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국내 기초의학 “의사과학자 양성” 목청
암울한 국내 기초의학 “의사과학자 양성” 목청
  • 황인태 기자 (ithwang@k-health.com)
  • 승인 2015.06.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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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불투명한 미래·열악한 처우 탓
ㆍ의대 졸업후 99.5%가 임상 선택
ㆍ정부 지원정책 개선 ‘발등의 불’

이스라엘 생화학자 아론 시에차노버, 생물학자 아브람 헤르슈코, 미국 생화학자 어윈 로즈 교수는 세포 내 단백질소멸과정을 밝혀 수많은 치료약개발에 공헌한 공로로 2004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의대를 졸업했지만 임상진료가 아닌 의학연구에 몰두했고 노벨상의 영예를 안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국내 상황은 어떨까? 대학수학능력시험 상위 1%만이 의과대학에 입학하지만 졸업 후 99.5%가 임상진료를 선택하며 불과 0.5%만이 기초의학연구에 매진한다. 대한의학회 기초의학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상황은 더 암울하다. 기초의학자의 2/3인 323명이 15년 내에 은퇴예정이며 현재 45세미만 의사과학자는 전국적으로 60명을 넘지 않는다. 의학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기초와 임상이 함께 가야 하지만 국내 현실은 세계적 임상과 초라한 기초가 함께 서 있는 기형적인 모습인 것이다.
 
하지만 의료선진국의 경우 일찍이 기초의학분야 육성의 중요성을 알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실제로 미국은 의생명과학분야에서 의사과학자 비중이 매우 높은데 1964년 시행한 의사과학자양성프로그램(MSTP)이 밑바탕이 됐다. 미국은 이를 통해 매년 약170명의 의사과학자가 배출되며 최근 15년간 14명의 노벨상수상자가 이 프로그램 출신이다.

따라서 미래먹거리로 손꼽히는 의료양성을 위해 기초의학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새로운 의학연구분야를 찾고 새 임상수요를 발굴하는 것은 의사들이 연구에 적극 나설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의학연구의 결과물은 고스란히 인류 삶의 질 개선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기초의학 살리기는 중요하다.

대한의학회 기초의학 이혜연 이사는 “국내 최고인재들이 의대에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융합중개연구의 주요인프라를 담당해야 할 의사과학자는 고사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의대 생리학 김상정 교수는 “의대의 우수인재를 의사과학자로 양성하는 제도를 통해 인류건강과 질병치료에 기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초의학분야의 인력기근은 불투명한 미래와 열악한 처우 때문이다. 임상진료를 선택해 얻을 수 있는 금전적 보상, 진로보장 등과 비교할 때 기초의학의 장점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국내 연구환경이 좋은 것도 아니다. 정부부처도 보건의료는 복지부가, 기초연구는 미래부가 맡고 있어 지원도 제한적이다. 즉 기초의학에 대한 학문적 열정과 투철한 사명감이 없다면 임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의료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가 인력양성을 위한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시행한 ‘국가 의사과학자 지원정책’ 설문조사에서도 의대학장과 의전원장 10명 중 9명이 의사과학자 지원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고 절반 이상은 개인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성지은 연구위원은 “의학은 부유한 분야라는 인식이 있다 보니 지원이 약하다”며 “기초의학은 임상과 달리 결과도출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첨단의료기술 발전을 선도해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헬스경향 황인태 기자 ithwang@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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