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철의 다가오는 미래의학] 노화·장수의 지표…‘텔로미어’ 길이를 늘려라!
[김경철의 다가오는 미래의학] 노화·장수의 지표…‘텔로미어’ 길이를 늘려라!
  • 김경철 가정의학과 전문의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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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경철 가정의학과 전문의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여러 가지 생체지표들이 변한다. 콜레스테롤수치와 혈압이 올라가고 체지방이 증가하는 반면 골밀도, 근육량, 호르몬수치는 감소하는데 이들을 모두 노화지표라고 한다. 특히 모든 노화지표 중에서 노화를 가장 잘 반영하는 지표는 바로 ‘텔로미어’다.

텔로미어는 염색체의 끝을 가리키는 헬라어 합성어로 염색체의 끝에는 특정 염기 6개(TTAGGG)가 수백~수천개 반복돼 뭉쳐져 있다. 이는 체세포 분열 때마다 염색체가 같이 분열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나이가 들면 텔로미어의 길이가 점차 짧아지는데 해마다 약 25개 정도의 염기가 없어진다. 2012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약 2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결과에서 신체 나이와 텔로미어 길이의 연관성 유의 수준은 무려 10-114에 해당했다. 특히 염증과 산화스트레스는 텔로미어의 길이를 빠르게 감소시킨다.

텔로미어는 나이뿐 아니라 사망률과도 관련이 있다. 덴마크에서 약 6만50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텔로미어가 가장 짧은 하위 10% 구간이 가장 긴 상위 10% 구간에 비해 사망률이 1.4배나 높았다고 한다.

텔로미어는 질병과도 관계가 깊다. 비만, 당뇨, 고혈압, 심혈관질환, 암환자 등이 건강한 사람에 비해 텔로미어 길이가 짧다는 연구결과는 이미 상당히 많이 보고됐다.

짧아진 텔로미어가 질병을 일으키는 것일까 아니면 질병 또는 질병을 일으키는 염증, 비만 등의 기전이 텔로미어를 짧게 하는 것일까. 원인과 결과의 관계는 명확하지 않지만 어쨌든 남들에 비해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으면 질병이 있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 많은 연구에서 특정 생활습관이 텔로미어 길이에 영향을 준다고 발표했다. 2014년 국제 비만지에 발표된 연구논문에서는 5년간의 지중해 식이를 지속했더니 텔로미어 길이가 길어졌다고 했는데 이는 지중해 식이가 항노화에 도움을 줬다는 의미다.

2013년 란셋지에 발표된 연구논문에서는 전립선암환자들이 5년간 꾸준히 운동한 결과 텔로미어 길이가 길어졌다고 밝혔다. 백혈구의 텔로미어는 체중감량, 운동, 식이습관의 개선만으로도 비교적 짧은 시간 내 바로 길어질 수 있어 건강한 생활습관의 지표로도 활용될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 중에는 비타민 A, B, C, E 같은 항산화비타민이 텔로미어 길이와 관련이 있다. 2016년 임상영양학지에는 오메가3가 텔로미어 길이를 길게 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텔로미어를 길게 하는 보다 확실한 영양소, 즉 불로초를 찾기 위한 경쟁도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그룹이 생명공학회사 제론이다.

제론은 사이클로아스트라제놀(cycloastragenol)이라는 성분이 텔로미어 길이를 길게 하는 텔로머라제 효소를 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 물질은 황기에서 추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물질에 대한 양도권을 사업자 노엘 패튼이 획득해 TA 65라는 이름으로 출시했고 쥐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결과도 발표했다. 임상시험결과에서는 텔로미어 길이뿐 아니라 근육량, 기억력 등 주요 노화지표도 개선됐음을 보여줬다.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에서도 텔로미어 측정을 통해 노화지표를 측정하고 운동이나 식이개선의 전후 비교지표로 사용한다. 텔로미어와 노화·수명의 연관관계를 최초로 밝힌 블랙번 교수는 지난해 발간한 저서 ‘텔로미어 효과’에서 “만성 스트레스는 텔로미어를 더 짧게 만드는 원인”이라며 “가벼운 운동이나 충분한 휴식·명상을 통해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텔로미어 단축속도를 상대적으로 늦추고 건강하게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그동안 노화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막연하게 강조됐던 생활습관개선이 노화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 개발을 통해 보다 명확히 설명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등록 나이가 아닌 건강나이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 텔로미어 분석을 통해 나의 노화속도를 측정하고 적극적으로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 이것 역시 100세 시대를 맞은 우리에게 필요한 또 하나의 새로운 건강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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