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코로나 시대, ‘결핵 관리’ 고삐 바짝 당겨야
[특별기고] 코로나 시대, ‘결핵 관리’ 고삐 바짝 당겨야
  • 김창기 SCL 서울의과학연구소전문의(진단검사의학과)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4.13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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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기 SCL 서울의과학연구소전문의(진단검사의학과)

2019년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COVID-19)는 전 세계를 큰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최근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2021년에도 코로나를 완전히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체계를 대폭 강화하는 한편 지침에 따라 국민 또한 개인위생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상시적인 마스크 착용은 권고사항이 아닌 의무화가 됐고 코로나 방역을 위해 집단시설 이용 제한 및 집합금지도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여러 감염병 발생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전체적으로 대부분의 감염병 발생이 급감했다. 지난겨울 계절독감은 거의 자취를 감췄고 소아과를 들락날락하던 어린이들도 거의 병치레 없이 지내고 있다.

그럼 대표적인 법정감염병인 결핵은 어떻게 됐을까? 결핵은 호흡기로 전파되는 감염병으로 마스크 착용으로 많이 예방됐을 것이라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0년 결핵신환자는 1만9933명으로 2019년에 비해 16.4% 감소했다. 역시 코로나로 인해 다른 감염병처럼 결핵환자 발생이 감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호흡기 질환에 비해서는 감소 폭이 크지 않았다.

또 결핵은 이미 2011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코로나에 의한 영향이 그리 크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는 결핵이란 질병이 매우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결핵은 이미 결핵균에 감염된 사람 중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병의 진행도 매우 느리다.

결론적으로 유례없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여전히 많은 결핵환자가 발생했다. 아마도 2020년 법정감염병 중에서 10만 명 이상 발생한 코로나를 제외하면 결핵이 가장 많이 발생한 감염병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사태로 여력이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여전히 결핵은 중요한 보건문제이며 우리는 결핵관리를 위한 노력을 늦출 수 없다. 오히려 코로나에 매몰돼 감염병관리에 소홀한다면 지금까지 쌓아둔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다.

실제 세계보건기구에서 165개 국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42% 국가가 코로나로 인해 결핵관리가 지장을 받았다고 보고했다. 특히 결핵환자가 많은 저개발국가의 경우 거의 모든 자원이 코로나 진단과 치료에 투입되고 있어 향후 큰 후폭풍이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1차적인 결핵관리를 담당하는 보건소와 국가결핵관리의 총책임을 맡고 있는 질병관리청은 코로나 업무에 전념하고 있다. 음압 병실이 있는 결핵병원이나 의료원이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이용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이미 결핵 퇴치를 위한 장기 계획이 수립됐고 2020년 잠시 혼선이 있었지만 기존 계획을 순차적으로 수행해 나가고 있다.

우선 2020년 결핵진료지침이 개정됐다. 이번 결핵진료지침에서는 내성결핵 진단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 배양법에 기초한 약제감수성검사가 기준검사로 인정됐고 신속한 분자진단검사는 보조적인 역할이었다. 하지만 이번 진료지침에서는 신속 분자진단검사가 기존 검사와 동등한 위치에서 필수적으로 시행해야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특히 내성이 의심되는 경우 검체로 Xpert MTB/RIF 검사를 시행해야한다. 내성결핵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약제 중 하나인 퀴놀론제에 대한 신속감수성검사 시행도 권고사항에 포함됐다. 이런 분자진단 검사법을 적극 이용할 경우 내성결핵 관리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성결핵 치료에 있어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바로 내성결핵 치료에 사용되는 약제의 분류가 새롭게 바뀐 것이다. 여러 연구결과와 해외 지침을 근거로 효과가 뛰어난 결핵신약제를 치료 초기부터 처방해야 할 핵심약제로 분류했다. 결핵신약인 베다퀼린과 델라마니드는 내성결핵에 아주 좋은 효과를 보였으나 치료비용문제로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지침 개정 후 정부가 이들 약제의 보험적용 범위를 확대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내성결핵환자들의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결핵관리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여러 연구도 진행 중에 있다. 새로운 결핵약제 개발 및 결핵치료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임상연구가 현재 진행 중이며 신속하고 정확한 결핵진단법도 개발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기술 개발과 연구를 통한 결핵관리 향상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매년 3월 24일은 ‘결핵예방의 날(World TB day)’이다. 예전 같았으면 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 보건의료인들에게 결핵퇴치를 위해 함께 싸우자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 결핵예방의 날에는 코로나로 인한 결핵관리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많은 관심을 받지는 못하지만 결핵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는 결핵예방의 날은 매우 특별하다. 여러 행사도 개최돼 그간의 고생을 위로하고 격려하곤 했는데 올해는 특별한 기념식이나 행사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 오랫동안 결핵 분야에서 활동한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결핵관리에 빈틈이 없도록 묵묵히 노력하는 분들께 이 글로나마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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