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봄철 산책 시 조심, 또 조심! - 유박비료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봄철 산책 시 조심, 또 조심! - 유박비료
  • 박지환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 원장 l 정리·김보람 기자 (rambo502@k-health.com)
  • 승인 2021.04.2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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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환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원장 겸 중증내과질환센터장

이번 달 유박비료를 먹은 반려견 두 마리가 동물병원을 찾아왔다. 작년에도 이맘때쯤 유박비료를 먹고 입원한 반려견이 여럿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날씨가 따뜻해지며 반려견의 산책시간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흙냄새를 맡는 것을 좋아하는 반려견의 특성상 유박비료는 정말 주의해야한다.

유박비료는 피마자, 참깨, 들깨에서 기름을 짜낸 뒤의 부산물로 만든 비료다. 이 중 피마자 껍질에는 청산가리보다 독성이 6000배나 강한 ‘리신’이라는 맹독성물질이 들어있다. 즉 피마자성분이 포함된 유박비료는 매우 소량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치사량에 육박한다.

리신이 체내에 흡수되면 우선 소화기관을 파괴한다. 실제 위·소장점막의 괴사가 심각하게 진행되며 이에 식욕부진, 구토, 심한 수양성설사가 동반된다. 또 간과 신장에 고농도로 축적돼 치료해도 간,신장,심장 등의 장기손상이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다. 위에서 설명했던 대로 장내 괴사, 출혈이 생기면서 전신적인 패혈증이 발생하거나 단백질소실이 매우 빠르게 진행돼 쇼크가 생기는 일이 많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3~4일 내로 폐사하게 되는 일도 많다.

유박비료는 다른 독성물질과 다르게 해독제가 없어서 회복될 때까지 도와줄 수 있는 대증처치밖에 진행할 수가 없다. 보통 섭취한 지 두 시간 안에는 위세척으로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겠지만 필자는 지금까지 두 시간 이내로 동물병원에 온 반려견은 본 적이 없다. 비료를 먹더라도 생각보다 증상이 늦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비료를 먹은 것을 목격했더라도 조금 먹어서 괜찮은 줄 알았다는 보호자가 많다. 따라서 이미 유박비료는 소장이나 대장 내로 내려가 있고 장괴사가 시작돼 설사증상이 나타난 이후에 병원을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리신의 치사량은 강아지에서는 완벽히 규명되지는 않았으나 20mg/kg로 알려져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유박비료는 리신의 함유량을 10mg/kg로 제한하고 있어 실제 이론상으로는 상당히 많은 양을 먹어야 치사량에 도달하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강아지의 경우 치사량이 완벽히 규명되지 않았으며 강아지 특성상 유박비료를 잘게 부셔 먹었을 가능성이 있어 흡수율이 높아질 수 있다. 또 필자의 경험으로도 매우 적은 양으로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물론 최근 유박비료의 위험성이 너무 많이 알려져 실제 아파트화단 등에서 유박비료를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고는 한다. 하지만 조금만 교외로 나가면 아직도 사용하는 곳이 많다. 특히 봄철 반려견과 교외로 놀러 가는 일이 많기 때문에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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