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의 건치이야기] 내 치아로 임플란트 위한 ‘잇몸뼈’ 만든다고?
[김현종의 건치이야기] 내 치아로 임플란트 위한 ‘잇몸뼈’ 만든다고?
  • 김현종 서울탑치과병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10.16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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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서울탑치과병원 원장
김현종 서울탑치과병원 원장

임플란트 시술을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가장 어려운 경우는 임플란트를 심을 잇몸뼈가 없을 때다. 나무가 튼튼한 뿌리를 갖기 위해서는 비옥한 토지가 필요한 것처럼 잇몸뼈가 없이 임플란트를 심는 건 마치 모래 위에 나무를 심는 것과 같다.

이렇게 잇몸뼈가 없는 경우는 일반 사고로 인해 잇몸뼈가 상하거나 만성적인 치주염으로 인해 잇몸뼈가 녹는 경우 또는 나이가 들면서 잇몸뼈가 서서히 퇴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30대 젊은층은 대부분 잇몸뼈가 충분하지만 50~60대가 되면 턱뼈의 입술 쪽에서 안쪽으로 잇몸뼈가 얇아지고 특히 치아가 없는 잇몸뼈는 더 이상 기능하지 않기 때문에 더 빠르게 녹아서 뾰족하고 날카로운 잇몸만이 남게 된다.

이렇게 잇몸뼈가 없는 경우 임플란트를 받으려면 결국 ‘치조골 이식술’을 해야한다.

지난 칼럼에서 연재한 대로 현재는 다양한 골이식재를 이용해 잇몸뼈를 만들 수 있다. 이식에 사용되는 이식재로는 내 몸에서 나온 이식재, 기증된 신체 조직 골은행에서 만든 이식재, 어린 무균의 동물에서 얻어진 이식재, 그리고 합성으로 만든 이식재가 있다.

최근에는 발치한 자기 치아도 골이식재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치아는 무기질 성분이 70~75%, 유기질 성분이 20% 그리고 수분이 약 10% 정도로 이뤄져 있다. 잇몸뼈는 이 성분들이 각각 65%, 25%, 10%로 이뤄져 있어 치아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분명 다른 점도 있다. 치아는 미네랄 성분이 너무 많고 단단하기 때문에 내부에 공간이 부족하다. 따라서 잇몸에 넣으면 뼈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자기 치아로 골이식재를 만들 때는 별도의 특수과정을 거치게 된다. 먼저 발치한 치아 주변 염증이나 조직들 그리고 단단한 광화성분을 제거해 면역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깨끗이 처리한 다음 수분을 제거해 이식재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가루 형태로 만들어 쓰는 경우가 많고 때로는 덩어리 형태로도 사용 가능하다.

자가 치아 뼈를 만들어 사용하면 가장 좋은 점은 앞서 설명한 대로 잇몸뼈를 만들어내는 골형성 단백질이 풍부해 마치 자신의 잇몸뼈를 이식하는 것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본인의 몸에서 나온 이식재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병이나 면역과 관계가 없다. 동물에서 얻는 경우 일반적으로 소나 돼지 등을 이용해 골이식재를 만드는데 소와 돼지의 경우 많은 전염병 등이 관찰된다. 하지만 자가치아 이식재로 잇몸뼈 이식을 하면 이런 전염병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한편 종종 빠진 치아를 들고 치과를 찾아와 임플란트를 위한 골이식재로 만들 수 없는지 문의하는 경우가 있다. 안타깝지만 발치한 후 몇 시간이 지나 탈수된 치아는 골이식재로 만들기 어렵다. 통상 치아를 발치하고 난 후 70% 정도의 알코올에 넣어 보관한 경우에는 가능한데 이것도 5일이 넘어가면 골이식재로 사용할 수 없다. 즉 치과에서 발치해 바로 처리된 치아만 자가 치아 뼈로 만들어서 사용할 수 있다.

자가 치아 골이식재는 치아를 발치한 후 병원 외부에 위탁을 맡겨 골이식재로 제작하는 데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소요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발치 후 바로 자가 치아 뼈를 만드는 기계를 이용해 가루 형태의 골이식재는 30분 만에, 덩어리 형태의 골이식재는 2시간 만에 처리해서 임플란트를 위한 골이식재로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뼈는 시약과 함께 냉동 보관 시 약 2개월이 걸리며 건조해서 보관하는 경우 습도 조절이 잘된 보관소에서 약 5년까지 보관해 잇몸뼈 이식재로 사용 가능하다.

간혹 형제나 부모 등 가족 간에 만들어 놓은 자가 치아 이식재를 대신 사용할 수 없냐는 질문이 많은데 아직은 타인의 자가 치아 이식재를 사용했을 경우 면역적인 문제나 이식재의 안정성에 관한 장기연구가 적어 법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치아를 발치해야 한다면 발치된 치아를 잇몸뼈를 만들기 위한 자가 치아 골이식재로 미리 만들어 놓는 것도 고려해보자. 향후 나이 들어 임플란트 시술을 받게 됐을 때 뜻밖의 큰 도움이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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