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내 눈동자는 왜 빨갛게 보일까?
사진 속 내 눈동자는 왜 빨갛게 보일까?
  • 무지개성모안과 동은영 원장
  • 승인 2016.08.1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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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목현상’의 안과학적 해설

가끔 찍은 사진을 보다가 자신의 눈동자가 빨갛게 돼 있는 것을 보고 흠칫 놀란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적목현상’으로 서양에서는 무서운 ‘악마의 눈’으로 불리기도 한다.

적목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어둠 속이나 희미한 불빛 속에서 플래시를 터뜨렸을 때 피사체(사진을 찍는 대상)의 눈 속 망막에 반사된 빛이 카메라에 찍혀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피사체가 카메라를 바라보는 순간 카메라 플래시의 빛 줄기가 각막을 통과해 동공, 수정체, 유리체를 지나 망막(빛을 감지하는 신경조직)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망막의 시각세포는 빛을 전기자극으로 전환해 대뇌시각중추로 보내 사물의 색상과 형태를 지각한다.

동은영 무지개성모안과 원장

카메라의 원리 역시 눈으로 사물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 카메라 렌즈는 눈의 각막과 수정체에 비유할 수 있고 빛의 양을 조절하는 홍채는 카메라의 조리개와 역할이 동일하다. 역시 망막에 모인 빛이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돼 사물을 인식하는 것은 카메라의 필름이라고 볼 수 있다.

어둠 속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순간 이미 확대된 피사체의 동공은 갑작스레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줄여 수축될 시간적 여유가 없다. 따라서 많은 양의 빛이 한꺼번에 눈으로 들어오고 반사된 빛이 사진에 나타나면 눈동자가 붉게 보이는 것이다.

어린이가 어른보다 적목현상이 많이 나타나는데 그 이유는 어두운 환경에서 어린이의 동공이 더 빨리 확장돼 보다 많은 양의 빛이 눈에서 반사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하필 왜 붉은색일까?

안구를 감싸고 있는 막은 세 가지다. 우리 눈을 감싸는 흰자위는 공막이고 중간층이 맥락막, 안구의 내막이 망막이다. 맥락막은 망막에 영양분을 공급하는데 혈관층이 풍부해 붉은색을 띤다. 따라서 맥락막에 비친 망막이 적목현상으로 인해 눈동자가 붉게 보이는 것이다.

적목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사진을 찍으려면 피사체가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된다. 또 사진을 찍을 때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고 주위 불빛을 밝히면 적목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만일 사진기에 적목현상 방지기능이 있으면 이를 활용한다.

카메라렌즈와 플래시와의 간격이 떨어질수록 눈에서 반사되는 빛을 방지할 수 있다. 이밖에 사진을 찍기 전 밝은 빛을 응시해 동공을 축소시킨 다음 찍는 방법도 있다.

만일 피사체의 두 눈 중 한쪽 눈에만 적목현상이 나타났다면 한쪽 눈은 카메라 정면을 바라보고 다른 눈의 시선은 약간 정면을 벗어난 경우다. 드물지만 한쪽 눈에 종양이나 백내장으로 인해 빛을 반사하지 못해 적목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어 이 경우 보다 정확한 안과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어린이의 경우 반복적으로 한쪽 눈에만 적목현상이 나타난다면 사시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만일 한쪽 눈이 하얀색 또는 노란색으로 나타나는 소위 백색동공(leukocoria)이라면 백내장, 망막박리, 눈의 감염을 의심할 수 있다. 드물게 소아기의 종양인 망막아세포종(retinoblastoma)나 코츠병(Coat’s disease) 같은 희귀질환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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