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해요! 희귀질환] 평생 피 멈추지 않는 악몽 ‘혈우병A형’
[극복해요! 희귀질환] 평생 피 멈추지 않는 악몽 ‘혈우병A형’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8.1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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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혈 돕는 혈액응고인자 결핍으로 발생
A·B·C형으로 구분...A형, 전체의 69% 차지
중증도환자에 대한 급여지원확대 절실해

희귀질환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인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희귀질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제대로 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희귀질환자들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1월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제도’를 발표했지만 아직도 실질적인 지원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희귀질환자들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극복해요! 희귀질환’이라는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혈우병은 유전적 변이로 인해 출혈 시 지혈을 돕는 혈액응고인자 결핍으로 발생하는 출혈질환이다(사진출처=클립아트코리아).
혈우병은 유전적 변이로 인해 출혈 시 지혈을 돕는 혈액응고인자 결핍으로 발생하는 출혈질환이다(사진출처=클립아트코리아).

#아이가 태어나고 100일이 지났을 무렵 아기띠를 하고 외출했던 날 저녁에 샤워를 시키려고 옷을 벗기면서 저는 화들짝 놀랐습니다. 아기띠를 맨 자국대로 멍이 시퍼렇게 들다 못해 딱딱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초보 엄마는 ‘이거 왜 이런 거냐고 아기띠 만든 회사가 이상한 것 아니냐’며 맘카페에 사진을 올렸습니다. 한 댓글에서는 아기띠를 맨다고 그런 멍이 들지는 않는다며 얼른 응급실이라도 가라고 했습니다. 저는 아이와 함께 집 앞 병원에 갔고 의사선생님께서는 확률은 낮지만 혈우병이 의심된다고 했습니다. 진단결과 ‘혈우병A’를 진단받았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하루도 죄인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한 어머니의 편지-한국혈우재단 제공>

‘피가 멈추지 않는 질환’으로 잘 알려진 혈우병은 유전적 변이로 인해 출혈 시 지혈을 돕는 혈액응고인자 결핍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혈우병은 확률적으로 남성 5000명당 1명꼴로 발생하며 혈액응고인자 이상의 종류에 따라 ▲혈우병A형 ▲혈우병B형 ▲혈우병C형 등으로 나뉜다. 한국혈우재단의 등록환자현황을 보면 전체환자 중 혈우병A가 69.6%로 가장 많으며 혈우병B가 17.3%로 두 번째다.

혈우병A형은 제8혈액응고인자 결핍으로 발생하는데 혈우병환자는 평생 출혈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다. 혈우병은 근육출혈, 혈뇨, 점막출혈(구강내, 치아, 코피, 위장관), 중추신경계(두개내 및 척추)출혈, 인두(咽頭)뒤출혈, 복막뒤출혈, 구획증후군이나 신경압박을 일으키는 출혈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중 중추신경, 위장관, 목, 목구멍에서 출혈이 발생하면 생명까지 위협받는다. 또 혈우병의 대표적인 합병증으로는 혈관 밖으로 고인 피가 관절 안에 고여 있다가 염증을 유발해 뼈를 파괴하는 혈우병성관절병증이 있다.

세브란스병원 연세암병원 소아혈액종양과 한정우 교수는 “혈우병A형은 X염색체에 위치한 F8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제8응고인자 생산장애로 발생하는 질환”이라며 “혈우병A형은 남성에서 주로 발생하며 원인인 유전자이상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는 대표적 유전성질환이지만 약 30%는 자연적 발생으로 가족력 없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근본치료제 개발 안 돼...평생 약 투여해야

혈우병A형의 출혈은 성인보다는 아동과 청소년에서 심하게 나타나는데 외상이나 치아발치 중 계속 출혈이 발생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중증 혈우병A형은 외부 충격 없이도 자연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혈우병의 근본적인 치료법은 개발되지 않았다. 따라서 혈우병은 부족한 응고인자를 보충해주는 것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따라서 출혈이 있을 때마다 응고인자를 투여하는 ‘보충요법’과 정해진 계획대로 보충하는 ‘예방요법’이 있다.

