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에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말이다. 조금만 몸 관리를 잘못하면 금방 으슬으슬하면서 열감이 있고 콧물과 기침이 나는 등 감기기운이 돌곤 한다.
정말 감기에 가장 많이 걸리는 계절은 환절기일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0~2014년 통계의 평균값을 보면 연중기온이 가장 낮은 1, 2월보다 기온이 높아지는 3, 4월에 상기도감염환자가 8% 정도 증가했고 환절기(3, 4, 10, 11월)에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왜 가장 추운 1월보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3월에 감기환자가 더 늘어나는 걸까? 이유는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바이러스의 활성이 기온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감기는 바이러스감염증이다. 대부분의 감기증상을 유발하는 리노바이러스를 비롯해 감기바이러스의 종류는 200여 가지가 넘을 정도로 다양하다.
이들 바이러스가 가장 활성화되는 기온은 0~5도다. 즉 영하권으로 내려가면 오히려 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증식이 잘 안 된다. 맹추위를 떨치는 한겨울보다 영상을 웃도는 환절기에 바이러스 활성이 더 높기 때문에 감기환자가 많아질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일교차에 대한 신체부적응이다. 환절기에는 일교차가 크다. 감기환자가 많아지는 3월이면 일교차가 적게는 10도 내외, 많게는 20도까지 나는 경우도 있다. 일교차가 커지면 신체가 기온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해져 면역력저하가 나타나기 때문에 바이러스감염에 좀 더 취약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호흡기로 감기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인체의 면역시스템이 작동된다. 인후두는 혈관과 신경이 발달돼 감염이나 알레르기반응에 의해 자극 받으면 감기 특유의 재채기, 콧물, 코 막힘,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은 바이러스에 따라 약간 차이 날 수 있지만 대략 7~14일 정도면 소멸된다.
속설에 ‘약 먹으면 7일, 안 먹으면 일주일’이라는 말이 있듯이 감기에는 특효약이 없다. 대부분의 감기증후군을 일으키는 리노바이러스, 콕사키바이러스 등은 RNA바이러스로 변종이 쉬워 예방약도 없다. 일부 바이러스는 DNA바이러스로 백신을 만들 수 있지만 효용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변변한 치료약도 없다. 가장 강력한 치료약 및 예방약은 내 몸에 있는 면역체다. 따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게 하고 면역체가 감기바이러스와의 싸움에 전념할 수 있도록 푹 쉬는 것이다. 하지만 감기의 경우 일반의약품으로 증상을 어느 정도 관리하면서 몸의 회복을 도울 수 있다.
환자: 어제 저녁부터 으슬으슬하더니 감기기운이 있나 봐요
약사: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충분한 수분섭취와 함께 휴식을 취하면 저절로 나을 수도 있는데요. 어떤 증상이 제일 불편하신가요?
환자: 으슬으슬하고 콧물도 조금 있고 목도 좀 따끔거려요. 종합적인 것 같아요.
약사: 증상은 초기인 것 같네요. 종합감기약이라도 몸의 상태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종류가 다양합니다.
■캡슐·정제형 종합감기약
종합감기약은 말 그대로 전반적인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복합처방이다. 위장장애가 없는 해열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 알레르기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항히스타민제, 기침을 줄여주는 진해제, 가래를 제거해주는 거담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일부제품에는 VitaminC나 생약성분이 포함된 것도 있다.
다양한 성분이 들어 있는 만큼 광범위한 효과를 보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함량이 적어 효력 면에서는 좀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종합감기약은 1회 두 알씩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타이레놀콜드’ 처럼 1회 1정씩 복용하는 제제도 있다. 종합감기약을 구입할 때는 반드시 복용량에 대해 복약지도를 받도록 한다.
■액상형 종합감기약
머리가 지끈하면서 몸이 좀 좋지 않다 싶으면 습관적으로 판피린이나 판콜, 판토 등을 먹는 사람이 있다. 액상이기 때문에 위장이 좋지 않아도 좀 더 편하게 복용할 수 있고 효과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들 제품은 진통제와 카페인이 복합돼 있어 통증에 대한 상승효과 때문에 불편한 증상이 완화되는 것이다. 통증이나 가벼운 몸살 때문에만 복용한다면 함유된 항히스타민제, 기침가래약 등 불필요한 약물까지 한꺼번에 복용하게 되는 전형적인 약물오남용사례가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약사와의 상담이 중요하다.
