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훈의 갑상선이야기] 이비인후과 의사가 직접 시행하는 갑상선초음파검사
[하정훈의 갑상선이야기] 이비인후과 의사가 직접 시행하는 갑상선초음파검사
  • 헬스경향 하정훈 땡큐서울이비인후과 원장
  • 승인 2017.12.2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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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훈 땡큐서울이비인후과 원장

필자는 수술하는 이비인후과 의사로 갑상선초음파검사를 직접 시행한다. 환자와 보호자가 볼 수 있도록 모니터를 설치하고 초음파검사에서 발견된 갑상선결절을 보여주면서 설명한다. 크기가 어떻고 모양이 어떻고 등. 그래서 세포검사를 할지 말지 환자, 보호자와 그 자리에서 상의한다.

다른 병원, 특히 대학병원에서 진료 받은 경험이 있는 환자들은 이렇게 초음파검사를 하면서 바로 설명해 주는 것에 대단히 감동한다. 그러면 필자는 대학병원에서 초음파검사결과를 바로 설명해 주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설명해 주곤 한다.

대학병원에서는 영상의학과 의사가 초음파검사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초음파검사가 필요하다고 환자에게 설명하고 검사를 의뢰하는 것은 이비인후과 의사다. 이 때 이비인후과 의사처럼 환자를 직접 대하면서 진단·치료하는 의사를 임상의라고 한다. 영상의학과 의사도 환자를 보고 검사를 하지만 결국 치료를 결정하는 역할은 임상의가 한다.

영상의학과 의사가 초음파검사결과를 설명하고 해석한 내용이 초음파검사를 의뢰한 임상의의 견해와 다른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고 환자는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영상의학과 의사는 결과에 대한 설명을 임상진료과에서 듣게 한다.

필자가 초음파검사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은 매우 오래됐다. 하지만 이비인후과 의사가 초음파검사를 직접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요즘은 많이 완화됐지만 대학병원 내에서는 초음파검사 시행에 대한 임상진료과와 영상의학과 간 갈등이 많았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필자는 대학병원 교수였던 2005년 두경부암 재건수술을 배우기 위해 미국 뉴욕의 대학병원 이비인후과에서 주최하는 해부실습 워크숍에 참석한 적이 있다. 6일 일정 중 2일 동안 갑상선초음파검사실습을 했다. 

당시 미국교수 한 분이 자신의 병원에서는 영상의학과와의 갈등으로 아직 초음파검사를 못한다고밝혔다. 그러면서 초음파검사는 방사선(Radiation)도 안 나오는데 왜 방사선과(Radiology, 영상의학과의 옛 명칭)에서 독점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농담 섞인 말로 푸념하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다. 

초음파검사는 점차 청진기와 비슷한 기본적인 진료장비로 보편화되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가 태아를 초음파검사로 관찰하고 심장내과 의사가 심장초음파를 직접 시행하는 것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된 것이다. 

수년 전부터 많은 대학병원 이비인후과에서 초음파검사를 전공의 교육과정에도 포함시켜 직접 시행 중이다. 진료실에서 바로 시행하는 초음파검사는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결정에 도움이 된다. 필자처럼 수술하는 의사가 직접 초음파검사를 하는 것은 수술상담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이비인후과 의사가 갑상선이나 목 부위 초음파검사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질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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