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코로나19 속 슬기로운 비대면 명절생활
[특별기고] 코로나19 속 슬기로운 비대면 명절생활
  •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desk@k-health.com)
  • 승인 2020.09.23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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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지난 2주간 코로나19 2차 확산으로 다시 한 번 온 국민이 긴장과 불안감에 휩싸였다. 정부의 방역조치 강화로 다시 한숨을 돌리는 듯하지만 추석연휴를 한 주 앞둔 지금은 마치 폭풍전야와 같은 분위기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진작부터 벌초 자제, 고향방문 자제 등을 호소하고 유례없는 소위 ‘비대면 명절’을 공식화하고 있다.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도 이번 명절에는 시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 식사를 하고 정을 나누고 함께 며칠을 몸을 부대끼며 지내는 명절 풍경. 평소라면 이보다 더 정겨울 순 없는 광경이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예측 불가능,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자식들을 도시로 보내고 시골에서 생활하고 있는 나이 든 부모님들에게는 참으로 서운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나 도시에서 바삐 살다 겨우 명절이라는 연휴기간을 맞아 부모님의 품 안에서 힐링을 기대하던 자식들도 서운한 건 마찬가지다. 고령층 부모님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니 섭섭해도 고향 방문을 자제할 수밖에 없지만 한편으로는 서운해할 부모님 생각에 영 찜찜하다.

부모들이나 자식들이나 참으로 어려운 비대면 명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비대면 명절을 슬기롭게 지낼 것인가?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지금의 코로나 팬데믹사태는 적어도 백신이 나오기 전까진 지속될 것이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방역은 이제 그냥 우리 사회의 기본적 조건이 됐다. 그러니 다가올 설날도, 내년 추석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적응하고 가능한 대안의 방법을 찾아야한다. 아니, 차라리 더 나아가 이번 기회에 그간 너무도 매너리즘화됐던 소위 민족대이동 명절문화를 평소 잘하는 실용적 대가족문화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보자.

일단 첫 번째로 고칠 것은 명절 몰빵식 가족관계의 청산이다. 즉 평소에 잘하자는 거다. 평상시의 공백이 명절의 특별함을 기대하게 하고 우린 그런 기대가 막상 명절이 되면 서로 간의 서운함과 갈등으로 뒤바꿈하는 것을 곧잘 경험해왔다. 이번 기회에 평소 연락과 교류, 만남을 더욱 잘 챙겨보자. 정말 부모가, 가족이 소중하다면 미리 계획하고 평상시 노력하는 게 진짜다.

두 번째로 지금, 여기서 행복하자. 평소 해보지 못했던 일이, 만날 수 없었던 사람이 내게 큰 재미와 기쁨을 주기는 쉽지 않다. 함께 매일 부대끼며 일상을 나누는 가족, 동료, 이웃이 내 삶의 소소한 기쁨이자 가장 큰 자원이다. 멀리 있는 가족에게 서운해 말고 현재 자리에서 주변 사람들과 정을 나누자.

세 번째, 앞으로는 인원을 나눠 조금씩 만나자. 온 가족이 한집에 모여 차례상을 차리는 형식이 가족 사이 관계를 친밀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소규모로 여러 자녀가 각기 부모님과 시간을 가지는 실용적 형태로의 전환을 이번 기회에 시도하자.

네 번째, 신기술을 잘 활용하자. 영상통화야 이젠 기본이 됐지만 다양한 유형의 영상편지, 영상메시지 등이 가능하고 IOT 기술을 활용해서 시골의 부모님들의 일상생활을 보다 밀접하게 챙겨드릴 수도 있다.

물론 이를 개인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향후 각 지자체가 시골의 나이 든 부모님 세대에게 마을단위 디지털소통기술 지원하는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겠다. 우리뿐 아니라 지구인 모두가 겪을 이 위기야말로 가족의 건강을 챙기고 정(情)도 돈독히 하는 비대면 K-명절의 전형을 만들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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