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해요! 희귀질환] 재발 잦은 ‘베체트병’, 조기치료 시 일상적인 삶 가능해
[극복해요! 희귀질환] 재발 잦은 ‘베체트병’, 조기치료 시 일상적인 삶 가능해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10.3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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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3차례 이상 구강궤양 발생한다면 의심해야
베체트병환자 1만5000여명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
면역억제제·스테로이드 등 여러 치료제 복합사용

희귀질환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인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희귀질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제대로 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희귀질환자들의 고통분담을 위해 1월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제도’를 발표했지만 아직도 실질적인 지원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희귀질환자들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극복해요! 희귀질환’이라는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베체트병은 반복되는 구강·외음부궤양, 피부증상, 눈염증 등이 대표증상이다. 특히 구강궤양은 환자의 80% 이상에서 최초로 나타나며 90% 이상의 환자가 경험하는 증상이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베체트병은 반복되는 구강·외음부궤양, 피부증상, 눈염증 등이 대표증상이다. 특히 구강궤양은 환자의 80% 이상에서 최초로 나타나며 90% 이상의 환자가 경험하는 증상이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인생, 어김없이 복병이란 것이 찾아왔습니다. 30대 초반 취업에 겨우 성공했는데 문제가 생긴 겁니다. 어렸을 때부터 잔병치레가 많았던 탓에 취업 준비 시 발생했던 구강궤양을 별거 아닌 것으로 취급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몹쓸 궤양이 전신으로 번지더군요. 결국 오랜 시간 끝에 ‘베체트병’을 진단받았습니다. 희귀질환이라는 말에 처음에는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다행인지 꾸준한 치료로 일상생활이 가능해졌습니다. 언제 재발할지 모르지만 오늘도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발자국을 내딛습니다. <서글프게도 참 그렇다-베체트병 환자 사연>

희귀질환 중 하나인 ‘베체트병(Behcet’ disease, BD)‘은 서구에서는 드문 질환으로 주로 아시아 지역에서 발병한다. 베체트병은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 중동국가를 시작으로 터키, 몽골, 중국, 우리나라, 일본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를 따라 주로 발병한다. 이로 인해 베체트병은 ‘실크로드병’으로 불리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베체트병환자는 1961년 처음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그 수가 급증해 현재 질병관리청에 등록된 베체트병환자는 1만5000여명에 이른다. 다행히 베체트병은 증상이 가벼운 경우가 많고 관리를 잘하면 장시간 안정된 상태가 유지되는 만큼 극복가능한 질환이다.

베체트병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바 없지만 베체트병환자 대부분이 인간백혈구항원 중 HLA-B51 유전자를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HLA-B51유전자 갖고 있는다고 해서 모두 베체트병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학계에서는 여러 연구를 통해 ▲중금속중독설 ▲바이러스감염설 ▲박테리아감염설 ▲자가면역기전설 ▲유전적 측면 등 다양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베체트병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체트병은 반복되는 구강·외음부궤양, 피부증상, 눈염증 등이 대표증상이다. 구강궤양은 환자의 80% 이상에서 최초로 나타나며 90% 이상의 환자가 경험하는 증상이다. 만약 한 달에 한 번 이상 입이 허는 증상이 6~7년 정도 계속된다면 베체트병을 의심해야한다.

고대안산병원 류마티스내과 최성재 교수는 ”염증성면역질환인 베체트병을 방치하면 중추신경계 침범, 심혈관계 침범 등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하고 사망률이 3~4%에 이른다”며 “베체트병은 장기간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기 때문에 평소 입이 자주 헌다면 조기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베체트병 증상 및 치료제

■반복성 구강궤양, 음부궤양 등 다양한 기준으로 진단

베체트병은 진단에 결정적인 도움이 되는 증상이나 검사결과가 없는 상황이다. 이유는 구강궤양, 음부궤양, 결절성홍반 등 증상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종진단까지 막대한 시간이 소요된다.

베체트병 진단을 위해서는 우선 혈액검사가 진행된다. 하지만 혈액검사는 염증의 활성도를 파악하거나 다른 질환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서 하는 검사이기 때문에 혈액검사만으로는 베체트병을 진단할 수 없다. 따라서 여러 임상증상 중 진단적 가치가 높은 것들로 이뤄진 분류기준을 이용해 베체트병을 진단한다.

베체트병은 ▲음부궤양 ▲구강궤양 ▲피부증상 ▲안구증상 등 7개 기준으로 베체트병을 진단하고 있다. 이때 1년에 3차례 이상 반복적인 구강궤양이 있어야 하며 반복적인 성기궤양, 눈병변, 피부병변, 초과민 반응 중 두가지 이상이 있는 경우 베체트병이라 진단된다.

베체트병 치료는 장기간 약물치료가 이뤄진다. 문제는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베체트병의 단일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부작용을 줄이면서 환자의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약물복합투여 방식이 이뤄진다.

베체트병에는 일반적으로 콜히친(cholchicine)이라는 약제가 사용된다. 콜히친은 염증세포의 활동을 억제하는 약이다. 하지만 베체트병 증상이 심한 경우 탈리도마이드, 저용량의 메토트렉세이트, 프레드니손 등의 고용량 스테로이드 혹은 인터페론알파, 사이클로스포린 등의 면역조절제나 TNF억제제 같은 생물학적 항류마티스약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최성재 교수는 “스테로이드제를 고용량으로 쓰거나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면 부작용 발생위험이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히 결정한다”며 “무엇보다 증상이 호전됐다 하더라도 임의적으로 약물을 끊으면 안 되고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재발방지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기획기사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FH)’입니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간에서 LDL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수용체에 결함이 생기면서 발생하는 희귀질환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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