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남모를 고민 ‘VIP증후군’
의사들의 남모를 고민 ‘VIP증후군’
  • 헬스경향 일산무지개성모안과 동은영 원장
  • 승인 2016.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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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증후군’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사회적으로 특별한 사람이나 의사 자신에게 특별한 사람, 특히 본인의 가족을 수술해야할 때 의사들이 긴장하고 부담감을 느껴 도리어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오는 것을 두고 ‘VIP증후군’이라고 한다.

VIP증후군이 생기는 원인은 의사 자신이 수술 시 평소보다 긴장하는 것도 있고 환자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일상적으로 하는 검사를 빠뜨리거나 외래스케줄을 느슨하게 잡아 문제파악을 놓치는 것 등이 있다.

대학병원 레지던트로 있을 당시 경험 많은 교수님이 특별한 분의 백내장수술을 하는데 평소와는 달리 손을 많이 떠는 모습을 보고 지켜보는 필자 역시 불안했던 기억이 있다.

동은영 일산무지개성모안과 원장

의사를 가장 긴장하게 하는 것은 가족을 수술하는 일이다. 아무리 실력이 좋은 의사라도 가족을 수술하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생명을 다투는 급박한 수술이라면 웬만한 강심장도 하기 어렵고 몸에 큰 상처를 내는 외과수술이라면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백내장수술처럼 고도의 섬세함이 요구되는 안과수술 역시 마찬가지다. 필자가 직계가족의 눈을 수술한 경험은 모두 세 번이다. 부담되지 않는 소소한 수술은 차치하고 어머니의 한쪽 눈과 시아버님의 양쪽 눈 백내장수술을 했다.

의사가 가족을 수술하려면 풍부한 경험과 함께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긴장하지 않고 평소처럼 수술할 수 있게 된다. 필자 역시 가족을 수술하기 직전에는 평소보다 긴장했다. 하지만 일단 칼을 잡은 순간부터 본 모습을 찾았고 평소처럼 잘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큰 병원에 갈 때 아는 사람에게 소개받아 특별한 대우를 받으면 더 좋은 치료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VIP가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의사와 특별하지 않다는 이점, 자신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이점을 알게 된다면 특별한 대우를 받지 못해도 치료받는 마음이 한결 가볍고 결과도 좋을 것이다. 익명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자유롭고 편안한지는 익명성을 갖지 못한 ‘특별한’ 사람들이 겪는 불편함을 보면 알 수 있다.

필자에게 만일 대통령(현직대통령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과 일반인의 백내장수술을 하라고 하면 일반인의 수술은 잘할 자신이 있지만 대통령의 눈은 잘할 수 있을 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의사는 수술할 때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최선을 다한다. 이는 빈말이 아니라 필자가 경험한 의사의 본능이다. 즉 매일 숨을 쉬고 밥을 먹는 것처럼 의사에게는 당연한 일인 것이다.

의사의 수술은 만인에게 평등하다. 세상에 평등한 것이 많지 않지만 숨쉬는 공기가 만인에게 평등하게 제공되듯이 집도의 역시 만인이 평등하다는 마음을 가져야 최선을 다할 수 있다. 따라서 수술을 결정했다면 본인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서 의사가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염려는 버려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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