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해요! 희귀질환] 무증상 파브리병, 방심 말고 정기검진 필수
[극복해요! 희귀질환] 무증상 파브리병, 방심 말고 정기검진 필수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05.0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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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내과 과장(심장이식센터장)

희귀질환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인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희귀질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제대로 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희귀질환자들의 고통분담을 위해 지난해 1월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제도’를 발표했지만 아직도 실질적인 지원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헬스경향은 희귀질환자들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극복해요! 희귀질환’이라는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김경희 과장은 “환자들은 인터넷에 게재된 무분별한 정보로 상처와 죄책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파브리병은 치료제가 개발돼 있는 만큼 정기적인 진단을 통해 조기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희 과장은 “환자들은 인터넷에 게재된 무분별한 정보로 상처와 죄책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파브리병은 치료제가 개발돼 있는 만큼 정기적인 진단을 통해 조기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희귀질환인 파브리병(Fabry disease)은 전 세계 인구 11만7000명당 1명에게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질병의 특성상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국내에는 약 200여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환자들은 희귀질환 진단 순간부터 겁을 덜컥 먹는다. 아마 ‘희귀’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 때문이랴. 하지만 겁을 먹을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 정부는 희귀질환 진단부터 치료까지 대책이 잘 이뤄져 있고 치료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의료진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만난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내과 과장(심장이식센터장) 역시 마찬가지다. 김경희 과장과 파브리병에 관해 알아봤다.

- 심장질환 하나만 전문적으로 다루기에도 벅찰 텐데 희귀질환 진료도 보고 있다.

심장질환이라고 하면 단순하게 협심증, 심근경색을 떠올린다. 하지만 의료현장에 있다 보니 심부전 증상이 나타나는 유전성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도 다수 있었다. 이런 질환은 치료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치료가 가능하다. 한 예로 파브리병이나 폐동맥고혈압의 경우 과거와 달리 치료제가 개발돼 환자의 삶의 질과 생존율이 높아졌다. 특히 본원은 심장전문병원으로 환자가 많은 편이기 때문에 심장관련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선별해 관리가 가능하다.

- 심장과 관련된 희귀질환 중 ‘파브리병’이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파브리병은 효소결핍으로 인해 발생하는 리소좀축적질환 중 하나다. 리소좀은 세포 내 재활용이 어려운 세포를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리소좀 내에 있는 효소 중 단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뇌, 심장, 신장 등 신체 여러 부위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때 파브리병은 ‘알파 -갈락토시다제A’라는 효소결핍으로 당지질(GB-3)이 분해되지 못하고 축적되는 유전성희귀질환이다.

- 알파 –갈락토시다제A는 X염색체로 열성유전이다.

맞다. 알파 –갈락토시다제A는 X염색체 열성유전자이기 때문에 가족력을 기반으로 자녀가 파브리병의 원인 유전자변이를 갖고 태어날 확률을 추정할 수 있다. 만일 엄마가 파브리병 원인 유전자변이를 갖고 있다면 자녀는 성별과 관계없이 유전자변이를 물려받을 확률은 50%다. 반면 아빠가 원인 유전변이를 갖고 있을 경우에는 딸만 100%의 확률로 물려받고 아들은 물려받지 않는다.

이때 파브리병은 X형 염색체와 관련이 있다 보니 여성환자들이 자녀에게 질환을 물려주게 될까 걱정한다. 하지만 파브리병은 치료만 잘 받으면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 ‘유전성’이란 단어는 희귀질환자들에게 낙인효과가 된다. 파브리병 또한 비슷할 것 같다.

그렇다. 유전질환을 앓는 환자들은 인터넷에 게재된 무분별한 정보로 상처와 죄책감을 갖는다. 하지만 유전질환은 본인이 돌연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지만 표현형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환경적인 요소 등 여러 요인이 결합돼 발생한다. 따라서 언론, 대중은 환자들이 사회적 낙인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언행에 조심해야 한다.

