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중풍), 한방치료 병행하면 재활치료효과도 쑥↑”
“뇌졸중(중풍), 한방치료 병행하면 재활치료효과도 쑥↑”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5.0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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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중풍뇌질환센터 교수
뇌졸중(중풍)은 생존해도 후유증이 남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신경가소성이라는 뇌의 독특한 특성 덕분에 발병 후 3~6개월 내에 재활치료를 적극 시행하고 한방치료를 병행하면 후유증을 극복, 보다 빨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워낙 촌각을 다툰다는 인식이 강해서일까. 뇌졸중은 사실 혈관 시술 같은 현대의학적 치료만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뇌졸중(한방에서는 ‘중풍’에 해당)의 한방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결과들이 다수 축적되면서 뇌질환에서의 한방치료 가치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중풍센터 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 뇌졸중의 한방치료. 우선 많은 사람이 낯설어할 것 같습니다. 어떤 원리로 어떻게 이뤄지나요?  

뇌졸중의 한방치료는 크게 침구치료와 한약치료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침구치료는 침이라는 감각자극이 뇌의 신경가소성*을 촉진해 뇌졸중환자의 후유증 회복을 돕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또 각종 한약재는 항산화효과, 항염증효과 등을 통해 신경세포 보호효과를 내며 뇌졸중환자의 저하된 혈관내피세포기능을 향상시킨다고 알려졌습니다. 

특히 보중익기탕 같은 보제(몸을 보하는 효과를 지닌 처방군)는 임상연구를 통해 뇌졸중환자의 다양한 염증성 합병증을 예방한다고 보고됐는데요. 염증성 합병증은 뇌졸중 재활의 가장 큰 방해꾼입니다. 한약 처방을 통해 이를 예방하고 체력을 보충하면 환자가 재활에 몰두해 일상으로 보다 빨리 복귀할 수 있게 됩니다.   

*신경가소성 : 뇌조직은 한 번 손상되면 다시 살아나지 않지만 망가진 조직 주변의 뇌세포는 손상된 부위를 피해 새롭게 연결됨. 뇌졸중 발병 후 3~6개월은 뇌의 신경가소성이 가장 활발한 시기로 이때 적극 재활을 시행해야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음. 

- 한의학에서는 뇌졸중의 원인도 현대의학과는 다르게 설명될 듯합니다. 실제로 어떠한가요.

사실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의학은 어쩔 수 없이 그 본류인 중국 전통의학의 영향을 받으면서 발전했는데요. 중국 전통의학에도 혈전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또 한의학에서는 열이 많은 체질, 담음이 많은 체질에서 뇌졸중 발생위험이 높다고 얘기하는데 이 또한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열이 많은 체질은 곧 고혈압, 스트레스로 인한 자율신경교란, 수면장애 등에 해당하고 담음체질은 이상지질혈증, 비만, 폭음하는 식습관, 대사증후군 등을 말합니다. 원인에 대한 인식은 현대의학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것이지요. 아무래도 가장 큰 차이라고 한다면 뇌졸중에 대한 치료도구입니다.   

- 뇌졸중 하면 재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한방치료가 뇌졸중 재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이점을 줄 수 있나요. 

앞서 언급했듯이 뇌졸중 후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염증성 합병증을 예방해 환자가 재활치료에 몰두할 수 있게 합니다. 또 작약감초탕 같은 한약치료를 함께 시행하면 근육 강직도 완화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연하장애를 동반한 환자는 적극 한방치료를 권유합니다. 침치료는 다수의 연구를 통해 뇌졸중 후 연하장애를 동반한 환자에게 효과적임을 입증했으며 반하후박탕이라는 한약은 연하장애환자의 흡인성폐렴 예방효과가 있다고 보고됐습니다. 침과 한약치료를 함께 하면 연하장애 개선은 물론 이로 인한 흡인성폐렴 예방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습니다. 

- 이 모든 치료가 효과를 보려면 시기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뇌졸중은 항상 골든타임이 중요하게 언급되는데 한방치료에도 골든타임이 있나요? 

