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건치로 지키는 백세건강] 치아 살리기에 집중하는 ‘보존과’ ③ 신경치료에 실패한 치아 되살리는 법
[이상민의 건치로 지키는 백세건강] 치아 살리기에 집중하는 ‘보존과’ ③ 신경치료에 실패한 치아 되살리는 법
  • 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4.2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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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보면 많은 치과병원을 발견하게 됩니다. 언뜻 보면 다 똑같은 치과로 판단되지만 사실 치과에도 다양한 진료과가 있습니다. 치과에는 11개 전문의 과목이 존재하는데 이번 2021년에는 진료과목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내 치아가 아플 때 어느 진료과목을 찾아야 하는지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번 주부터 살펴볼 진료과목은 보존과입니다. 먼저 보존과의 두 영역(충치치료, 치아신경치료) 가운데 치아신경치료부터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세 번째 순서로 신경치료에 실패한 치아를 되살리는 치료방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원장

지난주 칼럼에서는 치아신경치료의 실패 원인에 대해 짚어봤다.

원인은 지저분한 전선뭉치처럼 얽혀있는 치아신경과 구부러지고 휘어있는 치아뿌리. 따라서 아무리 좋은 기구를 사용하고 고도로 숙련된 신경치료전문의가 정성껏 신경치료를 한다고 해도 10개 중 1개 정도의 치아에서는 신경치료에 실패한다. 단순히 통증, 불편감을 넘어 심한 경우 발치에 이르는 참담한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치과보존과에서는 신경치료가 실패한 치아를 어떻게든 살려보려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개발하고 이를 현장에서 적용하고 있다.

치아에 있는 큰 치아 신경줄기를 제대로 찾지 못한 것도 치아신경치료 실패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치아에는 각각의 뿌리마다 1개에서 3개 정도의 큰 치아 신경줄기가 존재하는데 1cm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크기의 치아머리에서 모든 신경줄기를 찾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첫 신경치료에서 신경을 다 못 찾아 실패한 경우라면 다시 한 번 모든 신경 줄기를 찾아서 치료를 진행하는 방법이 있다. 이러한 방법을 ‘재신경치료’라고 부른다.

재신경치료는 처음 신경치료를 할 때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다. 첫 신경치료과정에서 신경줄기를 찾으면서 여러 위치나 표면이 이미 망가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첫 신경치료가 마치 눈 뜨고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다면 재신경치료는 그야말로 눈을 감고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비슷하다.

따라서 많은 보존과전문의는 재신경치료 시 치과용 미세현미경을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 치과용 미세현미경은 10배에서 30배 정도까지 치아를 확대해 볼 수 있다. 처음에 놓친 신경줄기를 찾으면서 치료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인 셈이다. 

의료진이 치과용 미세현미경으로 치아를 24배 확대해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굿라이프치과병원 제공)

현미경을 이용하면 1cm 정도에 불과한 치아가 24인치 모니터에 한가득 보일 정도로 확대돼 보이며 첫 번째 신경치료에서 놓친 신경줄기나 미세한 금(crack), 충치 등을 발견할 수 있어 재신경치료의 성공률을 매우 높일 수 있다.

치과용 미세현미경을 이용해 치아 한 개를 확대한 모습. 이 모습이 24인치 모니터를 가득 채운 상태에서 신경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사진=굿라이프치과병원 제공)

치아 머리에서 접근해 큰 신경줄기를 다 찾았다고 해도 여전히 치아신경치료는 실패할 수 있다. 이때 가장 문제되는 영역은 뼈 안에 있는 치아뿌리 끝 3mm 정도에 해당하는 곳이다.

이곳은 우선 복잡한 신경 묶음과 휘어진 뿌리 등으로 남은 신경잔가지들이 썩어간다. 또 신경치료용 기구가 부러질 수 있고 소독이 잘 안 돼 세균이 숨어있다. 만일 이러한 상황에 의해 염증물질이 뿌리 끝으로 배출되면 뼈를 녹이고 고름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직접 치아 뿌리 끝 3mm에 대한 치료를 시행해야 치아를 살릴 수 있다.

