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해요! 희귀질환] “엄마, 아빠 손잡고 걸을 수 있겠죠?”… 뼈 형성이 어려운 ‘저인산효소증’
[극복해요! 희귀질환] “엄마, 아빠 손잡고 걸을 수 있겠죠?”… 뼈 형성이 어려운 ‘저인산효소증’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11.13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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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 미만 신생아사망률 50%, 정확한 집계 어려워
저인산효소증, 혈액검사 ALP 수치로 진단가능해
ALP효소대체제요법 개발로 환자 삶의 질 상승

희귀질환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인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희귀질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제대로 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희귀질환자들의 고통분담을 위해 1월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제도’를 발표했지만 아직도 실질적인 지원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희귀질환자들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극복해요! 희귀질환’이라는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저인산효소증은 인구 10만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1세 미만 신생아사망률이 50%인 만큼 정확한 집계가 어려운 상황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저인산효소증은 인구 10만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1세 미만 신생아사망률이 50%인 만큼 정확한 집계가 어려운 상황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착각했습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성장이 좀 늦는 거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아이가 숨을 쉬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그렇게 우리 아이는 ‘저인산효소증’이라는 희귀질환과 사투를 벌이게 됐습니다. 여러분들은 모를 겁니다. 희귀질환과 싸우기 위해서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는 것을. 병이 어떤 식으로 악화할지,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아니면 애초 치료가 가능한 병인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우리 아이는 축복받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한 어린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줬던 수많은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세상은 결코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아버지의 편지>

호흡부전으로 1세 미만 신생아사망률이 50%를 기록해 유병률을 예측할 수 없는 질환이 있다. 바로 극(極)희귀질환인 ‘저인산효소증(Hypophosphatasia, HPP)’이 그 주인공이다. 저인산효소증은 인구 10만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문제는 1세 미만의 환자 대부분이 사망하거나 진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다른 치료를 받는 환자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집계가 어려운 상황이다.

저인산효소증은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이하 ALP)’의 결핍이 원인이다. ALP는 뼈의 형성에 관여하는데 효소 기능이 감소되면 뼈의 무기질화(골무기질환 : mineralization)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뼈가 형성되지 않거나 약하게 형성된다.

신생아 저인산효소증의 경우 대퇴골이나 상완골(팔 위쪽에 있는 긴 뼈)이 구부러져 있는 등 특정 증상이 발견된다. 하지만 구루병, 골형성부전증과 증상이 유사하기 때문에 엑스레이 검사만으로 확정진단을 내릴 수 없다. 따라서 저인산효소증은 혈액검사로 ALP 수치를 확인해 최종 진단한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조성윤 교수는 “저인산효소증은 영아시기 호흡곤란, 두개골조기유합증, 저신장, 근력저하 신석회화, 유치소실 등 증상이 다양한 만큼 엑스레이 소견만으로 진단 내릴 수 없다”며 “저인산효소증이 의심되면 혈액검사, 유전자검사 등으로 ALP수치를 확인해 최종 진단한다”고 설명했다.

■주산기 저인산효소증, 호흡부전으로 사망률 50%

저인산효소증처럼 효소결핍질환은 뇌, 심장, 간, 근육, 뼈 등에 좋지 않은 물질이 쌓여 각종 신체이상을 유발한다. 이런 이유로 저인산효소증은 다양한 연령대에서 여러 증상이 발현된다. 출생 전 태아에게 나타나기도 하며 생후 수년이 지날 때까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혹은 무기질 골이 없는 상태로 사산되거나 생후 6개월 이내에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저인산효소증은 증상발현 나이를 기준으로 ▲주산기 ▲영아기 ▲소아성 ▲성인 ▲치아 저인산효소증 등 6가지 아형으로 분류된다.

소아성 저인산효소증은 치아 시멘트질의 무형성, 저형성, 이형성증으로 인해 유아치의 조기 탈락(통상 5세 이전) 등이 발견되며 보행발달, 근육병증 걸음, 근골격의 경직 및 통증, 근력약화를 보이기도 한다. 일부 환자에서는 치아 저인산증만 나타나고 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 중 생후 6개월 이내에 증상이 발현되는 ‘주산기 저인산효소증’의 예후가 가장 불량하다. 주산기 저인산효소증은 뼈의 탈회(인산칼슘과 같은 뼈의 회분이 유출하는 현상)가 심하고 두개협착, 안구돌출, 뇌장애가 동반되며 보통 1년 이내에 사망한다. 특히 출생 시 구루병양 흉곽골격, 저형성폐질환 등으로 호흡부전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망률이 50%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성윤 교수는 “주산기 저인산효소증의 예후는 무척 나쁜 만큼 조기치료가 매우 중요한 질환”이라며 “다행히 저인산효소증은 신생아선별검사가 아닌 간단한 혈액검사와 엑스레이를 통해 진단 내릴 수 있는 만큼 아이가 성장이 느리고 체중감소, 보행장애, 유치소실 등 의심증상이 발견되면 빨리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치료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ALP 효소대체제요법 개발, 조기치료 시 치료효율↑

과거 저인산효소증에 관한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아 대증적치료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대증적치료는 수액처치, 진통제, 골수이식 등 증상완화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능했다.

다행히 최근 장기효소대체요법제인 아스포타제알파(한독 : 스트렌식)가 6월 소아에게 발병한 저인산효소증치료제로 급여승인을 받으면서 저인산효소증환자에게 한줄기 빛이 됐다. 실제로 아스포타제알파 투여는 보호자가 집에서 일주일에 3~6번 정도 피하주사하면 된다. 단 주산기·영아기는 기존 용량투여로 호흡상태, 성장 등이 개선되지 않으면 용량을 증량할 수 있다.

급여기준은 소아기 발병 저인산효소증환자로서 ▲ALP가 연령 및 성별참고수치 정상범위 미만이면서 PLP가 정상범위 초과 ▲치료 전 방사선사진에서 저인산효소증의 특징적인 골증상 확인 ▲치료시작이 만 19세 미만 등의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한다.

조성윤 교수는 “아직까지 치아소실에 효율적인 약제가 개발되지 않아서 매우 안타깝다”며 “다행히 저인산효소증에 관한 치료제가 급여인정을 받으며 환자의 삶의 질이 향상됐지만 조기에 치료해야 예후가 좋은 만큼 질환 인식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희귀질환자들은 정보부족으로 진단까지 막대한 시간이 소요된다. 희귀질환은 발병원인이 되는 유전자변이뿐 아니라 진단 및 치료방법 또한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차원 주도하에 희귀질환에 관한 정보 구축 및 치료제 도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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