한방치료 역시 뇌졸중 발병 후 3~6개월 이내 받아야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즉 뇌의 신경가소성이 최대한 발휘돼 재활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바로 그 시기이지요. 이때 재활치료를 방해하는 염증성 합병증을 예방하고 뇌졸중으로 인한 다양한 증상을 완화하는 한방치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병원은 협진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급성기뇌졸중환자가 신경외과적 치료를 마친 다음 한방치료를 원할 경우 바로 한방병원과 연계해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바로 이어지면 가장 좋지만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뇌졸중 발병 후 3~6개월 이내에는 최대한 한방치료를 병행할 것을 권장합니다. 

권승원 교수는 “뇌졸중의 한방치료를 여전히 낯설어하는 환자들이 많지만 급성기뇌졸중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과 원활한 재활치료를 위해선 한방치료를 함께 받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골든타임 내 전문가와 함께 상담하고 알맞은 치료계획을 세우면 안전하게 한방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뇌졸중의 한방치료 효과 연구가 여전히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진행 중인 연구내용이 있다면 소개해주십시오.

현재 보건복지부 과제로 ‘고령 뇌혈관질환자에 있어 다약제사용에 대한 한의치료 병용의 유효성’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뇌혈관질환자는 항혈소판제 같은 뇌혈관질환 예방약부터 각종 뇌혈관질환의 위험인자(고혈압, 당뇨병 등) 및 뇌졸중으로 인한 다양한 증상(감각장애, 소화관장애, 우울증 등)을 조절하기 위한 약까지 자연스럽게 많은 약을 복용하게 됩니다. 

이때 한방치료를 병행하면 약 가짓수를 줄여볼 수 있습니다. 가령 반하후박탕이라는 한약은 원래 목에 뭔가 걸린 것 같은 증상에 내리는 처방이었는데 이후 꾸준한 연구를 통해 기분이 우울한 사람, 소화관장애를 보이는 경우, 가래가 잘 끓는 경우에도 사용하게 됐습니다. 특히 국내외 연구를 종합해보면 반하후박탕은 뇌졸중 후 우울증과 연하장애, 흡인성폐렴에도 유효함이 입증됐습니다. 반하후박탕 처방 하나로 다양한 증상을 해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한방치료의 멀티타깃 특성을 활용해 현대의학적 치료와 병용한다면 고령환자의 다약제복용 문제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의미있는 결과가 도출되길 기대하면서 한창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 뇌졸중 말고도 한방치료가 효과적인 다른 뇌질환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파킨슨병이 대표적입니다. 우선 침구치료나 봉독약침치료는 파킨슨병환자의 동작이 느려지는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됐습니다. 한약치료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마자인환 처방은 변비에 아주 효과적입니다. 파킨슨병환자들은 심각한 변비를 호소하곤 하는데 변비약으로도 쉽게 해결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이때 한약치료가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한방치료를 받는 동안 생활에서 주의해야 할 점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워낙 다양한 음식 정보를 보고 들으셨겠지만 일단 음식은 골고루 드셔야 합니다. 편식하기보다는 다양한 음식을 통해 영양소를 고루 섭취하는 것이 회복에는 훨씬 도움이 됩니다. 

스스로 움직여서 하는 운동을 꼭 해야 합니다. 많은 환자가 재활치료사와 함께 운동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가장 좋은 건 자기 스스로 움직여서 한 운동입니다. 요즘은 침대 바를 잡고 할 수 있는 쉬운 운동도 많으니 꼭 실천해보세요. 

마비가 오지 않은 건강한 쪽도 함께 운동해야 합니다. 대부분 마비된 쪽만 집중하는데 한쪽이 아예 움직이지 못할 정도가 되면 그 순간부터 건강한 쪽의 근육도 위축되기 시작합니다. 마비되지 않은 팔다리 근육도 계속 움직여줘야 추후 재활치료를 받을 동력이 생긴답니다. 건강한 쪽도 꼭 챙겨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 권승원 교수는?

권승원 교수(경희대한방병원 중풍뇌질환센터)

현재 경희대한방병원 중풍뇌질환센터에서 뇌혈관질환, 파킨슨병 등을 전문분야로 진료하고 있다. ‘정확한 근거에 기반한 정확한 진단’을 신조로 안전하고 효율적인 처방을 제공, 환자 삶의 질 향상에 주력한다. 특히 뇌졸중(중풍)에 있어서는 골든타임 내 한방치료를 시행, 환자들이 큰 합병증 없이 재활치료를 받고 보다 빨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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