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치료 받는 국내 진행성 암환자 ‘6.4%’…치료율 낮은 이유 있었네
재활치료 받는 국내 진행성 암환자 ‘6.4%’…치료율 낮은 이유 있었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11.0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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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성 암환자 위한 별도의 수가기준 X…접근성 낮아
질환명 중심 의료체계로 WHO 가이드라인 적용 어려워
의료체계 변화, 수가 기준 확립 등 정책적 지원 필요

일생의 크고 작은 고비 속에서 재활은 삶의 질 향상에 큰 원동력이 된다. 특히 수술이 어렵거나 주변으로 암이 전이돼 완치가 불가능한 진행성 암환자들은 항암치료만을 받으면서 생활하는데 그 과정에서 보행능력을 비롯해 여러 신체기능이 저하되고 만성통증, 피로 등을 경험하며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이때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재활치료다. 항암치료와 더불어 꾸준한 재활치료는 피로, 손발저림, 근력악화, 우울감 등 암 투병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증상을 관리하고 신체기능을 유지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인다. 

하지만 국내 진행성 암환자 중 재활치료를 받는 환자는 6.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양은주 교수팀(공동 제1저자 :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조송희 부연구위원, 국립암센터 정승현 교수)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중앙암등록자료 및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자료에 연계된 진행성 암 신규환자 96만여명을 분석, 이 중 6.4%인 6만명만이 재활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진행성 암환자 중 30% 이상이 중등도 이상의 장애를 갖고 있으며 암 재활치료가 신체기능 회복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이미 규명된 만큼 국내 진행성 암 재활치료 이용률은 실제 필요성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양은주 교수, 국립암센터 정승현 교수

연구팀은 그 이유로 수가기준 부재와 질환명 중심의 의료체계를 꼽았다. 

연구팀은 “암 중에서도 뇌종양과 골육종은 재활치료에 대한 의료보험 수가기준이 마련돼 있어 비교적 재활치료 접근성이 높은 편인데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도 뇌종양이나 골육종의 경우 전체 평균을 상회해 약 28%의 환자가 재활치료를 받았다”며 “재활치료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수가 기준이 반드시 확립돼야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환자의 기능저하를 중심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가이드라인도 국내 의료현장에선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진행성 암은 환자마다 다양한 기능저하가 발생하기 때문에 접근을 달리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질환마다 정해진 증상에 대해 재활치료를 실시하는 ‘질환명 중심’ 의료체계를 갖추고 있어 진행성 암환자들이 보이는 다양한 기능저하에 대해 적절한 재활치료를 제공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립암센터 정승현 교수는 “진행성 암환자에 대한 재활의료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의료체계의 변화, 수가 기준 확립 등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국가 암관리 종합 계획에서 암 재활치료의 활성화를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미국은 재활치료가 필요한 진행성암환자의 88% 중 21%가 치료받았으며 일본은 이미 2010년부터 암환자에 대한 재활치료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법안을 마련하고 의료수가를 신설하는 등 관련 정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양은주 교수는 “진행성 암환자의 생존율과 암 치료 후의 생존기간이 점차 늘어나는 만큼 재활치료를 통해 환자들이 더 나은 삶의 질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며 “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진행성 암환자들을 위한 재활치료가 더욱 발전하고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이달 중 대한의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 의학저널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게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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