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감정을 다루는 방법
스스로의 감정을 다루는 방법
  • 장은영 한양대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
  • 승인 2015.01.16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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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심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 부족한 실력에 이런 기회가 온 것에 감사드리며 마지막으로 우리가 경험하는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룰 지에 대한 글로 칼럼을 마치고자 한다. 전문가들은 우리의 심리상태를 감정, 정서, 기분 등으로 엄밀히 구분하지만 필자는 감정이란 단어를 사용하려 한다.

 

감정을 다루기 가장 좋은 방법은 우울·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이를 수용하는 것이다. 감정수용이란 ‘내가 지금 불안하구나’, ‘내가 흥분하는구나’라는 생각처럼 자신의 마음상태를 인식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노력에 따라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감정에 휘둘린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감정은 특정상황과 외부자극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부정적인 감정이 도움이 될 때도 있다. 발표를 앞둔 사람은 불안하면서도 더 많은 준비와 노력으로 발표완성도를 높인다. 감정은 수용할 때 비로소 마음속에서 사라지지만 억압할 경우 언젠가 당사자를 집어삼킨다.

하지만 감정을 유발한 상황까지 수용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이는 심리학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두 개념을 혼동하면 감정의 원인까지 감내하라는 오해가 생긴다. 누군가 부당한 대접을 받을 때 우리는 분노한다. 이때 수용할 것은 분노지 그 상황이 아니다. 이 분노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사회병폐를 바꾸는 데 도움을 준다.

감정표현 역시 별개문제다. 감정수용은 그것을 외부로 드러내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화가 난다고 아무에게나 폭력을 쓰지 않는다. 반대로 행복하다고 아무나 붙잡고 표현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언제 어떻게 감정을 드러내야 할까? 이는 많은 심리상담과 치료프로그램에서 다룰 만큼 난해한 문제다. 하지만 강한 억양, 강렬한 몸짓으로 감정을 드러내기 전에 먼저 말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감정을 누군가에게 표현했다는 사실에 만족하자. 누군가 자신의 감정을 눈치 채고 보듬어주길 바라는 것은 자기중심적인 판단이다. 자신의 감정이 상대의 공감을 일으켜 이해를 얻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해도 어쩔 수 없다. 상대에게도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정이 있다.

남들보다 감정을 강렬하게 경험하는 이가 있는 반면 둔한 이도 있다. 표현이 서툰 사람이 있는 반면 자신의 감정에만 몰두하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나의 감정에 반응해주길 바라는 것은 실현하기 힘든 기대다.

감정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그대로 수용하고 경험하라. 그리고 누구에게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지 생각하라. 상대가 그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자신의 표현이 잘못 됐다거나 상대의 공감능력이 부족하다고 탓하지 마시라.

※장은영 교수의 정신건강 지키기가 이번 호로 끝을 맺습니다. 1년 동안 한 주도 빠짐없이 성실하게 연재해주신 장 교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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