■차형 종합감기약
요즘엔 테라플루나 모드플루 같은 차 형태의 종합감기약이 새롭게 출시되고 있다. 따뜻한 물에 녹여 복용하기 때문에 위장장애가 적고 흡수가 빨라 약효가 빠르다. 낮에 먹는 제품에는 해열진통제 아세트아미노펜 고용량에 콧물, 코 막힘약인 페니에프린이 포함돼 있고 밤에 먹는 제품에는 항히스타민제인 페니라민이 추가돼 있다. 몸살이나 두통완화효과가 강한 것은 진통제가 다른 종합감기약에 비해 3배 정도 많기 때문이다.
테라플루나 모드플루는 차 형태로 복용하기 때문에 약이라는 인식이 약해질 수 있다. 쌍화탕처럼생각하고 다른 종합감기약이나 병원에서 처방 받은 약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약물의 과량투약으로 이어져 부작용이 유발될 수 있어 각별히 조심해야한다.
■시럽제제
캡슐이나 알약을 삼키지 못하거나 연령대가 맞지 않아 먹기 어려운 경우 종합감기약 시럽을 사용할 수 있다. 성분은 다른 종합감기약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1일 4회 복용으로 맞춰져 있어 자기 전에 먹을 수 있고 위장장애가 적어 빈 속에도 복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시럽제는 맛이 좋고 1회 복용량이 적어 과량투약으로 이어지거나 개봉 후 1개월 내에 사용해야한다는 단점이 있다. 시럽제제는 만2세 이상부터 투약 가능하며 2세 미만 소아의 경우 증상이 경미해도 병원에서 진료받아야한다. 시럽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실온보관한다.
■한약제제
한약제제는 다른 감기약과 병용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증상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으슬으슬하면서 열이 나고 어깨가 쑤시듯 아프다면 갈근탕, 몸이 쑤신 듯이 아프고 입맛이 없고 속이 좋지 않으며 으슬으슬 열이 난다면 패독산, 몸에 기운이 없고 피곤하며 몸살, 두통 등 감기 기운 있으면 쌍화탕, 맑은 콧물, 기침이 심하며 두통, 몸살, 열이 있다면 소청룡탕, 가래기침과 두통, 열이 있으면서 위장이 편치 않다면 삼소음, 열이 나며 두통이 있고 목이 칼칼하고 아프면 은교산 등을 초기감기에 응용할 수 있다.
다양한 처방이 파우치, 드링크형태로 나오고 있어 잘만 활용한다면 감기치료에 보다 효과적이다.
■생약제제
에키나시아는 감기에 효과가 있는 생약제제로 허가 받은 일반의약품이다. 전문가에 따라 의견이 다르지만 유럽에서는 감기예방 및 치료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에키나시아는 항바이러스효과가 있고 세균분비효소를 저해하고 면역기능을 개선해 감기치료 및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국내에서는 12세 이상부터 복용할 수 있다.
약사: 종합감기약에 포함된 항히스타민제는 약간 졸릴 수 있어 운전 등 정밀한 조작을 할 때는 주의해야합니다. 콧물, 가래 완화성분을 복용하면 입이 마르거나 갈증이 날 수 있으니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세요.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잠이 오지 않을 수 있고 소변이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또 전립선증상이나 혈압, 당뇨가 있다면 주의해야합니다. 카페인섭취는 되도록 자제하고 다른 약을 먹고 있다면 반드시 미리 말해야 중복을 피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약국에는 초기감기에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제제가 있어 효과적으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의약품은 분명 부작용도 피할 수 없어 반드시 약사와 상의해야한다. 또 질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반드시 병원에서 받아야한다.
(참고자료)
2016. 3. 14 국민건강보험공단 보도자료 ‘환절기 급성상기도감염환자, 10세미만 연령층 가장 많아’
비처방약핸드북(조윤커뮤니케이션) 2013
자연의학 백과사전(전나무숲) 2009
함소아 내 아이 주치의(살림출판사) 2010
양·한방 병용처방매뉴얼(군자출판사) 2008
인체생리학 제7판(라이프사이언스) 2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