다행히 파브리병은 겉으로 드러나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희귀질환을 바라보는 시선과는 조금 다른 듯하다. 외양적으로 나타나는 부정적인 시선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단 파브리병환자 본인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심장·신장기능이 저하돼 투석까지 진행해야 하는 만큼 질환을 정확히 인지하고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 파브리병의 경우 전신에서 증상이 나타나 진단이 어렵다.

매우 안타까운 점이다. 모든 질환처럼 파브리병 역시 조기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초기 파브리병은 주로 손, 발 등 국소적인 부위에서 통증이 발생하는데 이때 환자들은 단순 피로감으로 치부해 치료가 지연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신장, 심장 등 여러 장기에 당지질이 축적돼 악화된다. 이때 환자는 손발저림, 통증, 신경병증부터 뇌졸중과 신부전으로 내원하는 경우도 있다. 또 심할 경우 신장투석을 해야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조기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파브리병 증상 중 하나인 심부전은 침착이 진행되기 전 치료제를 투여하면 예방이 가능하다. 대부분 환자가 이완기심부전을 앓는데 이 경우 호흡곤란이나 폐부종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초기에 치료제를 투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무증상환자들은 언제 증상이 발현될지 불안에 떨 것 같다.

맞다. 따라서 무증상 파브리병 환자는 ‘미세알부민’ 발현시기, ‘이완기심부전’이 나타나는 시기를 정확히 파악해 조기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따라서 파브리병이라고 두려워하지 말고 정기적으로 내원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 만일 평소와 달리 손발이 저리거나 호흡곤란, 소변에서 이상증세 등이 발견된다면 즉시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이때 초기증상이 없는 젊은 환자의 경우 일 년에 한 번 초음파와 소변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초음파는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만일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면 심전도 변화를 파악한 뒤 초음파를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 국내에는 파브리병치료제로 2개의 효소대체요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차별점은.

국내에 공급되는 효소대체요법에는 2개가 있다. 하나는 인간세포주를, 다른 하나는 동물세포주를 기반으로 한다.

동물세포주를 기반한 효소대체요법은 과민반응이나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이 좀 더 높기 때문에 천천히 투여한다. 이때 상황에 따라서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 등을 통해 환자의 면역반응을 낮춘 상태에서 투여하기도 한다. 반면 인간세포주에 기반한 치료제의 경우 면역원성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나 보통 1시간 이내로 투여가 끝난다. 환자별로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이 약을 사용해야 한다는 지침은 없다. 

- 가족스크리닝에 관해 의견이 분분하다.

가족스크리닝에 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 사회적인식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파브리병은 치료 가능한 질환이다. 이런 이유에서 파브리병의 가족검사는 가이드라인에서도 기재돼 있듯 매우 중요하다. 가족 중 한 명이 파브리병으로 확진된다면 위아래 3세대는 반드시 유전자검사를 비롯해 심장초음파, 심전도 등의 심장검사와 단백뇨, 미세알부민뇨검사 등의 신장검사를 받아야 한다.

만일 가족스크리닝을 통해 파브리병 유전자가 확인된 후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도 6개월에서 1년 주기로 통증문진, 소변검사와 심장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이는 파브리병이 환자마다 다르게 발현되기 때문이다. 가령 여성환자의 경우 대부분 40대가 넘어서 증상이 발현된다.

- 파브리병은 늦은 시점에 발현되기 때문에 자녀들이 큰 고민을 갖고 있다.

환자 자녀들은 부모가 앓고 있는 파브리병에 관해 무관심하거나, 극진한 보살핌 혹은 내가 부모 때문에 질병을 앓게 됐다고 생각해 부모를 싫어하는 등 여러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부모의 병으로만 치부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또 본인에게도 존재할 수 있는 일로 생각하고 부모를 돌봐야 한다. 파브리병은 치료 가능한 질환이다. 얼마든지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본원의 경우에는 규모가 크지 않지만 가족스크리닝을 통해 5명의 파브리병환자들을 관리하고 있다. 또 환자들과 SNS를 통해 소통하며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모두가 일상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파브리병은 치료 가능한 질환인 만큼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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