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㊱ 5.4 규모 지진에도 ‘노인’을 위한 대응매뉴얼은 없다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㊱ 5.4 규모 지진에도 ‘노인’을 위한 대응매뉴얼은 없다
  • 이나영 객원기자 (senioryoung@k-health.com)
  • 승인 2017.11.2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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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한 대형 커피전문점에서 사람들의 핸드폰이 동시에 큰 소리로 울렸다. 갑작스런 신호음에 놀라 많은 사람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기상청에서 포항 지진 발생을 알리는 긴급 재난문자의 신호음이었다.

# 한편 포항에 사는 60대 이 모 씨는 밭에서 일하느라 지진이 발생한 줄도 몰랐다. 서울에 사는 아들이 안부전화를 걸었지만 통화량 폭주로 전화가 불통돼 발만 동동 굴렀다.

지난 15일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벌어진 상황이다. 이날 신고전화가 폭주하고 온 국민이 공포에 떨었다. 사상 처음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되기도 했다. 포항 지진은 5.4 규모로 작년 경주 지진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이나영 기자

하지만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는 더 커서 주택 3658동이 피해를 입은 데다 부상자도 83명으로 추산됐다. 지진이 발생한 곳이 지표면에 가깝고 도심 근처에서 일어난 것이 피해가 컸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편 이번 지진으로 인해 노인들의 피해도 컸다. 현재 복구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시골에 사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피해는 복구되지 못하고 있다. 평생 지진을 겪어보지 못했던 노인들이 추위와 여진의 불안함에 떨며 복구되기만을 기다리는 형편이다.

지진 예측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진이 발생했다는 경보를 받으면 빨리 대피해야 한다. 하지만 노인들은 재난에 취약하다. 지진 대응교육을 받지 못한 데다 거동이 불편해 빨리 움직이기 어렵다.

또 혼자 사는 노인들과 인터넷,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노인들이 많아 재난이 발생해도 바로 알기 어렵다. 행정안전부에서 재난정보를 제공하는 안전디딤돌은 스마트폰 앱을 설치해야 한다. 2G 휴대전화와 효도폰 등을 사용하는 노인은 재난문자를 받지 못한다. 게다가 지진대피소 위치를 알리는 표지판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많은 노인이 재난 관련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이다.

지진 및 기타 재해 대응매뉴얼을 담은 ‘도쿄방재’. 일본 도쿄도 홈페이지.

그렇다면 지진이 잦고 이미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일본의 도쿄도는 2015년 지진 및 다른 재해에 대비할 수 있는 정보를 담아 ‘도쿄방재’라는 책을 발간했다. 이 책은 지진이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 관련 행동요령을 그림과 함께 상세히 설명한다.

아직 우리나라는 고령자를 위한 지진매뉴얼이 따로 없다. 반면 도쿄도 방재 홈페이지에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지진 대응방안을 매뉴얼로 알리고 있다. 매뉴얼은 ▲평상시 ▲지진 발생시 ▲흔들림이 멈출 시 ▲지진 발생 후 이렇게 네 개의 카테고리로 구성됐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평상시에는 가구와 가전 등을 고정시킨다. 또 상비약과 주로 사용하는 틀니, 돋보기와 보청기를 미리 챙겨놓는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가구와 대형가전 옆은 피하고 책상 밑으로 들어가 몸을 보호해야 한다. 이후 흔들림이 멈추면 안부전화를 하고 맨발로 나가지 말아야 한다. 지진 발생 후에는 이웃과 대화를 통해 불안감을 해소하고 건강이 악화되지 않도록 식사와 체온조절에 신경써야 한다.

최근 두 번의 큰 지진을 겪으며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에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정부는 경주 지진 후 노인복지시설의 경우 면적에 관계없이 내진설계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전문가에 따르면 모든 건물에 대한 내진설계는 앞으로 50년은 걸린다고 한다.

노인인구는 빠르게 늘고 있다. 고령사회에 대비해 재해약자인 노인을 위한 지진 대응매뉴얼이나 교육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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