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매학회·헬스경향 공동기획 [치매 이야기] ⑫ 치매도 다른 질병처럼 유전될까
대한치매학회·헬스경향 공동기획 [치매 이야기] ⑫ 치매도 다른 질병처럼 유전될까
  • 양동원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l 정리·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8.12.18 1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동원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기억이 잘 안난다고 기억장애 치매클리닉을 찾아오는 환자 중에는 부모님이나 조부모님 중 치매를 앓았던 사람이 많다.

부모님이 치매를 앓았기 때문에 기억력이 떨어지면 혹시 치매가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병원을 찾는 것이다.

‘치매는 유전되는가’는 질문은 몇 가지를 중심으로 생각해야한다.

치매원인 중 65~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치매는 직계 가족이 치매인 경우 자신이 걸릴 확률은 치매가 없는 사람 보다 최대 2.5배까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알츠하이머병치매 환자의 25%는 직계가족 중 치매환자가 있는데 이는 당뇨병이 유전되는 비율 35%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치매를 주제로 만든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주인공이었던 손예진은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가족형 알츠하이머치매다. 이러한 경우 환자 절반 정도가 40대~50대에 발병한다.

유전자 돌연변이 치매는 전체 알츠하이머치매 중 1%를 차지한다. 우리나라는 외국보다 상대적으로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치매비율이 낮다. 65세 이후에 발병하는 후기발현 알츠하이머치매의 경우 APOE 유전자가 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POE 유전자는 염기서열조성이 달라짐에 따라 ε2,3,4로 분류된다. ε4를 가지는 경우 치매가 조기에 발생하고 또 치매진행속도도 빠르다.

APOE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의 형태와 기능이 바뀜에 따라 신경세포에 독성을 띄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이 제거되지 않고 뇌에 엉겨 신경세포를 손상시킨다. 그리고 손상된 신경세포의 재생·회복을 돕는 기능과 신경세포 사이를 연결하는 고리의 기능이 떨어진다고 보고됐다.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유전성치매의 경우 한 세대마다 발병하고 비교적 젊은 나이에 생긴다. 그리고 치매진행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이들 유전자가 발견되면서 알츠하이머치매 연구가 가속화되고 원인물질의 규명이나 치료법개발이 발전될 수 있었다.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독성의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의 형성이 정상보다 많이 늘어나 알츠하이머 치매가 발병하는 것이다.

혈관치매도 유전되는 경우가 있는데 ‘카다실(CADASIL)’이 대표적이다.

카다실은 19번 염색체에 있는 Notch3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나타나며 주로 뇌의 작은혈관이 손상되면서 발생한다. 이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에는 30대부터 편두통이 발생하고 40대 중반부터는 뇌경색이 발생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인지장애나 치매로 이어진다.

이러한 경우는 유전자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고 피부조직검사로도 할 수 있다. 뇌 MRI를 찍으면 고혈압, 당뇨, 고지질혈증의 뇌졸중위험이 없는데도 작은 혈관이 심하게 손상된 특징적인 소견을 볼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나 치매가 의심되는 경우 APOE 유전자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때 검사를 통해 진단정확성을 높여 병의 진행속도를 예측하거나 경도인지장애의 경우 치료약물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APOE 유전자검사에서 ε4가 없는 경우에도 아밀로이드펫 검사에서 양성이 보이는 경우가 있어 확진을 위해 추가검사가 권장된다.

40·50대에 발병하는 치매는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유전자변이에 의한 알츠하이머치매의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유전자검사를 통한 확진이 필요하다. 이 경우는 다른 질환과 구별해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며 치료를 조기시작하는 것이 목적이다.

특별한 증상 없이 건강하다면 치매 유전검사를 권장하지는 않는다. 유전이상이 발견돼도 진행을 억제할 수 있는 치료방법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유전자검사는 시행목적이 뚜렷해야 하며 치매전문가와 상담해 결정하는 것이 좋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