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훈 교수의 피부의료기기 이야기] 냉동 이용한 피부 색소치료, 새 국면 도래
[허창훈 교수의 피부의료기기 이야기] 냉동 이용한 피부 색소치료, 새 국면 도래
  •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ㅣ정리·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1.05.26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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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조절기, 레이저치료보다 색소침착 등 부작용↓
환자의 일상 복귀 앞당겨…향후 시장 확대 기대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겨울왕국이라는 영화를 떠올리면 ‘렛잇고’라는 후렴구와 여주인공 엘사의 백옥처럼 하얀 피부가 생각난다. 사실 극지방에 사는 에스키모인들은 눈과 얼음에 반사되는 자외선 때문에 오히려 피부가 검은데도 많은 사람들이 엘사처럼 하얀 피부일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칼럼은 냉동의료기기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냉동과 피부색소 이야기다.

전에 언급했듯이 냉동에 민감한 또 하나의 피부세포가 바로 멜라닌세포다. 피부색은 멜라닌의 양에 의해 짙고 옅음이 결정된다. 즉 멜라닌의 양이 적다면 피부색이 밝아진다. 따라서 레이저 등 대부분의 피부의료기기는 멜라닌 형성 또는 이동을 방해하는 원리로 색소성피부질환을 치료한다.

냉동치료의 흔한 부작용은 색소소실이다. 그간 멜라닌세포가 냉동에 예민하다는 원리를 이용한 치료시도는 많았지만 문제는 색소소실 정도를 조절하기 어렵고 간혹 완전히 탈색될 수 있어 특히 유색인종의 경우 색소소실이 더 눈에 띌 수 있다. 또 멜라닌세포 손상에 의한 색소소실은 다른 치료로도 호전되지 않고 영구적화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냉동을 이용한 색소치료는 오랫동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었다.

냉동조절로 치료한 얼굴의 흑자 시술 전(A)과 시술 후(B).(출처=레이저의학회지 2019;51:59–61)

올해 초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피부관련 학회에서 조절된 냉동을 이용해 색소성피부질환을 치료하는 기기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냉동조절(Cryomodulation)기술을 이용한 이 의료기기는 냉동지방분해기를 고안한 하버드대학의 앤더슨(R. Rox Anderson)과 만스타인(Deiter Manstein), 필자의 친한 친구로 홍콩 1호 피부과 전문의이면서 현 미국레이저학회장인 찬(Henry HL Chan) 등에 의해 만들어졌고 올해 미국피부과학회 및 미국레이저의학회에서 정식으로 소개됐다.

마취 없이 기기손잡이에 달린 차가운 판을 색소부위에 15~20초간 대기만 하는 극히 간단한 시술로 20명의 양성 색소성피부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간이임상시험 결과가 2019년 레이저의학회지에 발표됐다. 그 결과 다양한 색소질환치료에 효과적이었고 부작용으로는 일시적 홍반, 부종, 가려움, 색소침착이 있었지만 저절로 없어졌다. 2020년 발표된 대규모 임상시험 중간결과에 의하면 1회 시술 후 2개월이 지났을 때 양성색소질환자의 93%가 호전됐다.

이 기기는 피부양성병변 제거와 일시적 통증, 부종, 염증완화 목적으로 미국 FDA허가를 받았다. 레이저치료에 비해 통증과 색소침착 등 부작용이 적으며 시술 후 일상생활 복귀가 빨라 향후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

또 최근 국내의 한 스타트업 기업이 이산화탄소가스를 채워 정밀하게 온도를 제어하면서 두 가지 모드(쿨링모드, 프리징모드)로 사용할 수 있는 냉동치료기를 만들었는데 쿨링모드를 사용하면 이와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 시술 후 색소소실이 심해지면 다시 정상으로 돌리기 어렵고 더 많은 동양인의 연구결과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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