앞니나 위턱 작은 어금니의 경우 직접 치아의 뿌리 끝을 보면서 잘라서 제거하는 수술을 할 수 있다. 이를 ‘치근단절제술(Apicoectomy:애피코액토미)’이라고 부른다. 마치 매복사랑니를 발치하듯이 우선 잇몸을 열고 뼈를 깎아낸 다음 문제가 된 치아의 뿌리를 직접 미세현미경으로 보면서 잘라서 제거한다. 이후 MTA라고 부르는 재료를 이용해서 잘려진 단면을 밀폐하고 뼈이식을 한 후 마무리한다. 

미세현미경 사용이 숙달된 전문가에게 진료받는 경우 매우 높은 성공률을 보인다. 하지만 치근단절제술의 유일한 단점은 앞니나 위턱의 작은어금니까지는 문제없지만 그 외의 치아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노란 부분이 뿌리 끝 염증인데 빨간 부분에 해당하는 치아뿌리를 치근단절제술을 통해 제거했더니 노란 염증부분이 사라지고 치아를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됐다(사진=굿라이프치과병원 제공).

몇 가지 실제 사례를 살펴보자.

위턱 어금니는 뿌리가 3개인데 각각의 뿌리가 매우 두꺼운 뼈로 감싸져 있어 뼈를 다 제거하는 것이 어렵고 볼이 막고 있어서 접근이 불가능하다.

또 아래턱 어금니는 하치조신경이라는 매우 중요한 감각신경이 지나가고 있기 때문에 수술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신경은 아래턱 사랑니 발치나 임플란트 수술, 신경치료 등의 치료를 할 때 매우 조심해야하는데 실수로라도 이 신경이 손상되면 환자가 평생 불편함을 겪는다.

2020년 2월 인터넷에 공개된 신논현역 모 치과에서 신경치료 중 발생한 신경손상(출처=구글검색 ”신논현역 치과 의료사고”).

아래턱 큰 어금니에는 비록 치근단절제술이 불가능하지만 치아를 빠르게 발치하고 문제되는 뿌리 끝을 구강 밖에서 빠르게 잘라서 MTA라는 재료로 밀폐한 후 10분 이내에 다시 구강 내로 재위치시키는 치료방법이 있다. 이러한 치료법을 ‘치아재식술(replantation)’이라고 부른다.

치아재식술은 치아를 뽑지 않고 문제 되는 뿌리 끝만 처리하는 치근단절제술과 다르게 전체 치아를 뽑았다가 뿌리 끝을 처리하고 다시 넣어야 한다. 즉 치아에 가해지는 외상이 크기 때문에 성공률이 조금 떨어진다. 하지만 치근단절제술이 불가능한 아래턱 큰 어금니에는 치아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기도 하다.

다만 치아재식술을 하기 위해서는 발치하는 도중에 치아나 치아 뿌리가 부러져서는 안 된다. 발치도 잘해야 하고 세균이 매우 적은 멸균된 상태에서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 설령 숙련된 전문의가 시행하더라도 이러한 많은 제약이 있다는 건 알고 있어야한다.

불과 60~70여년 전까지만 해도 충치로 인해 치아뿌리에 염증이 생기면 발치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하지만 치과의사의 연구, 특히 보존과를 공부하고 전공한 치과의사들의 노력으로 ‘치아신경치료’라는 새로운 치료방식이 개발됐다.

하지만 치아 신경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고 치아 뿌리가 다양하게 휘어있어 치아신경치료는 실패할 위험이 높다. 하지만 미세현미경을 이용한 재신경치료, 치근단절제술, 치아재식술이 개발되면서 신경치료에 실패한 치아도 어떻게든 되살려볼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보존과전문의와 치아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치과의사들은 이러한 치료방법들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또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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