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골수종 4차 치료 도전… “문 두드리니 새로운 일상 찾아왔죠“
다발골수종 4차 치료 도전… “문 두드리니 새로운 일상 찾아왔죠“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5.0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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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불응성 다발골수종 4차 치료 단독요법 급여화
생존기간 연장 등 개선효과 입증… 삶의 질 향상 기대
환자 이봉숙 씨, 4차 치료 후 부작용·재발 없이 건강 유지
의료진 믿고 치료 끈 놓지 않아, 얻은 정보는 반드시 실천

혈액암의 하나인 다발골수종은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듯 계속 다음 치료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워낙 재발이 잦은 데다 재발 시 기존 치료제에 대한 내성(기존 치료에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것)과 불응성(기존 치료제에 대해 효과를 못 보는 것)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

특히 삼중불응성 다발골수종환자들은 이미 3번 이상 재발하거나 기존 치료에 3번 이상 실패를 경험, 치료의 끈을 놓기 쉽다. 그래도 이들이 4번째 치료의 문을 두드릴 만한 이유가 있다. 2019년 4월부터 삼중불응성 다발골수종환자들이 받을 수 있는 4차 치료 단독요법이 급여화돼 또 한 번 치료에 도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두려움 반, 걱정 반으로 4차 치료에 도전한 삼중불응성 다발골수종환자 이봉숙 씨(여, 73세). 하지만 현재 부작용과 재발 없이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활력 있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이봉숙 씨의 이야기를 통해 삼중불응성 다발골수종의 희망을 들여다봤다.

사진설명 : 특별한 이유 없이 허리통증과 뼈 통증이 지속되거나 빈혈, 피로감 등이 발생하면 정밀 혈액검사를 꼭 받아볼 것을 당부한다.
전문가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허리통증과 뼈 통증이 지속되거나 빈혈, 피로감 등이 발생하면 정밀 혈액검사를 꼭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강조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고령층서 발병위험↑…뼈 통증 등 다양한 증상 유발

다발골수종은 골수에 있는 형질세포가 지나치게 증식해 발생하는 혈액암이다. 아직 이 병을 잘 모르는 사람도 많지만 다발골수종환자는 최근 5년간 32%나 증가했다(2020년 기준 8929명→2015년 기준 6048명). 특히 나이 들수록 발병률이 높아져 환자의 60% 이상이 60~70대로 보고된다.

비정상적으로 증식한 형질세포는 뼈 조직을 파괴하면서 다양한 증상을 일으킨다. 특히 허리통증이 심하며 뼈 안의 칼슘이 혈액으로 방출되면서 구토, 탈수, 피로감, 빈혈 등도 나타날 수 있다. 면역기능저하로 폐렴, 요로감염 등 세균감염증에도 취약해진다.

하지만 증상이 나타나도 워낙 이곳저곳 아플 때라 환자들은 단순 노화증상으로 생각하거나 엉뚱한 치료를 받다 뒤늦게 진단받는다. 이봉숙 씨도 허리통증으로 두 달간 한의원 진료를 받다 나중에서야 다발골수종 발병사실을 알았다.

“차도가 없어 암을 의심했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말만 믿고 계속 치료받았습니다. 그러다 걸을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죠. 밤낮으로 버티다 결국 MRI를 찍고 나서야 다발골수종임을 알았습니다.”

■항암제 선택 등 효율적인 치료전략 고민해야

다발골수종으로 진단되면 담당 의료진과 힘을 합쳐 효율적인 치료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다발골수종 치료는 비정상적으로 증식한 골수종세포를 제거하는 항암화학요법(항암치료)과 합병증 발생을 줄이기 위한 보존적치료로 나뉜다. 항암화학요법은 환자의 나이(70세 미만 vs 70세 이상)와 활동도, 동반질환을 고려해 진행하며 일단 환자가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이 가능한지 먼저 판단한 후 첫 치료약제를 선택한다.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이 가능한 경우라면 고용량의 항암치료로 골수종세포를 최대한 제거한 다음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는 수술을 한다. 이 씨는 1차 항암치료(보르테조밉+멜팔란+프레드니솔론) 후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았다. 하지만 치료 후 1년 만에 재발했다.

이렇게 1차 치료에 재발하거나 치료효과가 없으면 다음 치료방법을 고민해야 하는데 이때는 여러 종류의 항암제를 단독 또는 합쳐서(병합요법) 써볼 수 있다. 이 씨는 2차치료로 레블리마드+덱사메타손 병합요법을 선택했다. 하지만 또 재발해 3차 치료(포말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를 받았으며 이후 4번째 재발이 찾아왔다.