부족한 응고인자는 현재 Ⅷ인자와 Ⅸ인자제제가 사용되고 있으며 체중1kg당 3mg을 1주일 간격으로 4회 피하주사하고 이후 1.5mg을 주 1회 투여한다.

다행히 혈우병A형은 산정특례에 해당돼 환자본인부담금은 10%다. 보험급여기준에 따르면 혈우병A치료제는 1회 진료 시 최대 5회분, 월 2회까지 총 10회분 급여를 인정받을 수 있다. 단 중등도 혈우병A형환자는 1회 진료 시 최대 6회분, 월 최대 12회분까지 급여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급성출혈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중증 혈우병A형환자의 경우 아직도 지원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일부 추가용량이 필요한 환자에게 추가투약을 허용하는 등 급여기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정우 교수는 “중증 혈우병A형의 경우는 다른 환자와 달리 주 4회 피하주사를 투여해야하며 응급상황 시 더 많은 주사를 투여해야한다”며 “과거와 달리 급여가 확대돼 일반 혈우병환자의 경제적 부담은 상당부분 감소했지만 중증의 경우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더 많은 약이 투여해야하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혈우병 치료방법은 출혈이 있을 때마다 응고인자를 투여하는 ‘보충요법’과 정해진 계획대로 보충하는 ‘예방요법’이 있다(사진출처=클립아트코리아).
혈우병 치료방법은 출혈이 있을 때마다 응고인자를 투여하는 ‘보충요법’과 정해진 계획대로 보충하는 ‘예방요법’이 있다(사진출처=클립아트코리아).

■혈우병치료제 현황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식약처 허가를 받은 혈우병치료제는 ▲모록토코그알파(화이자 : 진타솔로퓨즈) ▲혈액응고인자Ⅷ(샤이어코리아 : 애드베이트) ▲루리옥토코그알파페골(샤이어코리아 : 애디노베이트) ▲베록토코그알파(녹십자 : 그린진에프) ▲로녹토코그알파(씨에스엘베링 : 앱스틸라) ▲에미시주맙(JW중외제약 : 헴리브라) ▲에프모록토코그알파(사노피 : 엘록테이트) 등 총 7종이다.

이중 다수의 임상시험을 통해 모든 연령대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한 것은 화이자의 모록토크알파(제품명 : 진타솔로퓨즈)다. 모록토코그알파는 세계 최초로 혈우병A형치료제에서 고용량을 적용, 출혈조절 및 예방, 일상생활 및 수술 시 출혈예방을 위해 승인된 혈액응고Ⅷ제제다. 실제로 영국, 뉴질랜드,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모록토크알파를 국가단위 치료제로 지정해 사용하고 있다.

이밖에도 5월 출시된 JW중외제약의 혈우병A형치료제 ‘에비시주맙(제품명 : 헴리브라)’도 주목할 만하다. 에비시주맙은 투약편의성을 크게 높인 것이 특징이다. 지금까지 국내에 출시된 혈우병 예방요법치료제는 모두 정맥주사형태로 주 2~3회의 정기적인 투약이 필요했다. 하지만 헴리브라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주 1회부터 최대 4주 1회까지 피하투여하면 된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역시 반감기를 연장한 혈우병A형치료제 ‘에프모록토코그알파(제품명 : 엘록테이트)’를 6월에 국내 출시했다.

현재 혈우병치료제 개발은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유전자치료제가 주목받는 추세다. 유전자치료는 제 기능을 하는 유전자를 체내표적조직으로 전달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는 단백질을 생성시켜 조직이나 세포의 정상기능을 회복시키는 차세대치료법이다.

유전자치료제는 증상 및 질병진행관리에 중점을 두던 기존약제나 치료법과는 달리 세포수준에서 질병의 근본원인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음 기획기사는 ‘혈우병B형’입니다. 혈우병B형은 제 9혈액응고인자 결핍으로 발생하는 출혈질환으로 전체 혈우병환자 중 17.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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