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은 질병? ‘게임애호가’ vs ‘게임중독자’
게임중독은 질병? ‘게임애호가’ vs ‘게임중독자’
  • 신민우 기자 (smw@k-health.com)
  • 승인 2016.03.1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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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마지막 왕국, 포트리스2……. 2030세대라면 한 번쯤 즐겼을 게임입니다. 저 역시 학창시절 게임이 좋아 친구들과 자주 밤을 새웠습니다. 그 때마다 어머니는 “게임에 중독됐느냐”며 핀잔을 주셨죠.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거센 반발이 일었습니다. 이번에는 게임과 게임중독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달 25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코드에 등록한다는 정부계획이 일부 보도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게임마니아들은 “게임을 즐기는 모든 사람을 정신질환자로 만들려 한다”고 비판했죠.

2월 25일 보건복지부가 배포한 국가정책조정회의 보도자료에는 게임중독 질병코드등록이 언급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게임중독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지만 현재 질병코드분류는 논의되지 않는다”고 일축했습니다. 이날 배포된 보도자료에도 “인터넷게임, 스마트폰에 대한 초·중·고등학생의 중독선별검사를 강화한다”는 내용만 언급됐습니다. 따라서 게임중독이 당장 질병코드에 등록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조만간 뜨거운 이슈가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현재 전 세계 게임시장규모는 약 73조로 추산됩니다. 우리나라는 10조원에 이르죠. 이는 가상·증강현실, 인공지능기술이 발전하면서 갈수록 커질 전망입니다. 게임활성화가 새로운 경제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문화체육관광부, 미래창조과학부가 게임산업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게임업계와 마니아들은 정부에 대한 불만이 가득합니다. 보건당국이 게임을 사회악으로 인식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해 복지부가 공개한 공익광고에는 현실과 게임을 구분 못 하는 사람, 면접장에서도 게임을 즐기는 사람, 초췌한 상태로 게임에 몰두하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이에 누리꾼들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려는 것이 아니냐”며 비판했죠.

보건복지부 공익광고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게임중독에 시달립니다.

최근 공분을 산 ‘원영이 계모’가 수개월에 걸쳐 6000만원을 게임에 탕진할 만큼 게임중독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유해성이 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폭력성유발’입니다. 컴퓨터로 총을 쏘거나 칼을 휘두르는 행위를 마음껏 할 수 있어 내재된 폭력성이 겉으로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러한 의견에 신중합니다. 가천대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나경세 교수는 “개인이 폭력적인 자극을 원해 게임을 즐기는지, 게임을 즐겨서 폭력성이 표출되는지는 더 연구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손지현 교수 역시 “게임이 공격성을 증폭시킬 수 있지만 반대로 갈등·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죠.

게임중독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망가진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게임에 빠져 등교하지 않거나 밤낮이 바뀌는 사례도 흔하죠. 게임중독은 분명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이며 집중관리를 받아야 하는 증상입니다. 복지부도 게임을 하는 행위가 아니라 이를 통한 게임중독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물론 게임 자체가 중독을 유도한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모 유명게임에서는 게임전적에 따라 사용자등급을 결정하는데 한동안 게임에 접속하지 않으면 하락하게 됩니다. 사용자입장에서는 애써 올려놓은 등급이 떨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다 보니 이를 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모 유명게임은 등급상승이 어려운 반면 한동안 접속하지 않으면 하락합니다. 사용자들이 게임을 놓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다른 게임들의 경우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돈 쓰는 사람들을 이길 수 없도록 설정해놓죠. 상대를 이기기 위해 현금을 결제하다 보니 이것이 아까워서라도 게임에 몰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임은 술과 비슷합니다. 사용자가 제대로만 조절한다면 일상생활을 즐겁게 만들어줍니다. 하지만 중독되면 본인과 주변인에게 고통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게임과 게임중독은 확실히 구분해야합니다. 게임중독을 관리하려는 보건당국에 무작정 안 좋은 시선을 보내기보다 중독의 심각성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독은 치료를 필요로 하는 질환입니다. 모든 마니아들이 게임을 즐기되 깊게 빠지지만 않는다면 게임중독이 질병코드에 등록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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