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해요! 희귀질환] 파브리병, 한 명이라도 확진되면 가족스크리닝 진행해야
[극복해요! 희귀질환] 파브리병, 한 명이라도 확진되면 가족스크리닝 진행해야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12.04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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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리병, 당뇨처럼 관리하면 일상적인 삶 가능
X염색체질환, 한 명 확진 시 가족스크리닝 필요
효소대체요법, 경구용제제 개발로 삶의 질 향상

희귀질환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인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희귀질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제대로 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희귀질환자들의 고통분담을 위해 1월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제도’를 발표했지만 아직도 실질적인 지원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희귀질환자들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극복해요! 희귀질환’이라는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파브리병은 효소결핍으로 인해 생기는 리소좀축적질환(LSD) 중 하나다. 파브리병은 진행성질환으로 증상이 모호해 확진까지 평균 10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파브리병은 효소결핍으로 인해 생기는 리소좀축적질환 중 하나다. 파브리병은 진행성질환으로 증상이 모호해 확진까지 평균 10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어렸을 적부터 저는 땀이 잘 나질 않았습니다. 아무리 운동을 해도 땀이 나질 않아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손과 발이 타는 듯한 고통이 발생하더군요. 병원에 가도 원인을 찾지 못했을 뿐 일반적인 치료만 받게 됐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진행한 건강검진에서 단백뇨수치가 높게 나와 정밀검진을 받게 됐습니다. 마주 앉은 의사는 제가 듣고 싶지 않은 ‘파브리병’이라는 희귀질환을 진단했습니다. 다행히 너무 늦지 않아 현재는 일상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픈 것은 죄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투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모든 환자분들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습니다. <숨지 말고 나오길 바랍니다>

희귀질환인 파브리병(Fabry disease)은 전 세계 인구 11만7000명당 한 명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질병의 특성상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국내에는 약 200여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내 파브리병환자의 정확한 집계가 어려운 이유는 모호한 증상 때문이다. 증상은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 담 분비 감소, 각화혈종, 심장비대, 심장 박동 이상, 단백뇨, 콩팥기능 감소, 설사, 복통, 구토, 뇌졸중 등 증상이 모호하다. 따라서 병원에 가더라도 통상적인 대증치료가 진행된다.

파브리병은 효소결핍으로 인해 생기는 리소좀축적질환 중 하나다. 리소좀은 세포 내 존재하는데 못 쓰게 된 세포를 분해해 유용한 단백질로 재활용하거나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균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킨다.

문제는 리소좀 내에 있는 효소 중 단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리소좀이 거대해지면서 뇌, 심장, 신장, 근육 등 각종 신체이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중 파브리병은 ‘알파-갈락토시다제A(α-galactosidaseA)’라 불리는 효소의 결핍으로 발생한다. 알파-갈락토시다제A는 당지질(GB-3, GL-3) 분해에 필요한 효소인데 유전자변이 혹은 결핍될 경우 당지질이 리소좀 내 축적돼 파브리병을 유발한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홍그루 교수는 “파브리병은 당뇨처럼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지만 제때 치료한다면 일상적인 삶이 가능하다”며 “파브리병은 진행성질환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치료를 통해 합병증을 예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치료시기 늦어질수록 일상생활 복귀 어려워

파브리병은 X염색체질환으로 주로 남성에게 발생한다. X염색체를 하나만 갖고 있는 남성의 경우 유전자변이가 있으면 이를 보완할 방법이 없다. 반면 여성의 경우 유전자변이가 있다고 해도 다른 하나의 X염색체로 인해 특정 단백질이 완전히 생성되지 않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증상이 비교적 경미하다. 단 여성이 파브리병에 걸릴 경우 이 여성에서 태어난 아들은 파브리병이 발병할 확률이 매우 높다.

파브리병은 평균적으로 9~13세 사이 초기증상이 나타나면서 서서히 진행된다. 초기 파브리병은 붉거나 짙은 푸른색의 피부발진(혈관각화종)이 주로 관찰된다. 혈관각화종은 엉덩이 사이와 무릎에 많이 발생한다. 다른 증상으로는 땀의 생산량이 감소해 피부가 건조해진다. 또 손과 발이 타는 듯한 고통이 있다. 이러한 통증은 몇 분에서 또는 며칠 동안 지속될 수 있다. 간혹 복부통증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충수염과 통증이 비슷하다.

문제는 진행성질환이기 때문에 성인이 되면서 증상이 악화된다는 것이다. 특히 당지질이 각막에 축적돼 각막이 뿌옇게 되며 불투명해진다. 문제는 당지질이 혈관세포 등에 쌓이면서 혈관이 많은 심장, 신장, 뇌와 같은 장기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심한 경우 울혈성심부전, 부정맥, 협심증, 좌심실비대, 심장판막질환, 고혈압 등 심혈관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성인 남성환자의 파브리병은 먼저 신장질환,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여부를 살피고 가계도, 소아 때의 통증 경험 여부를 통해 파브리병이 의심된다면 혈액검사 알파-갈락토시다제A 효소량을 측정해 진단한다.

홍그루 교수는 “파브리병은 X염색체질환인 만큼 환자 한 명 확진 시 가족검사를 해보면 평균적으로 5명의 가족이 걸려 있다”며 “하지만 조기치료를 통해 얼마든지 일상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파브리병이 진단되면 주변 가족들 역시 검사를 통해 파브리병을 예방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해외와 달리 ’유전질환‘이라 밝혀지면 사회적낙인이 찍혀 사회활동에 문제가 생긴다”며 “아픈 것은 죄가 아닌 만큼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 사회적낙인에서 벗어나야한다”고 덧붙였다.

■치료제 현황

과거 파브리병의 가장 큰 문제는 증상완화제만 있을 뿐 치료제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족한 효소를 주입하는 효소대체요법(ERT)과 체내 남아있는 효소를 활성화시켜주는 샤프론제제가 개발되면서 환자 삶의 질이 향상됐다.

효소대체요법은 2002년 국내 최초로 도입된 ’아갈시다제베타(사노피-아벤티스 : 파브라자임)‘이 대표적이다. 아갈시다제베타는 우리 몸에 본래 있는 효소와 동일한 아미노산 서열을 띤 재조합형효소를 정맥주사로 주입한다. 아갈시다제베타는 ’만노스 6-인산 수용체‘와 결합해 세포 내 흡수율이 높으며 신장 및 심장과 같은 주요기관에 더욱 잘 도달하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파브리병환자가 효소대체요법을 받기 위해서는 2주에 한 번씩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야하기 때문에 큰 불편을 겪어야한다. 다행히 최근 경구용제제인 ’미갈라스타트(한독 : 갈라폴드)‘가 개발되면서 환자의 복용편의성이 증가했다.

미갈라스타트는 순응변이를 가진 16세 이상 청소년 및 성인 파브리병환자에 사용 가능하다. 1캡슐을 2일 1회 매번 같은 시간에 복용하면 된다. 미갈라스타트는 순응변이를 가진 파브리병환자의 체내에 결핍된 알파갈락토시다아제A효소와 결합해 효소의 활성을 복원시키고 축적된 당지질을 분해한다는 점에서 효소대체요법과 차이점을 갖는다.

단 모든 파브리병환자가 경구용제제를 복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구제는 효소를 안정화시키는 역할이기 때문에 효소가 전혀 없는 환자는 복용할 수 없다. 하지만 효소를 조금이라도 생성할 수 있는 경우 경구제를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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