙여 판매·소비되는 것이다. 더욱이 유효기간이 지나면 또 다시 인증을 갱신해야 하니 이에 대한 부담 역시 소비자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며 외국의 인증기관의 경우 그 비용은 턱없이 높아진다.

이 같은 인증기관이 늘고 있는 것은 최근 비건화장품 열풍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동물학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화장품에 있어 윤리적 소비를 늘리려는 소비트렌드가 큰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인증기관의 인증비용과 유효기간 등을 보면 이들 기관이 ‘과연 윤리적 소비를 위한 기관일까?’라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윤리적 소비를 위장해 비건인증기관과 에이젼시들이 이익을 채우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비건화장품을 착한 화장품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홍보마케팅에 적지 않은 비용을 인증기관에 지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또 비건화장품이 피부건강에 더 좋을지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판단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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