다발골수종환자는 잦은 재발과 기존 치료에 대한 부작용으로 치료를 포기하기 쉽다. 이때 의료진에 대한 신뢰와 환자의 의지는 기나긴 치료과정을 견디는 원동력이 된다. 주변 가족들 역시 환자가 최대한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희망적인 말로 용기를 북돋아주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삼중불응성 다발골수종환자도 4차 치료 도전 가능해져

이 씨처럼 3번 이상 재발을 경험한 삼중불응성 다발골수종환자들은 기존 치료제에 대한 내성과 불응성 때문에 사실 쓸 수 있는 치료제가 많지 않다. 따라서 다음 치료제를 선택할 때 치료효과는 물론, 내약성이 좋은 치료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 2019년 4월부터 프로테아좀 억제제와 면역조절제제를 포함, 적어도 세 가지 치료를 받은 재발 또는 불응성 다발골수종환자들에 대한 단독요법(다라투무맙)이 급여화됐다. 삼중불응성 다발골수종환자들에게도 4차 치료 길이 열린 것이다.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4차 치료 단독요법은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도 입증했다. 임상시험결과에 따르면 대조군 대비 17.5개월 이상 삼중불응성 다발골수종환자의 전체 생존기간 연장을 확인1)했으며 83.1%의 환자에서 질병을 안정시키거나 개선시켰다.2)

이 씨는 4번째 재발 후 암세포가 많이 증가한 터라 사실 큰 기대 없이 4차 치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치료 후에는 완전히 새로운 일상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다발골수종 치료를 받으며 오랜 기간 불면증으로 고생했는데 4차 치료 후엔 충분히 잠을 잘 수 있게 됐어요. 별다른 부작용 없이 잘 먹고 잘 자니 컨디션이 아주 좋아졌죠. 덕분에 최근에는 백내장수술, 위·대장내시경, 치과치료까지 받았답니다.”

이봉숙 씨는 "암에 대한 상식은 많이 알수록 좋지만 아는 데서 그치지 말고 이를 생활에서 꼭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스트레스 없이 성실하게 만족하면서 생활하니 암이 차츰 사라지는 걸 느꼈다"고 했다.
이봉숙 씨는 “암에 대한 상식은 많이 알수록 좋지만 아는 데서 그치지 말고 이를 생활에서 꼭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스트레스 없이 하루하루 만족하면서 생활하니 암이 차츰 사라지는 걸 느꼈다”고 했다.

■장기간의 여정…의료진 굳은 신뢰 큰 힘 돼 

다발골수종은 장기전이다 보니 담당 의료진과의 호흡도 매우 중요하다. 의료진은 환자의 상태를 면밀하게 파악해 다음 치료전략을 제시하고 환자가 이를 잘 따라오도록 이끌어야 한다. 진료 시 환자의 성향과 생활환경도 물론 고려해야 한다.

이 씨는 서울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민창기 교수와 햇수로 7년째 함께 하고 있다.

“교수님은 항상 환자의 특징과 체질을 꼼꼼하게 파악해 처방해주십니다. 그 정성을 알게 되니 더 믿음이 갔고 힘든 치료도, 치료마다 뒤따르는 부작용도 이겨낼 수 있었답니다.”

■치료 끈 놓지 않고 생활 속 자기관리 철저히 

환자의 굳은 치료의지도 의료진 못지않은 위력을 발휘한다. 무엇보다 이 씨는 잦은 재발에도 치료의 끈을 놓지 않고 철저한 자기관리를 이어갔다.

“우선 내 몸은 내가 잘 안 다는 생각으로 ‘반 의사’가 돼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다발성골수종 환우회를 통해 필요한 정보들을 얻고 매일매일 변하는 컨디션을 꼼꼼히 메모해뒀다 교수님에게 상담했죠. 무엇보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은 정보들을 생활에서 꼭 실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평소 찬 음식, 튀김, 인스턴트식품을 피하고 고단백식품 위주로 먹는 등 식습관에도 각별히 신경 썼어요. 운동과 족욕도 매일 빼먹지 않고 했답니다.”

최대한 좋은 생각만 하고 스트레스를 피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게으른 생활을 경계하고 하루하루 만족하면서 바쁘게 생활하니 암이 차츰 사라지는 것 같았어요. 다른 환자(삼중불응성 다발골수종) 분들도 꼭 4차 치료에 도전해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누리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참고자료

1) Saad Z Usmani et al. Daratumumab monotherapy compared with historical control data in heavily pretreated and highly refractory patients with multiple myeloma: An adjusted treatment comparison. Am J Hematol 2017;92(8):E146-E152

2) Saad Z Usmani et al. Clinical efficacy of daratumumab monotherapy in patients with heavily pretreated relapsed or refractory multiple myeloma. Blood 2016; 128(1): 3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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