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늘어나는 ‘재활난민’, 국내 재활치료 현실은?
[특별기고] 늘어나는 ‘재활난민’, 국내 재활치료 현실은?
  •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ㅣ정리·강태우 기자 (burning.k@k-health.com)
  • 승인 2021.01.0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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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백남종 교수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2025년이 되면 초고령사회(65세 이상 노년층이 총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사회)에 진입합니다. 특히 급속한 인구고령화로 재활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재활의 영역은 다양하지만 특히 노년기 삶의 질 유지를 위해 적절한 재활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재활전문치료기관이 부족하다 보니 재활치료 후 가정 및 사회로 복귀하는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습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서울의대 재활의학교실 주임교수이자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장으로 활동 중인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백남종 교수의 기고글을 통해 국내 재활치료시스템의 문제점을 알아보고 관심과 지원을 촉구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주제는 ‘국내 재활치료의 현황’입니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918명(2019년 기준)으로 ‘인구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4년 뒤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 우리나라 인구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이 될 전망이다.

더욱이 의료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 역시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2025년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남성 85.6세, 여성 90.5세로 예측했다. 문제는 신체노화로 인생의 마지막 17년은 각종 질병과 장애가 동반될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고령자 1인 가구가 33%를 넘어서면서 ‘노인부양비’는 급격한 상승 폭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현재 15세부터 49세까지 연령층이 65세 이상을 부양해야하는 노인부양비는 이미 43%를 넘어섰고 2025년이 되면 59%, 20년 후에는 12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시 말해 4년 후면 성인 두 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해야하고 20년 후면 성인 한 명이 노인 한 명을 미처 다 부양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 대책 없이 미래를 맞게 되면 독거노인 대부분은 요양병원에서 간병인 없이 혹은 외국인 간병인의 보호를 받으며 생을 마감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일본의 경우 20년 후 일자리 다섯 중 하나가 간병인이 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우리와 우리 자식들을 위해서도 곧 다가올 5년, 10년 후를 미리 대비해야한다.

만일 가정에서 환자를 보살필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마련됐다면 걱정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건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에 입원 혹은 입소하는 장애인이나 노인을 일컫는 ‘사회적 입원’이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그나마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장애등급 판정을 받아야하며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개인부담금이 만만치 않다. 경제적여유가 있으면 해결될까? 그렇지 않다. 집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받고 싶어도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노인들의 상당수가 요양병원에서 ‘사회적입원’을 하고 있다며 회복 후 집과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노인들의 상당수가 요양병원에서 ‘사회적입원’을 하고 있다며 회복 후 집과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현재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 1000명당 ‘요양병원의 병상수’는 OECD 평균 대비 7.6배 많지만 요양시설은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즉 현재 장애인, 노인들의 상당수가 사회적 입원을 한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의료자원의 낭비일 뿐 아니라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불필요한 지출로 이어진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요양병원의 열악한 환경이 낱낱이 드러났다. 특히 수많은 요양병원 간 수준 차이도 상당하다.

우리나라의 요양병원은 일반건물을 병원으로 개조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자 여러 명이 한 방에 모여 한두 명의 간병인에게 돌봄을 받고 심한 경우 온돌방에 환자 7~8명이 모여 있기도 한다. 게다가 재활치료가 전혀 되지 않는 경우부터 집단치료, 개별치료 등 치료방법과 환경도 천차만별이다.

필자는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며 급성기 재활치료 후 재활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옮겨 입원 중인 환자들을 많이 봤다. 보통 노인질환은 발병 후 1년 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기 때문에 3~6개월 간격으로 검진은 필수다. 하지만 1/3 정도의 환자가 병원 방문이 아닌 보호자가 약처방만 받아간다.

이런 이유로 환자 상태를 보호자에게 듣는 경우가 태반이다. 문제는 보호자가 환자를 계속 보는 것은 아니다 보니 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환자상태를 동영상으로 찍어 보여주는 몇몇 보호자가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안타깝게도 요양병원은 한 번 입원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무엇보다 환자 스스로 회복 후 요양병원이 아닌 집으로 퇴원한다는 목표가 있어야한다. 이는 재활치료를 적극적으로 나서는 동기와 필요성을 만들 것이다. 이제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대책과 묘안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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